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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60714 ~ 20260717
위치
Garibaldi Provincial Park, Canada
코스
Rubble Creek Trailhead → Garibaldi Lake Campground → Black Tusk Junction → Helm Creek Campground → Cheakamus Lake Trailhead → Function Junction
들머리
Rubble Creek Trailhead
거리
45km

첫 번째 프로토타입을 들고 가리발디로

얼마 전 소개한 것처럼 우리는 꼴로르와 함께 침낭을 만들고 있다. 마침내 첫 번째 프로토타입이 완성됐다. 1000FP 다운 250g을 충전한 3계절용 후드리스 침낭이다.

 

문제는 테스트 시기였다. 한국의 6월은 이 침낭의 보온 성능을 확인하기에는 이미 너무 따뜻했다. 최소한 한국의 가을과 비슷하거나, 밤에는 늦가을 수준까지 기온이 떨어지는 장소가 필요했다.

 

처음 염두에 둔 곳은 키르기스스탄의 알라쿨(Ala-Kul)이었다. 알라쿨 트레킹을 준비하던 중 임새결 에디터와 미팅을 하게 됐고, 대화 도중 캐나다 밴쿠버 북쪽의 가리발디 주립공원(Garibaldi Provincial Park) 이야기가 나왔다.

 

가리발디 레이크 지도

가리발디의 여름철 산악 기온을 살펴보니 우리가 원하던 테스트 환경과 잘 맞았다. 낮에는 하이킹하기 적당하지만 고도가 높은 캠프사이트의 밤은 한국의 가을과 비슷하거나 늦가을 수준까지 기온이 떨어질 수 있었다. 결국 목적지는 알라쿨에서 가리발디로 급히 변경됐다.

 

마침 비슷한 시기에 캐나다에 머물 예정이던 새결 씨도 일정에 합류했다. 새결 씨는 오랫동안 캐나다를 기반으로 아웃도어 활동을 해왔고, 특히 겨울철 백컨트리 액티비티를 즐겨왔다. 낯선 지역에서 코스를 계획하고 현지 상황을 판단하는 데 있어 더없이 든든한 동행이었다.

 

우리의 목적은 단순히 가리발디의 풍경을 보는 데 있지 않았다. 첫 번째 침낭 프로토타입을 실제 백컨트리 환경에서 사용하고, 기온과 습도, 사용자의 체감까지 확인하는 것이 이번 여행의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목차

한국에서 스쿼미시까지

한국에서 가리발디 주립공원으로 가려면 먼저 밴쿠버에 도착한 뒤, 다시 스쿼미시나 휘슬러 방향으로 이동해야 한다.

 

스쿼미시(Squamish)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있는 산악 도시다. 밴쿠버와 휘슬러 사이, 하이웨이 99번으로 불리는 시투스카이 하이웨이(Sea to Sky Highway)에 자리하고 있다.

Stawamus Chief, Squamish

 

밴쿠버에서는 북쪽으로 약 1시간, 밴쿠버 국제공항에서는 약 1시간 30분 거리다. 하이킹과 암벽등반, 산악자전거, 카약을 비롯한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길 수 있으며, 도시를 둘러싼 거대한 화강암 암벽 스타와무스 치프(Stawamus Chief)가 스쿼미시를 상징한다.

 

가리발디 레이크는 스쿼미시에서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간 가리발디 주립공원 안에 있다. 위치상으로는 스쿼미시와 휘슬러 사이에 있다고 이해하면 쉽다.

 

인천에서 밴쿠버 국제공항(YVR)까지는 직항편이 운항된다. 티웨이항공은 2025년 7월 12일부터 인천–밴쿠버 노선 운항을 시작했다. 취항 당시에는 화·목·토·일 주 4회 일정이었지만, 운항 요일과 횟수는 계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출발일을 기준으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

 

밴쿠버 국제공항에서 스쿼미시까지는 차량으로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렌터카가 없어도 YVR Skylynx 셔틀을 이용하면 공항에서 스쿼미시 어드밴처 센터(Squamish Adventure Centre)까지 환승 없이 이동할 수 있다.

 

2026년 여름 시즌 기준 공항에서 스쿼미시까지는 약 2시간이 소요되며, 일반 티켓은 편도 CAD 55, 왕복 CAD 75다. 스쿼미시 승하차는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주의할 점은 모든 Skylynx 버스가 스쿼미시에 정차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시간표에 Express로 표시된 차량은 공항과 휘슬러를 바로 연결하기 때문에 스쿼미시를 지나친다. 예약할 때는 반드시 Standard 또는 스쿼미시 정차가 명시된 편을 선택해야 한다.

 

AIRPORT TRANSFER
YVR Skylynx
Vancouver International Airport
Squamish Adventure Centre
소요 시간
약 2시간
하차 장소
38551 Loggers Lane, Squamish
편도 요금
CAD 55
왕복 요금
CAD 75
예약
스쿼미시 승하차 사전 예약 필수
예약 시 확인
Express 노선은 스쿼미시에 정차하지 않으므로 Standard 또는 스쿼미시 정차가 표시된 편을 선택해야 합니다.

 

환승을 이용하는 더 저렴한 방법도 있지만, 큰 배낭이나 캐리어가 있다면 Skylynx 직행이 확실히 편하다. 공항에서 바로 스쿼미시로 이동해 가리발디 하이킹만 마친 뒤 돌아가는 일정이라면 렌터카보다 대중교통을 먼저 고려해볼 만하다.

 

우리는 하이킹에 앞서 밴쿠버에서 3일간 별도의 일정이 있었고, 이후에도 스쿼미시와 휘슬러 일대를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차량을 렌트했다.

 

Squamish Adventure Inn & Hostel

스쿼미시에서 머문 곳은 스쿼미시 어드밴처 인 앤 호스텔(Squamish Adventure Inn & Hostel)이었다.

 

Skylynx 하차 장소인 스쿼미시 어드밴처 센터에서 약 600m 정도 떨어져 있어 큰 배낭을 메고도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 숙소에는 도미토리와 개인실, 욕실이 포함된 호텔형 객실이 마련돼 있다. 공용 주방과 라운지, 세탁 시설, 장비 보관 공간도 갖추고 있어 하이킹 전후에 머물기 적합하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공용 주방이었다. 캐나다의 높은 외식비를 생각하면 마트에서 식재료를 구입해 직접 요리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실제로 우리는 하이킹을 마친 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숙소에서 저녁을 만들었다. 그 식사의 만족도는 여행 중 어느 외식보다 높았다.

 

 

스태프들은 친절했고 숙소 주변 분위기도 평화로웠다. 스쿼미시에서는 도시 곳곳에서 스타와무스 치프를 볼 수 있는데, 이 숙소 역시 치프를 마주 보는 위치에 있다. 숙소 뒤편으로는 강변 산책로가 바로 이어져 있어 시내와 가까우면서도 번잡하지 않았다.

 

원래 호스텔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숙소였다. 가리발디 하이킹을 시작하기에도, 마무리하기에도 적당한 거점이었다.

 

Rubble Creek Trailhead

 

가리발디 하이킹 코스

가리발디 주립공원에는 여러 출입구가 있다. 그중 우리가 계획한 가리발디 레이크–헬름 크릭 종주 코스는 다음 두 개의 트레일헤드를 연결한다.

 

러블 크릭 트레일헤드(Rubble Creek Trailhead)는 가리발디 레이크와 테일러 메도우로 들어가는 남쪽 출입구다. 지도에서는 Garibaldi Lake Parking Lot으로도 표시된다. 주차장에서 가리발디 레이크 캠프그라운드까지는 약 9km, 테일러 메도우 캠프그라운드까지는 약 7.5km다.

 

체카무스 레이크 트레일헤드(Cheakamus Lake Trailhead)는 체카무스 레이크와 헬름 크릭으로 연결되는 북쪽 출입구다. 지도에서는 Cheakamus Lake Parking Lot으로도 표기된다. 이곳에서 헬름 크릭 캠프그라운드까지는 약 8.5km다.

 

두 트레일헤드를 헬름 크릭을 통해 직접 연결하는 기본 종주 구간은 약 25km다. 여기에 가리발디 레이크와 파노라마 리지를 다녀오는 사이드 트립을 더하면 실제 이동 거리는 크게 늘어난다.

 

두 곳 중 이용자가 훨씬 많은 곳은 러블 크릭 트레일헤드다. 이유는 단순하다. 가리발디 레이크와 파노라마 리지(Panorama Ridge), 블랙 터스크(Black Tusk) 등 가리발디 주립공원의 대표적인 목적지로 가장 직접 연결되기 때문이다.

 

러블 크릭에서 출발하면 가리발디 레이크나 테일러 메도우를 거점으로 파노라마 리지를 다녀온 뒤 같은 주차장으로 돌아올 수 있다. 차량을 한 곳에 두고 원점회귀할 수 있으므로 교통 계획도 간단하다.

 

우리가 이 지역에 거주했다면 러블 크릭을 출발점으로 한 원점회귀 코스를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렵게 한국에서 온 만큼 같은 길을 돌아오기보다 공원을 가로질러 반대편으로 빠져나가는 종주를 하고 싶었다.

 

우리가 구성한 코스는 다음과 같다.

Rubble Creek Trailhead → Garibaldi Lake Campground → Mt. Price 방향 왕복 → Black Tusk Junction → Helm Creek Campground → Cheakamus Lake Trailhead → Function Junction

 

전체 일정과 코스 정보

가리발디 레이크 캠프그라운드에서 1박, 헬름 크릭 캠프그라운드에서 1박을 하면 일반적으로 2박 3일 일정으로 종주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첫 번째 침낭 프로토타입의 테스트와 콘텐츠 촬영이었다. 하룻밤의 결과만으로 침낭을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같은 장소에서도 기온과 습도, 바람은 매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리발디 레이크 캠프그라운드에서 2박을 보내고, 헬름 크릭에서 1박을 하는 총 3박 4일 일정으로 계획했다.

 

DAY 1

Rubble Creek Trailhead
Garibaldi Lake Campground

거리
약 9km
주요 목적
가리발디 레이크 캠프 이동
숙박
Garibaldi Lake Campground

DAY 2

Garibaldi Lake Campground
Mt. Price 방향 왕복
Garibaldi Lake Campground

형태
캠프를 그대로 두고 움직이는 원점회귀 일정
주요 목적
프라이스 산 방향 하이킹과 촬영
숙박
Garibaldi Lake Campground

DAY 3

Garibaldi Lake Campground
Black Tusk Junction
Helm Creek Campground

형태
캠프 이동
사이드 트립
일부 인원 Panorama Ridge 왕복
주요 목적
테일러 메도우와 블랙 터스크 주변 통과
숙박
Helm Creek Campground

DAY 4

Helm Creek Campground
Cheakamus Lake Trailhead
Function Junction

트레일 구간
헬름 크릭에서 체카무스 레이크 트레일헤드까지 약 8.5km
추가 이동
트레일헤드에서 펑션 정션까지 임도 약 7.5km
최종 목적지
Whistler Brewing Company

 

펑션 정션까지 포함하면 마지막 날 이동 거리는 결코 짧지 않다. 체카무스 레이크 트레일헤드에 도착했다고 해서 일정이 끝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DAY 1–4 하이킹 기록

DAY 1

Rubble Creek Trailhead → Garibaldi Lake Campground

첫날은 러블 크릭 트레일헤드에서 시작했다. 차량은 주차장에 세워두고 가리발디 레이크 캠프그라운드를 향해 올라갔다.

첫날 이동 거리는 약 9km다. 거리만 보면 길지 않지만 캠핑 장비와 식량, 촬영 장비를 모두 넣은 배낭을 메고 지속적으로 고도를 올려야 한다.

 

이날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무리하지 않고 캠프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이후 프라이스 산, 파노라마 리지, 헬름 크릭까지 이어지는 일정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첫날부터 체력을 모두 사용할 이유는 없었다.

 

 

가리발디 레이크 캠프그라운드에 도착한 뒤 텐트를 설치하고 식량과 냄새나는 장비를 푸드 행어에 올렸다. 호수에서 물을 확보해 필터로 정수했고, 다음 날 프라이스 산 왕복에 필요한 장비를 따로 정리했다.

그리고 첫 번째 침낭 프로토타입의 첫 테스트가 시작됐다.

 

평화로운 가리발디 레이크

 

DAY 2

Garibaldi Lake Campground → Mt. Price 방향 왕복 → Garibaldi Lake Campground

둘째 날은 캠프를 그대로 두고 프라이스 산 방향으로 왕복하는 일정이었다.

 

텐트와 침낭, 식량 대부분은 캠프에 남겨두고 하루 동안 필요한 물과 방풍·방수 의류, 촬영 장비만 챙겨 가볍게 출발했다. 캠프를 이동하지 않는 날이었지만 고도가 높아질수록 날씨와 노면 상태가 달라질 수 있어 일정에는 충분한 여유를 두었다.

가리발디 레이크 캠프그라운드에서 프라이스 산으로 향하는 길은 정식으로 정비된 트레일이 아니다. 가리발디의 다른 주요 트레일보다 길이 좁고 거칠었으며, 일부 구간에서는 진행 방향을 주의 깊게 확인해야 했다. 다만 이런 형태의 산길은 한국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어 우리에게 아주 낯선 환경은 아니었다.

이 길을 찾는 하이커는 많지 않았다. 우리가 트레일에 머무는 동안 마주친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그 역시 혼자 걷는 것이 불안했는지 멀리서부터 마치 옆에 일행이 있는 것처럼 계속 말을 하며 다가왔다.

 

사람이 드문 외진 길에서는 곰과 갑작스럽게 마주치지 않도록 자신의 존재를 알릴 필요가 있다. 우리 역시 시야가 막힌 숲과 굽은 구간을 지날 때는 계속 대화를 나누며 걸었다.

프라이스 산 정상 방향으로 오르던 중 촬영하기에 적당한 장소를 발견했다. 멀리 블랙 터스크가 선명하게 조망되는 인상적인 포인트였다. 굳이 정상까지 서두르지 않고 그곳에 머물며 촬영과 제품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날 일정에 여유가 있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촬영을 마친 뒤에는 다시 가리발디 레이크 캠프그라운드로 돌아왔다. 같은 장소에서 두 번째 밤을 보내며 전날과 다른 기온과 습도 조건에서 침낭을 다시 사용할 수 있었다.

 

한 번의 추위나 따뜻함만으로 제품을 판단하지 않기 위해 가리발디 레이크에서 이틀을 머문 이유였다.

 

 

DAY 3

Garibaldi Lake Campground → Black Tusk Junction → Helm Creek Campground

셋째 날에는 가리발디 레이크 캠프를 정리하고 헬름 크릭 캠프그라운드로 이동했다.

 

테일러 메도우와 블랙 터스크 방향을 지나 공원의 반대편으로 넘어가는 날이었다. 전날까지는 가리발디 레이크를 중심으로 움직였지만, 배낭에 모든 장비를 다시 넣고 새로운 캠프로 향하면서부터 종주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헬름 크릭으로 가는 도중에는 파노라마 리지로 갈라지는 길이 나온다. 이 지점부터 트레일 주변에 잔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고도가 높아질수록 눈이 남아 있는 구간도 늘어났다. 일행 중 일부는 이곳에서 제품 촬영을 이어갔고, 나머지는 파노라마 리지를 다녀왔다.

 

그리고 이때부터 모기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새결 씨가 벌레 기피제를 가지고 있었지만 효과는 뿌린 직후 잠시뿐이었다. 가리발디의 여름철 모기에 관한 이야기는 사전에 들었지만, 실제로 마주한 모기 떼는 예상보다 훨씬 집요했다. 걷는 동안에도 계속 달라붙었고, 잠시 멈춰 촬영하거나 쉬려고 하면 순식간에 주변을 에워쌌다.

 

모기의 습격은 헬름 크릭 캠프그라운드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다. 글을 쓰는 지금도 몸 곳곳에는 그날 물린 흔적이 남아 있다. 이 시기의 가리발디를 찾는다면 기피제만 준비하기보다 긴소매와 긴바지, 헤드넷까지 함께 챙기는 편이 낫다.

 

 

헬름 크릭에 도착한 뒤에는 다시 텐트를 설치하고, 물을 정수하고, 식량과 냄새나는 물건을 푸드 행어에 정리했다.

 

헬름 크릭 캠프그라운드는 가리발디 레이크보다 시설이 단순했고 분위기도 달랐다. 호수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있던 가리발디 레이크와 달리, 이곳은 한층 더 외지고 고요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캠프그라운드 뒤편으로 솟아 있는 블랙 터스크의 모습이 압도적이었다. 모기를 피해 텐트 안으로 들어간 뒤, 해가 지는 동안 서서히 빛을 잃어가는 블랙 터스크를 바라봤다. 텐트 밖으로 나갈 수 없을 만큼 모기는 집요했지만, 그 안에서 마주한 풍경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DAY 4

Helm Creek Campground → Cheakamus Lake Trailhead → Function Junction

마지막 날은 헬름 크릭 캠프그라운드에서 체카무스 레이크 트레일헤드로 내려가는 일정이었다.

 

체카무스 레이크 트레일헤드에 도착하면 공식적인 트레일 구간은 끝난다. 하지만 우리의 일정은 그곳에서 끝나지 않았다. 트레일헤드는 하이웨이 99에서 약 7.5km 떨어진 임도 끝에 있고, 휴대전화 통신도 안정적이지 않았다. 택시를 호출하려면 펑션 정션까지 추가로 걸어 내려가야 했다.

 

이미 산길에서의 하산은 끝났지만 긴 임도 구간이 남아 있었다. 마지막 날의 이동 거리를 계획할 때 체카무스 레이크 트레일헤드까지만 계산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트레일헤드를 지나도 포장도로는 나오지 않았다. 비포장도로 주변으로는 여러 갈래의 트레일이 나뭇가지처럼 뻗어 있었고, 우리가 하산한 날은 마침 금요일이라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그러던 중 맞은편에서 오던 MTB 라이더 커플이 앞쪽에 곰이 있으니 조심하라고 알려줬다. 곰스프레이를 가지고 있는지도 확인했다. 순간 긴장감이 높아졌다. 숄더 하네스에 장착해두었던 곰스프레이를 손이 닿는 위치로 옮기고,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새결 씨는 자신도 이전에 이 근처에서 곰을 마주친 적이 있다고 했다. 다행히 우리가 그 지점을 지날 때는 곰이 이미 숲으로 물러간 뒤였다. 한편으로는 멀리서라도 한 번 보고 싶다는 미련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마주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트레일을 벗어난 뒤에도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곳이었다.

펑션 정션에 도착했을 때 비로소 휴대전화 통신이 안정적으로 연결됐다. 그리고 그곳에는 우리가 최종 목적지로 정한 휘슬러 브루잉 컴퍼니(Whistler Brewing Company)가 있었다.

 

트레일의 끝에서 마시는 맥주

펑션 정션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곳은 휘슬러 브루잉 컴퍼니(Whistler Brewing Company)였다. 3박 4일 동안 산 안에서 지낸 뒤 마주한 브루어리는 단순히 맥주를 마시는 장소라기보다, 하이킹의 끝을 확인하는 종착점처럼 느껴졌다.

 

스쿼미시와 휘슬러를 여행하다 보면 규모에 비해 브루어리가 유난히 많다는 인상을 받는다. 공식적으로 하나의 이유가 정리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지역의 생활방식과 산업 구조를 살펴보면 몇 가지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아웃도어 활동과 애프터 액티비티 문화의 결합이다. 스쿼미시와 휘슬러, 펨버턴을 잇는 시투스카이 지역은 하이킹과 암벽등반, 스키, 산악자전거, 패들링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BC Ale Trail 역시 이 지역을 ‘Sea to Sky Ale Trail’로 묶어 소개하며, 크래프트 맥주가 야외활동을 마친 사람들을 다시 한자리에 모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한국에서는 산행이 끝난 뒤 식당으로 이동하는 문화가 자연스럽다면, 이곳에서는 브루어리의 탭룸이 비슷한 역할을 한다. 하루 동안 무엇을 탔고 어디를 걸었는지 이야기하며 맥주를 마시는 시간이 아웃도어 활동의 연장선에 있다. 실제로 스쿼미시의 브루어리들은 현지인과 여행자가 모이는 커뮤니티 공간이자, 라이딩과 하이킹을 마친 뒤 들르는 ‘애프터 어드벤처’ 장소로 소개된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오래전부터 형성된 크래프트 맥주 문화도 배경이 됐다. 휘슬러 브루잉은 1989년에 시작한 BC 크래프트 브루잉 초기 세대에 해당하며, 지금도 BC에서 소유하고 양조하는 지역 브랜드로 운영되고 있다. 스쿼미시의 하우 사운드 브루잉 역시 1997년에 문을 연 지역의 대표적인 초기 브루어리다. 이후 새로운 소규모 양조장이 늘어나면서 시투스카이 하이웨이 전체가 하나의 크래프트 맥주 여행 코스로 발전했다.

휘슬러 브루잉은 현재의 위치에서 맥주를 만드는 모습과 탭룸을 함께 공개하고 있다. 화려한 휘슬러 빌리지와 달리 펑션 정션은 창고와 작업장이 모인 실용적인 동네다. 그 안에 브루어리와 카페, 자전거 관련 업장이 섞여 있어 이 지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아지트에 가깝게 느껴졌다.

 

우리에게도 이곳은 정확히 그런 장소였다. 체카무스 레이크 트레일헤드에서 긴 임도를 걸어 나와 통신을 회복하고, 택시를 기다리며 맥주를 마셨다. 산에서 보낸 며칠과 마지막까지 이어졌던 긴장감이 그제야 풀렸다.

 

가리발디 하이킹의 공식적인 끝은 체카무스 레이크 트레일헤드였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진짜 종착점은 펑션 정션의 브루어리였다. 산을 내려온 뒤 마신 맥주 한 잔까지 포함해야 비로소 이번 하이킹이 완전히 끝난 것 같았다.

 

펑션 정션과 차량 회수

러블 크릭 트레일헤드에서 출발해 체카무스 레이크 트레일헤드로 빠져나오는 종주 코스는 같은 장소로 돌아오지 않는다.

 

렌터카가 있어도 출발점에 차량을 세워두면 하이킹을 마친 뒤 다시 러블 크릭으로 돌아가야 한다. 결국 출발과 도착 중 한쪽에서는 택시나 별도의 차량 지원이 필요하다.

 

가장 단순한 방법은 스쿼미시에서 택시를 이용해 러블 크릭 트레일헤드로 이동한 뒤 종주를 시작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시내 이동보다 거리가 길기 때문에 날짜와 출발 시간을 정해 사전에 예약하는 편이 안전하다.

 

Squamish Taxi

  • 전화: +1 604-567-1111
  • 이메일: booking@squamishtaxi.ca
  • 목적지: Rubble Creek Trailhead / Garibaldi Lake Parking Lot

 

우리는 러블 크릭 트레일헤드에 차량을 세워두고 종주를 시작했다. 따라서 마지막에는 펑션 정션에서 택시를 호출해 러블 크릭으로 돌아가 차량을 회수해야 했다.

 

체카무스 레이크 트레일헤드에서는 통신이 안정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약 7.5km의 임도를 따라 펑션 정션까지 걸었다. 상업시설이 있는 펑션 정션에 도착한 뒤 휘슬러 택시에 전화했다.

 

Whistler Taxi

  • 전화: +1 604-932-3333
  • 출발지: Function Junction / Whistler Brewing Company
  • 목적지: Rubble Creek Trailhead 또는 Squamish

 

차량 회수는 마지막까지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예상보다 빠르게 택시가 배차됐고, 러블 크릭으로 돌아가 차량을 회수할 수 있었다.

 

다만 데이터 전용 유심이나 eSIM은 일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 수 없는 경우가 있다. 택시를 전화로 호출해야 한다면 현지 통화가 가능한 유심을 준비하거나, 인터넷 전화와 메신저 호출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필요하면 휘슬러 브루잉이나 주변 상점에 전화 연결을 요청할 수 있도록 택시 번호와 목적지를 미리 기록해두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게 우리의 가리발디 종주는 주차장이 아니라 브루어리에서 끝났다.

 

가리발디 하이킹을 준비하며 알아둘 것

예약과 퍼밋

가리발디 주립공원에서 숙박하려면 사전에 백컨트리 캠핑 예약을 완료해야 한다.

 

흔히 이를 ‘퍼밋’이라고 부르지만, 별도의 입산 허가를 다시 신청하는 구조는 아니다. BC Parks 예약 시스템에서 캠프사이트를 예약하면 확인 이메일과 함께 캠핑 퍼밋(Camping Permit)이 발급된다.

 

가리발디 레이크, 테일러 메도우, 헬름 크릭을 포함한 공원 내 백컨트리 캠프사이트는 계절과 관계없이 예약이 필요하다. 예약 증빙 없이 숙박하면 퇴거 조치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예약할 때는 전체 여행 기간만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날짜별로 실제 머무를 캠프그라운드를 지정해야 한다. 우리의 경우 가리발디 레이크 캠프그라운드 2박과 헬름 크릭 캠프그라운드 1박을 각각 일정에 맞춰 예약했다.

 

캠프사이트 예약은 입산 예정일 기준 최대 3개월 전부터 가능하며, 예약 창은 해당 날짜의 캐나다 태평양 시간 오전 7시에 열린다. 여름철 인기 날짜는 빠르게 마감되기 때문에 항공권이나 숙소보다 캠핑 예약을 먼저 확보하는 편이 안전하다.

 

camping.bcparks.ca

 

예약 완료 후에는 이메일로 전달된 퍼밋을 출력해 가져가는 것이 원칙이다. BC Parks는 두 부를 준비해 한 부는 텐트나 캠프사이트 표지에 표시하고, 다른 한 부는 이동 중 소지하도록 안내한다.

 

예약자 이름으로 등록된 사람은 여행 기간 내내 일행과 함께 있어야 하며, 현장에서 신분증 확인을 요구받을 수 있다. 휴대전화가 연결되지 않는 구간이 많으므로 온라인 화면에만 의존하지 않고 종이 사본과 오프라인 파일을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다.

 

2026년 기준 가리발디 백컨트리 캠핑 요금은 성인 1인당 1박 CAD 25, 6세부터 15세까지는 CAD 5이며 6세 미만은 무료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비거주자에게는 예약당 CAD 20의 추가요금이 적용되며, 별도의 예약 시스템 이용 수수료도 발생한다.

 

여름철에는 캠핑 퍼밋과 별개로 일부 트레일헤드에 차량용 데이유즈 패스(Day-use Vehicle Pass)가 적용된다. 다만 유효한 백컨트리 숙박 예약을 보유한 사람은 별도의 차량용 데이유즈 패스를 예약하지 않아도 되며, 캠핑 예약 증빙을 지참하면 된다.

 

우리 일정에 필요했던 예약은 다음 두 가지였다.

  • 가리발디 레이크 캠프그라운드 2박
  • 헬름 크릭 캠프그라운드 1박

숙박 예약을 완료하면 캠핑 퍼밋이 함께 발급되므로 별도의 하이킹 퍼밋을 추가로 신청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예약 규정과 데이유즈 패스 적용 기간은 매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출발 전 BC Parks의 최신 공지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데크는 캠핑 패드(Camping Pad)라고 부르며, 텐트는 반드시 지정된 데크 위에만 설치해야 한다.

 

곰스프레이와 푸드 행어

가리발디 주립공원에는 곰을 비롯한 야생동물이 서식한다. 실제로 곰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곰이 생활하는 지역에 들어가는 만큼 기본적인 대비는 필요하다.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장비는 곰스프레이(Bear Spray)다. 곰스프레이는 곰과 가까운 거리에서 공격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용하는 최후의 방어 수단이다.

 

곰스프레이(Bear Spray)

 

배낭 안쪽에 넣어두면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꺼낼 수 없으므로 허리벨트나 숄더 스트랩처럼 한 손으로 바로 꺼낼 수 있는 위치에 휴대해야 한다. 출발 전에는 안전장치를 해제하는 방법과 분사 방향, 제품별 유효거리도 미리 확인해야 한다.

 

곰스프레이는 벌레 기피제처럼 몸이나 장비에 미리 뿌리는 제품이 아니다. 텐트나 옷에 분사해서도 안 된다. 곰을 발견했을 때는 뛰지 말고 침착하게 거리를 벌리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다. 스프레이는 곰이 공격적으로 접근해 유효거리 안으로 들어왔을 때 사용한다.

 

곰스프레이는 기내 반입이 허용되지 않으며, 위탁 수하물도 항공사와 위험물 규정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 실제 여행에서는 한국에서 가져가기보다 밴쿠버나 스쿼미시의 아웃도어 매장에서 현지 구매하는 편이 확실하다.

 

푸드 행어(Food Hang)

 

곰을 피하기 위해서는 스프레이보다 음식과 냄새나는 물건을 제대로 관리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식량뿐 아니라 쓰레기, 간식 포장지, 치약과 세면도구, 자외선차단제, 벌레 기피제, 조리도구와 스토브 등 냄새가 남는 물건은 모두 야생동물을 끌어들일 수 있다. 이런 물건을 텐트 안에 보관해서는 안 되며, 잠을 자거나 캠프사이트를 비울 때는 지정된 시설에 넣어야 한다.

 

우리가 머문 가리발디 레이크 캠프그라운드와 헬름 크릭 캠프그라운드에는 모두 푸드 행어(Food Hang)가 설치돼 있다. 따라서 이 코스에서는 개인용 베어 캐니스터를 반드시 가져가지 않더라도 캠프에서 제공하는 보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언제라도 비가 내릴 수 있기 때문에 방수로된 드라이색을 이용해야한다.

 

음식과 냄새나는 물건을 하나의 튼튼한 푸드백에 모은 뒤 캠프에 설치된 와이어나 후크에 걸어 보관하면 된다. 여러 개의 작은 봉투보다 한 번에 걸 수 있는 푸드백이 편리하다.

 

가리발디 주립공원의 백컨트리 캠프사이트에는 쓰레기통이 없다. 먹다 남은 음식과 포장지, 사용한 티슈를 포함한 모든 쓰레기는 배낭에 넣어 공원 밖으로 가져가야 한다.

 

결국 곰에 대한 대비는 특별한 기술보다 냄새나는 물건을 한곳에 모으고, 행어에 올리고, 남김없이 회수하는 기본적인 캠프 관리에서 시작된다.

 

식수와 캠프그라운드 시설

가리발디 주립공원의 백컨트리 캠프사이트에는 바로 마실 수 있는 식수가 제공되지 않는다. 필요한 물은 공원 안의 호수와 하천에서 직접 확보해야 한다.

 

자연수는 겉으로 맑아 보이더라도 야생동물의 배설물이나 사람의 활동으로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 필터로 거르거나, 끓이거나, 정수제를 사용해 처리한 뒤 마셔야 한다.

우리가 이용한 코스에서는 가리발디 레이크와 헬름 크릭 주변에서 물을 확보할 수 있었다. 러블 크릭 트레일헤드에서 가리발디 레이크까지 올라가는 첫날에는 출발부터 충분한 물을 가지고 가고, 캠프에 도착한 뒤 호수에서 다음 날 사용할 물을 준비했다.

 

프라이스 산이나 파노라마 리지처럼 고도가 높은 구간을 왕복하는 날에는 가리발디 레이크 캠프그라운드에서 하루 동안 필요한 물을 채워 출발하는 것이 좋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수원을 기대하기 어렵고, 남아 있는 눈이나 작은 웅덩이를 정규 수원으로 전제해서는 안 된다.

 

헬름 크릭 캠프그라운드에서는 주변 계곡의 자연수를 이용할 수 있지만 수량과 접근 상태는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어느 구간에서 다시 물을 확보할 수 있는지 확인한 뒤 다음 구간에 필요한 양을 채워야 한다.

이번에 사용한 정수 장비는 Katadyn BeFree AC 0.7L Bottle Microfilter였다. 사용 기간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지만, 여러 명이 움직이는 그룹에서 필터 하나만 운용하는 것은 안정적이지 않다. 필터가 막히거나 파손되는 상황을 고려해 두 개 이상의 필터를 준비하거나 정수 알약을 예비 수단으로 챙기는 것이 좋다.

 

빙하에서 유입되는 물에는 미세한 침전물이 섞일 수 있다. 물이 탁하다면 잠시 가라앉힌 뒤 윗물을 떠서 필터링하면 필터가 막히는 속도를 줄일 수 있다.

 

물을 끓여 정수할 수도 있지만 여러 날 머무는 백패킹에서는 연료 소모가 커진다. 필터를 기본으로 사용하고 끓이기나 정수제를 백업으로 두는 구성이 현실적이다.

 

가리발디 레이크 캠프그라운드에는 조리 쉘터와 세척용 싱크, 푸드 행어가 마련돼 있다. 설거지와 개인위생 활동은 수원에서 직접 해서는 안 되며, 생활하수를 호수나 하천에 버려서도 안 된다.

 

헬름 크릭 캠프그라운드는 가리발디 레이크보다 시설이 단순하다. 필요한 장비와 식량을 모두 직접 가져가고, 푸드 행어와 자연수원을 중심으로 캠프를 운영해야 한다.

 

우리는 마시는 물뿐 아니라 조리와 양치에 사용하는 물도 모두 정수했다. 이 코스는 캠프 주변에서 수원을 구할 수 있어 여러 날치 물을 처음부터 짊어질 필요는 없지만, 정수 장비와 비상용 처리 수단은 필수 장비로 보는 것이 맞다.

푸드 행어 주변에는 테이블이 있어 이곳에서 조리 및 식사를 할 수 있다.

 

가리발디 레이크와 헬름 크릭을 연결하는 주요 트레일은 전반적으로 잘 정비돼 있고, 주요 갈림길에는 이정표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파노라마 리지와 블랙 터스크 주변은 수목이 적고 지형이 개방돼 있다. 날씨가 나빠지거나 구름이 내려오면 진행 방향을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시즌 초반에는 잔설이 트레일을 덮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는 출국 전에 CalTopo를 이용해 전체 이동 경로를 만들었다. 러블 크릭 트레일헤드에서 가리발디 레이크와 프라이스 산 방향, 블랙 터스크 정션과 파노라마 리지, 헬름 크릭을 거쳐 체카무스 레이크 트레일헤드와 펑션 정션까지 이어지는 루트를 하나로 정리했다.

 

이후 경로 파일을 내려받아 MAPS.ME에 불러오고, 스쿼미시와 가리발디 일대의 오프라인 지도도 미리 다운로드했다.

 

오프라인 지도를 준비하면 휴대전화 신호가 없는 상태에서도 현재 위치와 진행 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 캠프그라운드와 주요 갈림길, 파노라마 리지 분기점, 체카무스 레이크 트레일헤드, 펑션 정션도 주요 지점으로 표시해두었다.

 

통신

가리발디 주립공원 안에서는 휴대전화 통신을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실제로 공원 내부와 체카무스 레이크 트레일헤드에서는 안정적인 신호를 사용할 수 없었다.

 

통신 상태는 이동통신사와 기종, 위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긴급 연락이나 택시 호출을 휴대전화 연결에만 의존하는 계획은 위험하다.

 

트레일에서는 휴대전화를 비행기 모드로 설정하고 필요할 때만 GPS를 확인하면 배터리 소모를 줄일 수 있다. 사진과 영상 촬영이 많다면 지도 확인에 필요한 전력까지 고려해 보조배터리를 준비해야 한다.

 

준비할 핵심 항목

  • 백컨트리 캠프사이트 사전 예약
  • 출력한 캠핑 퍼밋과 오프라인 사본
  • CalTopo로 제작한 GPX 경로
  • MAPS.ME 오프라인 지도
  • 정수 필터와 예비 정수 수단
  • 곰스프레이
  • 푸드백
  • 레인웨어와 보온 의류
  • 보조배터리
  • 현지 통화가 가능한 유심 또는 대체 통화 수단
  • 택시 전화번호와 목적지 메모
  • 모든 쓰레기를 회수할 별도의 봉투

 

가리발디의 주요 트레일은 비교적 명확하지만, 정비된 트레일이라는 사실과 통신이 가능한 환경이라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출발 전에 루트를 만들고 지도를 오프라인으로 저장하고, 주요 지점과 비상 연락처를 따로 기록하는 과정까지가 하이킹 준비에 포함된다.

 

모기와 계절별 준비

가리발디의 여름은 하이킹하기 좋은 계절이지만, 눈과 모기라는 서로 다른 계절적 변수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우리가 방문한 시기에도 파노라마 리지와 블랙 터스크 주변에는 잔설이 남아 있었고, 헬름 크릭으로 향하는 구간부터는 모기 떼가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모기는 가리발디 레이크보다 습지와 계곡이 이어지는 헬름 크릭 방향에서 훨씬 심했다. 벌레 기피제를 사용했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고, 멈춰서 촬영하거나 캠프를 설치할 때는 수많은 모기가 한꺼번에 달라붙었다.

텐트 밖은 우리를 노리는 모기들로 가득했다.

 

여름철 가리발디를 찾는다면 기피제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다. 긴소매와 긴바지를 준비하고, 모기가 많은 시기에는 헤드넷도 챙길 필요가 있다. 얇고 통기성이 좋은 긴팔 셔츠는 햇빛과 벌레를 동시에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반대로 고도가 높은 구간에서는 한여름에도 잔설과 낮은 기온을 만날 수 있다. 맑은 날에는 강한 햇볕에 노출되지만 구름이 들어오거나 바람이 불면 체감온도가 빠르게 떨어진다. 레인재킷과 보온 의류는 날씨가 좋아 보여도 배낭에서 제외해서는 안 된다.

 

가리발디에서는 한 일정 안에서 강한 햇빛과 잔설, 모기와 차가운 밤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출발 전에는 최근 트레일 상태와 잔설, 산불과 연기, 모기 발생 상황을 확인하고 준비 장비를 조정해야 한다.

 

마치며

가리발디 하이킹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풍경만이 아니었다. 하루에 걸어야 할 거리가 과도하지 않았고, 일정에도 충분한 여유가 있었다. 가리발디 레이크에서 이틀을 머문 덕분에 캠프를 서둘러 정리하지 않고 프라이스 산 방향을 걸을 수 있었으며, 호수 주변에서 천천히 시간을 보내는 것도 가능했다.

 

쓰루하이킹을 할 때는 정해진 기간 안에 긴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 아침 일찍 출발해 하루 종일 걷고, 캠프에 도착하면 식사와 정리를 마친 뒤 곧바로 다음 날을 준비해야 한다. 걷는 과정 자체는 즐겁지만, 때로는 주변을 충분히 바라볼 여유 없이 다음 목적지를 향하게 된다.

 

이번 가리발디에서는 달랐다. 이동 거리는 적당했고, 캠프에 도착한 뒤에도 시간이 남았다. 호숫가에 앉아 풍경을 바라보고, 천천히 식사를 준비하고, 날씨가 변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걷지 않는 시간까지도 하이킹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프라이스 산으로 향하던 길에서 바라본 블랙 터스크, 잔설이 남은 파노라마 리지 주변과 헬름 크릭으로 이어지는 길, 그리고 긴 임도 끝에서 마주한 펑션 정션까지. 구간마다 분위기가 달랐지만 어느 곳에서도 다음 일정에 쫓긴다는 느낌은 없었다.

 

하루에 더 많은 거리를 걷는다고 반드시 더 많은 것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이동 거리를 줄이고 한 장소에 오래 머무를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가리발디에서 보낸 3박 4일은 지금까지 경험한 어떤 하이킹 여행보다 평화로웠다.

 

첫 번째 침낭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하기 위해 선택한 장소였지만, 여행을 마친 뒤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제품에 대한 기록보다 여유롭게 걸었던 시간이었다. 가리발디는 빠르게 통과하기보다 천천히 머물며 즐기기에 더 좋은 곳이었다.

Author

강선희
  • Chief editor & Founder

Character

김효정
  • Editor / Co-Founder & COO
임새결
  • Editor
Photo kangsai, Xodus | Fujifilm X-H2 + XF16-8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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