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속으로"
과연 내가 이 책을 리뷰한다면 어떤 내용을 다뤄야 할까? 아웃도어 기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매체로서 주인공의 죽음을 부른 몇 가지 실수에 대해 현재 시점에서 지금의 아웃도어 장비의 도움을 받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으로 접근해보려고 했다.
책을 다 읽어보니, 주인공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분명 그의 자만과 실수가 있었지만 장비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는 의도적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최소한의 장비로 야생 속으로 들어갔다.
데날리 국립공원의 수사나강과 스템피드 트레일 Photo by NPS
그는 지도에 없는 곳. 완벽한 야생으로 가려 했지만 1992년 당시 알래스카의 모든 곳은 이미 지도 안에 있었다. 그는 지도를 버리는 선택을 했고, 결과적으로 진짜 야생 속으로 들어갔다.
*이후 내용은 다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존 크라카우어의 원작인 인투 더 와일드는 2007년 에밀 허쉬 주연, 션 펜이 감독을 맡아 영화로 제작되었다. 이 영화를 본지는 아마 10년은 족히 되었을 것이다.
영화는 원작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꽤나 충실한 편이다. 영화를 접할 당시에는 줄거리에 대해 어떤 정보도 없이 그저 포스터에 이끌려 보게 되었는데, 한 청년이 배낭여행을 하며 겪는 모험을 다룬 영화라고만 생각했다. 이런 장르의 영화들이 대개 그렇듯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깨달음을 얻는 주인공을 상상했지만, 결말은 꽤 비극적이었고 찝찝함 내지는 허무한 기분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이러한 기억 덕분인지 책 역시 영화와 비슷하게 전개될 거라는 가벼운 예상을 했다. 하지만 크라카우어의 책 야생 속으로는 주인공 크리스 맥캔들리스의 여정을 따라가며 그의 삶과 주변까지 나름 상세히 들여다본다. 당시에 국내에는 개봉 안되었는데 책을 읽고 다시 볼 요량으로 찾아보니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되고 있었다. 책과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야생 속으로의 저자 존 크라카우어는 1954년 생으로 미국의 산악인이자 작가이다. 아이거의 꿈, 인투 더 와일드(야생 속으로), 희박한 공기 속으로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실화 바탕의 논픽션 작품을 주로 쓰고 있다. 에베레스트의 비극적인 등반 사고를 재구성한 희박한 공기 속으로(Into Thin Air)가 1998년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르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기자로서도 매체에 글을 기고했는데 Outside, The New Yorker, The New York Times 등에서 활동했다. 야생 속으로는 현재도 유명한 아웃도어 매거진 아웃사이드(Outside)의 취재 요청에 의해 시작되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맥캔들리스의 죽음이 크게 이목을 끌었으며, 과연 그가 왜 알래스카 야생 속 버려진 버스에서 최후를 맞이했는지에 대해 궁금증은 컸다. 크라카우어의 기사가 아웃사이드지에 소개되며 이 이야기는 더욱 큰 화제가된다.
Jon Krakauer Photo by Governor Tom Wolf
1996년 크라카우어는 상업 등반에 관련 기사를 위해 아웃사이드 기자로서 롭 홀의 원정 팀에 합류하였는데, 그곳에서 심한 폭풍우를 만나게 되었고 원정대는 위기를 맞이한다. 크라카우어는 살아서 캠프로 돌아왔지만 그의 팀원들은 눈 폭풍이 강하하면서 15명이 동시에 희생되었다. 에베레스트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었고, 이후에 크라카우어는 에베레스트의 상업화를 공개적으로 비난한다. 이 이야기를 매우 사실적으로 다룬 작품이 바로 희박한 공기 속으로다. ‘에베레스트(2015)’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이처럼 크라카우어는 아웃사이드의 기자로서 활동할 때의 경험을 토대로 그의 대표적인 작품들이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사를 작성하며 아웃사이드의 홈페이지에 접속을 해보니 지난 4월 노스페이스의 지원을 받는 유망한 젊은 산악 등반가 3명이 캐나다 Howse Peak에서 사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는데 그 사건에 대한 조사 글 “Howse Peak의 비극"이 개제되어 있는 것을 보니 그의 작품들과 오버랩된다.
책 야생 속으로의 14장과 15장에서 언급되지만 작가 크라카우어는 대학을 졸업한 후 알래스카에서 혼자서 3주를 보내며 악마의 엄지손가락이라고 불리는 Devil Thumb의 동쪽 리지 루트를 개척한다. 그는 주인공과 이유는 다르지만 알래스카 오지 속으로 떠난 것 등에 대해 유대감이 컸던 것 같다. 그의 정확한 죽음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집요할 정도로 파고들었다. 그의 죽음은 무지에서 비롯된 무모함이 아니었다는 것을 꼭 증명하고 싶다는 듯이 말이다.
리리 퍼블리셔(RiRi Publisher)의 첫 작품으로 최근 출간한 “야생 속으로는” 세상과 단절하고 알래스카 오지 속으로 들어가 죽음을 맞는 젊은이에 대한 실화를 다룬 내용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책의 저자 크라카우어는 아웃사이드지의 요청을 받아 주인공이 죽은 이유에 대해 취재하기 시작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크리스토퍼 맥캔들리스(Christopher John McCandless)는 1990년 에머리 대학(Emory University,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의 교외지역에 있는 명문 사립대학교)을 졸업 한 후 가지고 있던 모든 돈 24,000 달러를 빈민구호단체 옥스팜에 기부하고 알렉산더 슈퍼트램프(Alexander Supertramp, 알렉스)란 가명을 사용하며 미국 서부로 여행을 시작한다.
그의 목적은 알래스카의 오지로 들어가 자급자족하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일반적인 상식에서는 무모할 정도로 최소한의 장비만을 가지고 스탬피드 트레일로 알려진 오래된 길을 따라 야생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맨켄들리스는 그곳에서 113일 동안 생존하였지만 1992년 9월 6일 매직 버스라 불리우는 버려진 버스 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그가 죽은지 약 2주가 지난 시점이었다.
그의 죽음의 원인은 기아였는데 왜 갑작스럽게 기아상태가 되었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 하다.
이 ‘독후감’을 적어내려고 몇 번이나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혹자는 사회로부터 도망친 무모하고 무지한 젊은이의 객기로 ‘자살’에 가까운 행위였다 하고, 혹자는 깨달음을 얻기 위한 용기 있는 모험이라며 낭만적이라 칭송한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그의 가정사로 인한 인간관계와 기성사회의 시스템에 불신과 증오가 생겨 오로지 자신만이 존재하는 야생 속으로 들어갔고 결국 깨달음을 얻었을 거라 생각되다가도 책과 영화에서 작가와 감독 본인들의 의도가 작품에 더해졌을 테니 나 역시 그렇게 느껴지도록 강요당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고 말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는 자신의 삶을 능동적인 의지대로 열정적으로 살았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멋있는 문장들로 마무리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베러위켄드의 편집자로 이야기를 해보자면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안전’이다. ‘야생 속으로’가기 위함에 있어 최소한의 안전장비, 이론만이 아닌 실제 경험 그리고 자연에는 늘 겸손해야 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우리가 지향하는 경량 하이킹은 어떠한가? 단순히 무게에만 집착하고 자신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장비 구성은 이 문화의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자신의 안전을 최우선 해야 주인공이 깨달았던 행복을 누군가와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Christopher Jhon McCandless 1968~1992
“행복은 나눌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
그는 그토록 원하던 야생 속에서 결국 철저하게 고립되었고 많이 외로웠을 것이다.
여러분은 과연 맥캔들리스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될까? 궁금하다면 ‘야생 속으로’ 떠나보자.
No.142 The Magic Bus
주인공 맥캔들리스가 알래스카 스탬피드 트레일의 야생에서 머물렀던 142번 매직 버스는 여전히 그곳에 있습니다. 버스는 여행자들의 성지처럼 여겨지며 여러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죠. 맥캔들리스는 세상으로 되돌아오고자 강을 건너려 하지만 불어난 물 때문에 완벽하게 고립되고 맙니다. 실제로 버스를 찾아오려고 강을 건너다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결국 그들의 여행은 나눌 수 있는 행복이 될 수 없게 되었죠. 언제나 여러분의 여행에 ‘안전’과 ‘행복’이 있기를 바랍니다.
지도에서 알래스카 스템피드 트레일의 매직 버스를 찾아보자
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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