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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의 새로운 동계침낭 라인업, New Winter Light

페더드 프랜즈(Feathered Friends, 이하 FF)는 올해 초, New Winter Light라는 새로운 동계 침낭 라인업을 선보였습니다. FF 침낭 하면 보통 '따뜻한데, 좀 무겁지 않나?'가 먼저 떠오릅니다.

 

워낙 보온성과 내구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친구들이라 겨울 침낭으로는 상당히 믿음직스럽지만, UL의 시선으로 보면 배낭에 넣을 때마다 살짝 고민되는 무게가 있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기존 FF 동계침낭의 보온 성능은 유지하면서, 원단과 구조 업데이트를 통해 무게를 상당히 줄인 Light 버전을 데리고 왔습니다. 물론 동계침낭은 무조건 가벼운 게 장땡은 아닙니다. 무게 대비 보온력, 그리고 실제로 믿을 수 있는 온도 등급이 중요하죠. 밤에 얼어 죽지 않으면서 배낭 무게도 줄여야 하니까요. 

 

이번 New Winter Light는 딱 그 지점을 노린 라인업입니다. 이 중에서 이번에 이야기해보려고 하는 침낭은 Murre Light 0 Women's Sleeping Bag입니다.

 

제품명 침낭 형태 온도등급 총중량 / 충전량
Murre Light 0 Women's Mummy 0°F / -17.7°C 1,276g / 845g (Medium)
Snowbunting Light 0 Standard Mummy 0°F / -17.7°C 1,185g / 818g (Regular)
Ibis Light 0 Wide Mummy 0°F / -17.7°C 1,250g / 884g (Regular)
Arctic Finch Light -10 Women's Mummy -10°F / -23.3°C 1,344g / 966g (Medium)
Widgeon Light -10 Standard Mummy -10°F / -23.3°C 1,338g / 947g (Regular)
Eider Light -10 Wide Mummy -10°F / -23.3°C 1,446g / 1,014g (Regular)

 

  • 제품명 Murre Light 0 Women's Sleeping Bag (Medium Size)
  • 온도등급 0°F / -17.7°C
  • 형태 Women's Mummy
  • 충전재 900+ FP Goose Down (RDS Certified)
  • 충전무게 845g
  • 총무게 1,276g (66%)
  • 패킹부피 14L
  • 적정키 175cm
  • 겉감 Pertex Quantum Pro 7D × 30D ripstop
  • 안감 Pertex Diamond Fuse 15D, FlyTi 10D
  • 지퍼 우지퍼, YKK #5
  • PFCs/PFAS Free
  • 제조 Made in Seattle(U.S.A)
  • 상세정보 Feathered Friends

 

※FF는 모든 침낭에 '새' 이름을 사용하는데, Murre는 바다오리류의 새를 뜻합니다.

 

한국 겨울 기후에 적합한 Murre Light 침낭

스펙부터 보겠습니다. 0°F. 섭씨 약 -17.7°C. 저는 이 온도가 한국 겨울 백패킹 기후에 상당히 현실적인 숫자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엄청나게 추운 날은 있습니다. 일기예보에 영하 20도, 25도 찍히는 날도 있죠.

 

하지만 실제로 겨울 백패킹을 계획하면서 가장 자주 만나게 되는 추위는 영하 10도~15도 내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0°F (-17.7°C)급 침낭이 한국 겨울 백패킹에서 상당히 활용도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FF는 안전을 위해서 예상 최저 온도보다 약 5°C 낮은 온도의 침낭을 선택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 Murre Light 침낭과 함께 선자령에 다녀왔습니다. 엄청나게 바람이 불던 날, 눈밭에서 잠을 청했죠. 침낭 안에 들어가서 한참 뒤척이다가 '오늘 새벽에 추우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을 할 필요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냥 자면 됩니다.

 

침낭을 믿고 그냥 잘 수 있다는 것. FF 침낭의 가장 좋은 장점은 바로 이것입니다. 야외에서 밤새 추울까 봐 계속 온도계 확인하고, 새벽에 일어나서 패딩을 더 껴입고, 양말 두 겹 신고 이런 일이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합니다.

 

 

Murre Light는 여성용 침낭입니다

여성용이라고 해서 단순히 남성용 침낭의 길이만 줄여놓은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누워보면 일반적인 머미형 침낭과는 느낌이 조금 다릅니다. 엉덩이 쪽은 비교적 여유가 있고, 어깨 쪽은 조금 더 좁게 잡혀 있었습니다. 여성의 체형과 특성에 맞춰 전체적인 길이와 형태를 조정하고, 필요한 부분에 보온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입니다.

동계침낭에서는 이런 차이가 굉장히 큽니다.

 

특히 침낭이 내 몸보다 지나치게 크면 내부의 빈 공간도 같이 늘어나기 때문에, 내 몸에 맞는 침낭을 고르는 것 자체가 보온성에 영향을 줍니다. 필요한 곳은 더 따듯하고 넉넉하게, 필요 없는 곳은 조금 더 슬림하게 만든 덕분에 더 편안하고, 보온성도 챙길 수 있는 것이죠. 여성용 침낭을 한번 제대로 사용해 본 여성 하이커라면 다시 일반 침낭으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믿을 수 있는 클래식. 하지만 약간 무거운.

FF침낭을 몇 번 사용해보면 왜 FF가 유명한지 알게 됩니다. 좋은 다운 넣고, 괜찮은 원단 쓰고, 제대로 봉제하고, 실제로 추운 데서 잘 수 있게 만드는 것. 그냥 오래전부터 하던 걸 굉장히 잘 하는 친구들입니다. (그냥 친구들 아니고 깃털달린 친구들)

 

특히 침낭에서 중요한 건 온라인 쇼핑몰에 적힌 숫자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필파워 얼마', '영하 몇도 어쩌고' 이렇게 적혀 있어도 실제로 자다가 추우면 아무 소용이 없죠. FF는 오랫동안 동계침낭을 만들어왔고, 실제 필드에서 쌓아온 경험을 기반으로 온도 등급을 측정합니다.

 

온도 등급 안에서 사용하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뢰감. 우리가 FF 침낭을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내구성이 좋은 원단과 높은 품질의 윤리적 다운을 사용해왔습니다. 기본기에 아주 충실하죠.

 

다만, 조금 무거웠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최첨단 소재와 기술이 만난

이번 New Winter Light 라인업은 핫한 초경량 원단들로 무장했습니다. Pertex Quantum Pro, Pertex Diamond Fuse, FlyTi reflective film 같은 새로운 소재를 적용했죠.

 

침낭은 원단을 가볍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무게를 꽤 줄일 수 있지만, 겨울침낭을 무작정 얇고 가벼운 원단으로 만들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겨울 침낭은 내구성도 있어야 하고, 바람도 막아야 하고, 습기에 대한 대응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싼 침낭인데 나뭇가지에 한 번 걸렸다고 찢어지면 멘탈도 같이 찢어지거든요. 

 

New Winter Light는 이러한 숙제를 여러 초경량 소재를 조합해서 해결했습니다.

 

 

퍼텍스 퀀텀프로 원단으로 습기와 바람에 대응하고, 다이아몬드퓨즈 원단으로 제 발가락의 문지르기 공격을 막아냈죠. 그리고 여기에 FlyTi 반사 필름을 적용해 침낭 내부에서 발생하는 복사열 손실을 줄이는 구조를 더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기존 FF의 클래식한 동계침낭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무게 대비 효율이 뛰어난 UL 동계침낭으로 만들어낸 것, 이것이 이번 라인업의 핵심입니다.

 

 

지난 겨울 눈밭에서 뒹굴었던 Murre Light 침낭은 배낭을 가볍게 해주면서도, 충분한 내구성을 가진 겉감 덕분에 날카로운 겨울철 장비에 마음 졸일 일이 덜했다는 점에서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풋박스 내부의 다이아몬드퓨즈 원단 덕에 부티를 신거나 마음껏 발꼬락을 꼼지락거리며 잠들 수 있었죠.

 

큼지막한 YKK 5호 지퍼와 씹힘 방지 처리는 침낭을 여닫을 때마다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었고, 두텁고 거대한 넥칼라와 드래프트 튜브는 한기를 상당히 잘 막아주었습니다. 그 덕분에 바람이 몰아치는 설산에서도 따뜻한 겨울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너무 비싼데 마음대로 살 수도 없어요!

하지만 넘어야 하는 가장 큰 벽이 하나 있습니다. FF의 침낭은 비쌉니다. 꽤 많이요.

 

Murre Light는 2026년 8월 기준으로 $789입니다. 여기에 환율과 부가세, 해외 배송비까지 생각하면 실제로 국내에서 구매하는 비용은 약 130만원에 육박하는 녀석입니다. 한국의 설산에서 흔히 보이는 동급의 큐물러스나 꼴로르의 침낭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가격입니다.

 

이 정도 가격이면 침낭을 사는 건지, 겨울철 생존권을 사는 건지 잠깐 고민하게 되는 정도. 물론 고급 다운과 원단, 제작 방식, 그리고 미친 내구성까지 고려하면 왜 이 가격이 나오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이해하는 것과 지갑을 여는 것은 또 다른 문제죠.

 

게다가 FF는 대량으로 침낭을 찍어내는 브랜드가 아닙니다. 한땀한땀 직접 제작하는 수제작 제품이다 보니 원하는 모델이나 사이즈가 항상 넉넉하게 쌓여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랜 고민 끝에 마음먹고 사려고 했는데 재고가 없으면 정말 허탈합니다. (부들부들) 특히 겨울이 다가와서 갑자기 동계침낭을 찾기 시작하면 더욱이요.

 

그래서 Murre Light는 누구에게나 가볍게 추천할 수 있는 침낭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국의 겨울을 제대로 즐기면서, 보온 성능은 포기하지 않고, 배낭 무게까지 줄이고 싶은, 그리고 평생 쓸 생각으로 침낭을 찾고 있다면 FF Murre Light 침낭은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 장점
  • 믿음직한 보온력과 품질
  • 가벼워진 무게
  • 내구성
  • 단점
  • 비싸다
  • 공급 부족

Author

박재현
  • Section hiker
Photo 1818jh | Fujifilm X100VI + XF23mmF2 R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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