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요즘 트레일 러닝화를 처음 보는 분들은 종종 같은 반응을 보입니다. “생각보다 신발이 꽤 두껍네요.”

 

프롤로그신발은 점점 두꺼워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트레일 러닝화의 미드솔 높이는 30~40mm에 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모델은 그보다 더 높은 스택을 가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불과 15~20년 전만 해도 상황은 조금 달랐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트레일 러닝화는 20mm 이하의 스택 높이를 가지고 있었고, 지면의 감각을 느끼며 달리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여겨졌습니다. 발은 지면의 형태를 읽고, 신발은 그 움직임을 크게 방해하지 않는 정도의 보호만 제공했습니다.

 

HOKA Mafate X 49-41mm

 

하지만 지금의 트레일 러닝화는 완전히 다른 모습입니다. 높은 미드솔, 두꺼운 쿠션, 그리고 추진력을 만들어주는 다양한 구조. 신발은 점점 더 러너의 움직임을 보조하는 장비가 되었습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한 브랜드가 있습니다.

 

변곡점Max Cushion의 등장

2009년, 프랑스 알프스에서 시작된 한 러닝화 브랜드가 트레일 러닝 시장에 등장했습니다. 호카(Hoka)입니다. 호카의 신발은 당시 기준으로 매우 낯선 모습이었습니다. 두꺼운 미드솔, 높은 스택 높이, 그리고 rocker 형태의 구조. 기존 러닝화와 비교하면 다소 과장되어 보일 정도였습니다.

ASICS Trabuco Max 4 41–36mm

 

하지만 이 신발은 빠르게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두꺼운 쿠션은 장거리 러닝에서 충격을 줄여주었고, rocker 구조는 러닝 동작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특히 울트라 트레일 러닝에서는 이러한 장점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그 결과 러닝화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 더 높은 스택
  • 더 강한 쿠션
  • 그리고 최근에는 카본 플레이트까지

러닝화는 점점 더 기술적인 장비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많은 트레일 러닝화가 30mm 이상의 미드솔을 가지게 된 것은 이러한 흐름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Brooks Caldera 8 39-33mm

 

한국의 UL 문화와 트레일 러닝화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조금 달랐습니다. 우리가 트레일 러닝화를 본격적으로 접하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이러한 변화가 시작된 이후였기 때문입니다.

 

12277376_189626718045645_382264542_n.jpg

HOKA Challenger ATR 2 29-24mm / 2015년 착용 

 

한국에서 UL(Ultralight) 하이킹 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한 시기에도 많은 하이커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등산화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가죽 갑피와 단단한 구조를 가진 등산화는 안정성과 보호에는 강했지만 무게는 상당했습니다.

 

이때 등장한 트레일 러닝화는 많은 하이커들에게 새로운 선택지였습니다. 등산화보다 훨씬 가볍고 발의 움직임도 자유로웠기 때문입니다. UL 하이킹을 시작한 많은 사람들이 트레일 러닝화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Hoka Tor Ultra Hi WP 32-28mm / 2016년 착용

 

한국의 UL 하이커들이 경험한 트레일 러닝화는 이미 맥스 쿠션 시대에 접어든 이후의 신발이었다는 점입니다. 즉 한국의 UL 문화는 얇은 신발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이미 두꺼워진 트레일 러닝화를 통해 가벼움을 경험하기 시작했습니다.

 

반대 흐름Barefoot Running

하지만 모든 러너가 이 변화에 동의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부 러너들은 오히려 반대 방향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두꺼운 신발이 충격을 줄여주기는 하지만, 동시에 발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 이른바 Barefoot Running입니다. 말 그대로 맨발에 가까운 감각으로 달리는 러닝 방식입니다. 이 철학을 기반으로 등장한 브랜드들도 있습니다.

  • Vivobarefoot
  • Xero Shoes

이 브랜드들의 신발은 매우 얇은 미드솔을 가지고 있으며, 발이 지면의 감각을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신발은 러닝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극단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쿠션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적응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Notace Yama T1 15-15mm

그 사이에서 등장한 신발 Notace

이러한 두 흐름 사이에서 등장한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Notace입니다. Notace의 트레일 러닝화 Yama T1은 요즘 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단순해 보일 정도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 0mm drop
  • 약 15mm stack height
  • 최소한의 구조를 가진 upper

두꺼운 쿠션을 강조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완전히 맨발에 가까운 신발도 아닙니다. 직접 신어보면 첫 느낌은 의외입니다. 미드솔이 얇기 때문에 딱딱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편안합니다. 특히 통기성이 매우 좋습니다. Vivobarefoot가 ‘맨발’에 가까운 신발이라면, Notace Yama T1은 러닝이 가능한 맨발에 가까운 신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론우리는 어떤 신발을 선택할까요

지난 15년 동안 아웃도어 신발은 분명한 방향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 더 두꺼운 미드솔
  • 더 강한 쿠션
  • 그리고 더 높은 효율

이러한 변화는 장거리 이동에서 분명한 장점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두꺼운 쿠션의 신발을 통해 더 편안하게 걷고 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반대편에서는 다른 질문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말 이렇게 두꺼운 신발이 필요할까요. 일부 사람들은 다시 지면의 감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신발이 움직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몸이 움직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두꺼운 쿠션의 신발을 선택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맨발에 가까운 신발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또 다른 선택지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Notace 같은 신발입니다. 두꺼운 쿠션을 강조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완전히 맨발에 가까운 신발도 아닙니다. 대신 최소한의 구조로 발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유지하면서도 산에서 걷고 달릴 수 있는 정도의 보호를 제공합니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신발의 두께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산을 경험하고 싶은가일지도 모릅니다. 더 많은 보호와 편안함을 원한다면 두꺼운 신발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지면의 감각과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얇은 신발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신발은 하나의 도구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 도구는 우리가 산을 걷고 달리는 방식에 분명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지금, 아웃도어 신발은 다시 한 번 다양한 방향으로 나뉘기 시작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Author

강선희
  • Chief editor & Founder
Photo Xodus

최신 기사

  • Camera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기 위한 카메라, Nocs Portal AFN7

    쌍안경과 모노큘러를 만들어온 녹스 프로비전스(Nocs Provisions)가 첫 번째 카메라 Portal AFN7을 선보였습니다. 140g의 작은 바디와 IP56 방진·방수, 후면 이미지 재생 화면을 없앤 인터페이스…

  • News

    X-Pac이 더 가벼워지는 방법, hyperTEC

    X-Pac이 Ultra-PE 페이스와 Ultra-PE X-PLY를 결합한 새로운 고성능 소재 플랫폼 hyperTEC를 선보였습니다.(관련 기사) 단순히 더 가벼운 원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중을 견디는 소재의 구…

  • Insulated Jackets

    부피를 줄인 합성 보온, Mountain Hardwear Free Element

    마운틴하드웨어(Mountain Hardwear)가 새로운 합성 인슐레이션 ThermoCloud를 적용한 Free Element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후드 재킷과 재킷, 베스트까지 세 가지 형태로 구성되며, 두꺼운 …

  • Journal

    인류는 언제부터 산에서 잠을 잤을까

    Editor’s Note 산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일은 언제부터 여행이 되었을까요. 인간은 텐트와 침낭이 만들어지기 훨씬 전부터 산에서 밤을 보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머물렀던 밤에서, 스스로 선택해 찾아가는 밤까지.…

  • Journal

    괌을 다시 발견하는 방법

    휴양지에서 걷는 여행지로, 제주올레와 함께 ‘괌올레’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괌을 떠올리면 대개 바다가 먼저 생각납니다. 투명한 물과 산호초, 해변을 따라 늘어선 리조트. 서울에서 비행기로 4시간 남짓이면 닿는 거리 …

  • Down Jackets

    Rab, Microlight를 하나의 재킷에서 하나의 시스템으로 확장하다

    랩(Rab)의 대표적인 인슐레이션 컬렉션 Microlight가 새로운 세대로 업데이트됐습니다. 2008년 처음 등장한 Microlight는 가벼운 무게와 작은 패킹 부피, 범용적인 보온성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랩을 대…

  • Down Jackets

    Peak Performance Helium Nova Down Jacket

    스웨덴 아웃도어 브랜드 피크 퍼포먼스(Peak Performance)가 Helium Nova Down Jacket을 출시했습니다. 2011년 처음 등장한 Helium은 가벼운 무게와 패커빌리티, 그리고 물결처럼 이어…

  • Guide

    MAPS.ME 오프라인 지도와 GPX 활용 가이드

    산에서는 생각보다 쉽게 휴대전화 신호가 사라집니다. 도시와 가까운 산이라도 능선 반대편이나 깊은 계곡에서는 LTE나 5G가 연결되지 않을 수 있고, 장거리 하이킹이나 백패킹에서는 몇 시간 동안 통신이 불가능한 경우도…

  • Rain Jackets

    Arc’teryx Sperro SV Jacket - 0, 수리에서 재활용까지 설계된 하드쉘

    아크테릭스(Arc’teryx)가 새로운 하드쉘 Sperro SV Jacket - 0을 출시했습니다. Sperro SV는 단순히 새로운 고어텍스 재킷이 아닙니다. 아크테릭스가 새롭게 발표한 순환형 제품 설계 시스템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