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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하이킹에서 텐트는 종종 ‘하루의 리듬’을 결정합니다. 바람 때문에 10분 더 붙잡히고, 결로 때문에 30분 더 말리고, 설치 각이 안 나와서 자리만 몇 번 옮기면 그날의 멘탈은 체력보다 텐트 때문에 무너집니다. 빅 아그네스(Big Agnes) VST는 그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시리즈입니다. 브랜드는 VST라는 이름을 속도의 공식에서 가져왔다고 말합니다.

 

V = S / T (Velocity = Distance / Time)

거리(S)를 시간(T)으로 나눈 ‘속도(V)’. VST는 “더 빨리 걷는 사람”을 위한 텐트라는 뜻을, 이름으로 먼저 선언합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속도는 기록(FKT)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VST의 컨셉은 단순합니다: “초경량의 불편”을 덜어내기

초경량 텐트는 늘 같은 딜레마를 안고 있었습니다. 가벼워질수록 결로, 내구, 설치 스트레스가 따라온다는 것. VST는 그 불편을 버티는 대신, 설계로 해결하겠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 원단은 더 가볍게 만들되, 비를 버티는 방식(방수/발수 접근)을 손봅니다.
  • 구조는 싱글월처럼 가볍게 가되, 더블월이 주는 안정감(특히 결로/공기 흐름)을 일부 가져옵니다.
  •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 1명”이 아니라 “사람+짐”이라는 실제 사용 장면을 전제로 사이즈를 잡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VST는 사양표로 설득하기보다, ‘필드에서 귀찮은 순간’을 줄이는 쪽으로 설득하는 텐트입니다.

 

라인업은 세 갈래

VST는 “한 가지 텐트가 모든 하이커를 만족시킨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대신 선택지를 세 갈래로 나눕니다.

 

1) String Ridge VST: 트레킹폴을 쓰는 사람의 가장 빠른 선택

트레킹폴을 기본 장비로 쓰는 분이라면, 텐트에서도 그 장점을 챙기는 게 합리적입니다. String Ridge는 그 전형적인 답입니다. 트레킹폴 기반 쉘터로, ‘가벼움’이라는 목적에 가장 직선적으로 도달합니다.

 

다만 트레킹폴 텐트는 늘 조건이 있습니다. 바람 읽기, 팩다운 각, 자리 고르기 이 세 가지를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편의성보다 효율이 앞서는 타입입니다.

 

2) Pitchpine VST: 트레킹폴 없이도 ‘빠른 설치’를 원하는 사람

Pitchpine은 트레킹폴 없어도 됩니다라는 태도가 분명합니다. 구조는 단순하고, 설치 루틴이 짧습니다. 하루의 피로가 쌓였을 때 이 차이는 꽤 큽니다. 초경량이면서도 ‘피칭 스트레스’를 낮추는 쪽에 더 무게를 둡니다. 장거리에서 이건 체감이 큽니다. 특히 비 오거나 바람 부는 날, 손이 덜 가는 텐트는 실력입니다.

 

3) Sarvis VST: 자립형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그리고 한국 산에서는 이 선택이 꽤 현실적입니다)

한국 산은 늘 이상적이지 않습니다. 평탄한 자리가 부족하고, 데크를 만나고, 돌이 많고, 팩이 잘 안 박힙니다. 이럴 때 자립형은 여전히 강합니다. Sarvis는 VST의 프리스탠딩(자립형) 답안입니다. 자립형 특유의 ‘자리 자유도’가 있고, 출입/전실 같은 사용성도 챙기는 방향입니다. 특히 주말 산행처럼 도착 시간이 늦어질 수 있는 패턴이라면, 자립형의 안정감은 매우 현실적인 가치입니다.

 

VST를 고르기 전에 꼭 체크할 것

1) 내가 설치를 좋아하는지, 정리를 좋아하는지

 

  • 설치를 즐기면 String Ridge
  • 정리가 빠른 게 좋으면 Pitchpine
  • 어느 쪽도 싫으면 Sarvis

 

2) 내가 자주 서는 지면이 무엇인지

 

  • 데크/바위가 많으면 자립형이 편합니다.
  • 흙/초지가 많고 팩이 잘 박히면 비자립/트레킹폴 텐트의 효율이 살아납니다.

 

3) 결로는 텐트 스펙이 아니라 생활습관이라는 점

통풍 설계가 좋아도, 계곡 바닥/바람 없는 밤/젖은 장비는 결로를 부릅니다. VST가 결로를 줄이는 방향이라 해도, 완전히 없앤다는 기대는 버리시는 게 좋습니다.

 

4) 내 텐트는 ‘사람 1명’용이 아니라 ‘사람+짐’용인지

VST가 ‘0.5’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사실 여기에 있습니다. 결국 만족도를 가르는 건, 배낭이 어디에 있는지입니다.

 

결론

VST가 겨냥하는 건 빠르게 걷는 사람이지만, 진짜 설득 포인트는 여기에 있습니다. 덜 젖고, 덜 말리고, 덜 삐끗하고, 덜 고치고, 덜 다시 치는 텐트 결국 텐트가 만들어주는 건 속도가 아니라 여유입니다. 여유가 생기면, 다음날이 빨라집니다. VST시리즈는 그 순서를 잘 알고 있는 텐트처럼 보입니다.

 

VST는 단순히 가벼운 무게로만 말하는 텐트가 아닙니다. 가볍게 걷는 사람의 하루를 덜 흔들리게 만드는 텐트에 가깝습니다. VST가 말하는 속도 공식은 간단합니다. V=S/T. 하지만 우리가 체감하는 속도는 더 단순합니다. 덜 번거로우면, 더 멀리 갑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Big Agnes VST 페이지를 방문해 보세요.

Author

Better Weekend

베러위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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