아크테릭스(Arc’teryx)가 새로운 하드쉘 Sperro SV Jacket - 0을 출시했습니다. Sperro SV는 단순히 새로운 고어텍스 재킷이 아닙니다. 아크테릭스가 새롭게 발표한 순환형 제품 설계 시스템 System 0™을 처음 적용한 제품입니다. 제품을 오래 사용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리하고, 더 이상 수리가 불가능해졌을 때는 다시 소재로 회수하는 단계까지 처음부터 고려했습니다.

아크테릭스는 기존에도 ReBIRD 프로그램을 통해 세탁과 수리, 트레이드인, 리세일, 업사이클링 등을 운영해 왔습니다. 새로운 System 0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제품이 만들어진 이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아니라, 처음 설계하는 단계에서부터 내구성, 수리 가능성, 분해 그리고 최종적인 소재 회수까지 고려하는 방식입니다.
Sperro SV는 이 시스템을 적용한 첫 번째 제품입니다. 또한 아크테릭스가 개발 과정에 참여한 TESTEX Circularity 인증을 처음 받은 제품이기도 합니다.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뿐 아니라 수리의 용이성과 제품 수명이 끝난 뒤 재활용 가능성까지 평가합니다.
Sperro SV에는 70D 3레이어 GORE-TEX PRO ePE 원단을 사용했습니다. 표면과 백커에 사용되는 나일론은 Aquafil의 재생 나일론인 ECONYL®을 기반으로 하며, 의도적으로 첨가된 PFAS를 사용하지 않는 FC0 DWR 발수 가공이 적용됩니다.
원단 중량은 138g/m²입니다. 최근 아크테릭스가 여러 제품에 ePE 멤브레인을 확대하고 있지만, Sperro SV의 차이는 단순히 새로운 멤브레인을 사용했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재킷의 수명이 끝났을 때 회수 가능한 나일론을 다시 분리하고 재활용할 수 있도록 소재 구성과 제조 과정을 함께 설계했습니다. 회수된 나일론은 Aquafil의 공정을 거쳐 다시 ECONYL 원사로 만들어집니다.

오래 사용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원단을 두껍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Sperro SV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고장날 가능성이 높은 부분을 처음부터 수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메인 지퍼입니다. 지퍼 슬라이더는 하드쉘에서 자주 문제가 발생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지만, 작은 부품의 고장 때문에 재킷 전체의 사용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Sperro SV에는 아크테릭스 제품 최초로 쉽게 교체할 수 있는 지퍼 슬라이더가 적용됩니다.
마찰이나 손상이 자주 발생하는 부분 역시 보강했으며, ReBIRD를 통해 80가지 이상의 수리를 지원합니다. 제품 구매 후 3년 동안 보증 범위를 벗어난 수리까지 횟수 제한 없이 제공하는 것도 특징입니다. 결국 이 재킷의 방향은 명확합니다. 망가지지 않는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망가져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제품에는 레이저로 각인된 QR 코드 형태의 Digital Product Passport도 적용됩니다. QR 코드를 통해 해당 제품의 소재 정보와 관리 방법, 수리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의류의 케어 라벨을 디지털 방식으로 확장한 개념이지만, 제품을 오래 관리하고 최종적으로 회수하는 System 0의 구조에서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나의 제품에 생산 이후의 이력을 연결할 수 있는 일종의 디지털 신분증에 가깝습니다.

Sperro SV 자체는 특정 알파인 활동에 한정된 쉘이 아닙니다. 하이킹, 알파인 클라이밍, 스키와 투어링 등 다양한 산악 활동을 고려한 Regular Fit의 멀티 스포츠 하드쉘입니다. 헬멧 착용이 가능한 StormHood™를 적용하고, 양쪽 겨드랑이에는 WaterTight™ 지퍼를 사용한 벤틸레이션이 배치됩니다.
포켓은 입체적인 체스트 포켓과 하네스 착용을 고려한 핸드 포켓으로 구성됩니다. 긴급 상황에서 구조팀이 위치를 찾을 수 있도록 RECCO® 리플렉터도 적용했습니다.
남성 M 사이즈의 등 길이는 약 78cm이며 전체 무게는 502g입니다. 원단과 기능 구성을 보면 초경량 하드쉘과는 분명히 다른 방향입니다. 최소한의 무게보다 장기간의 사용과 보호 성능, 그리고 수리 가능성을 우선합니다.

Sperro SV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새로운 GORE-TEX PRO 원단이나 지퍼 구조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아웃도어 업계는 오랫동안 재활용 원단과 친환경 소재를 이야기해 왔지만, 실제 제품은 여러 소재와 접착제, 멤브레인, 부자재가 결합되어 있어 수명이 끝난 뒤 다시 원료로 되돌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System 0은 이 문제를 제품 설계 단계부터 다시 생각합니다. 오래 사용하고, 손상되면 수리하고, 더 이상 수리할 수 없을 때는 분해하고 다시 소재로 돌려보내는 것. Sperro SV는 그 시스템이 실제 고성능 아웃도어 제품에서도 가능한지를 보여주기 위한 첫 번째 결과물입니다.
가격은 미국 기준 1,200달러(197만원)입니다.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지만, 아크테릭스가 이 제품을 통해 이야기하려는 것은 하나의 재킷 가격보다 조금 더 큰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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