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니카(Tecnica) 포지는 ISPO 2018 Product of Year, Outdoor Magazine 2018 Editor’s Choice, Backpacker Magazine 2018 Editor’s Choice, Outside Magazine 2018 Gear of the Year 등 2018년 수많은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이런 수상이 꼭 중요한 것 만은 아니지만 이 신발에 관심을 가지게 된 동기 부여는 확실했습니다.
이 신발이 많은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바로 C-A-S라는 열 성형(Thermo-Mold) 기술을 적용하여 발 모양을 커스텀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4월부터 지금까지 이 신발을 테스트하였습니다.
열 성형 부츠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스키 부츠는 성형 가능한 특성을 가진 플라스틱과 폼 소재를 사용하여 오래전부터 맞춤형 부츠를 만들어 냈습니다. 하지만 열 성형 기술이 지금까지 하이킹 등산화에 적용된 적은 없었습니다. 2017년 테크니카의 포지가 발표되었을 때 상당히 재미있는 신발이 나왔구나 싶었고, 자신의 발에 맞게 열 성형된 신발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습니다.
C.A.S 장비
열 성형은 이동이 가능한 하나의 패키지로 된 테크니카 고유 장비가 사용되었습니다. 전국에 몇 개의 취급점을 통해 맞춤 제작이 가능하며, 사용자는 직접 방문하여 피팅을 할 수 있습니다. 처음 접한 계절이 4월 초였기 때문에 더운 날씨에만 테스트되었습니다. 때문에 사용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가을 겨울철의 테스트가 안된 관계로 열 성형에 관련된 내용을 주로 다루려고합니다.
인솔에 열을 가해서 물렁한 상태로 만들어 준다.
성형된 것과 안된 것의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서 한 쪽만 성형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왼쪽을 성형하였고 오른쪽은 출시 상태 그대로 신고 사용하였습니다. 성형 과정은 약 30~40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에어 콤프레서로 성형하는 모습. 왼쪽만 성형하였다.
성형 방법은 먼저 인솔에 열을 가해서 물렁한 상태로 만든 후 덧신에 넣고 신은 후 에어 콤프레서로 압력을 가해서 발바닥 모양대로 인솔을 성형합니다. 이때의 느낌은 마치 혈압을 측정할 때와 비슷합니다.
인솔 성형 후 변형이 많이 된 부위는 발바닥 안쪽 아치와 발뒤꿈치 부분입니다. 발 모양에 맞게 변형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성형 전의 인솔의 아치가 더 높습니다. 기본적으로 족저궁을 잘 지지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착용하였을 때 오히려 성형을 안 한쪽 발바닥이 더 안정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열 성형을 안한 왼쪽 아치가 더 올라가 있다.
왼쪽 아치와 동일한 라인으로 성형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인솔을 열 성형한 후에 마찬가지로 신발 자체에 열을 가해 물렁한 상태로 만들고 마찬가지로 에어 컴프레서를 이용하여 성형을 진행합니다. 힐 컵 부위와 발목의 일부분이 발 모양에 맞게 변형시키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성형 후 처음 신었을 때의 느낌은 성형한 쪽 발의 뒤꿈치가 더 잘 감싸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성형하는 과정은 다시 소매점으로 나와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신발에 대한 설명을 판매 스텝에게 들으며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유익하고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이 신발을 테스트하는 기간은 불행히도 모두 더운 날씨였습니다. 올해는 특히 이른 더위가 찾아왔기 때문에 실제 장거리 하이킹에서는 사용하지 못하였고 테스트 목적의 당일 산행을 위주로 테스트하였습니다. 이런 신발들은 개인적으로는 겨울철에 선택하여 신기 때문에 이번 리뷰는 다소 제한적일 수 있겠습니다.
보통 가죽소재의 중등산화들의 무게가 800g을 전후한다면 포지의 무게는 10.5 기준 약 664 g으로 가볍습니다. 실제 착용 시에도 착용 전에 예상되었는 무게보다 가벼워 놀랐습니다.
금속으로 된 신발끈 구멍이 없다.
성형 후에 착용한 느낌은 성형이 안된 발의 아치(안쪽 곡면)가 더 돌출되어 있는 관계로 성형이 안된 쪽 보다 오히려 안정감을 주는 느낌이었습니다. 발뒤꿈치 부위는 최초 성형 후 때보다는 감싸는 느낌이 덜했습니다. 포지를 신기전에는 '상당히 무겁고, 딱딱하고, 답답한 신발일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었지만 막상 신어보니 생각 보다 가볍고 부드러웠습니다.
하지만 딱딱한 미드솔이 적용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리바운드가 있는 쿠셔닝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리바운드보다는 지지력과 탄성이 있는 쿠션을 좋아하는데, 포지의 경우 일반적인 트레일에서는 괜찮은 느낌을 주었고, 간헐적인 바위가 나타나는 구간에서도 견고한 느낌 때문에 안정적인 느낌이 들었고 안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스팔트나 포장된 도로에서는 역시 다리 전체로 충격이 많이 전달되었습니다.
고리 웨빙은 착용을 용이하게 도와준다.
포지는 무엇보다 열 성형의 체감이 잘 느껴지는지가 최대 관건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체감하기 미미했습니다. 저의 발은 특별하지 않은 일반적인 발입니다. 토-박스는 다소 넓고, 부드러운 신발을 선호하는 데 성형을 한 왼발이던 오른발이던 특별한 차이가 없이 똑같은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하이킹 후에 왼쪽 발이 오른쪽 발에 비해서 특별히 피로도가 적다던가, 운행 시에 왼쪽 발이 더 편하다 등의 느낌이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성형이 필요한가? 일반적인 발 모양과 달라서 신발 착용 시 불편함이 있으신 경우에는 필요한 것으로 보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꼭 필요하지는 않다는 것이 저의 결론입니다. 토-박스의 경우 많이 넓지는 않지만 열 성형과 관계없이 양쪽 모두 편했습니다. 특별히 발볼이 크지 않다면 불편함은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포지의 착용감을 정리하면 일반적인 중등산화 보다 무겁지 않아 비교적 가벼운 느낌이며, 신발 내부는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다만 딱딱한 바닥을 가지고 있어 트레일 러닝화나 트레일 러닝화를 베이스로 한 하이킹 부츠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어려운 신발이 될 것.
이 신발의 디자인에 가장 큰 특징은 전형적인 혀가 없다는 것입니다. 겹쳐지는 방식으로 이것은 스키나 스노보드 부츠를 연상시키고 그것에서 고안한 방식일 것입니다.
이 방식이 상당히 발을 잘 감싸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혀 디자인으로 인해 점점 신발 끈이 풀립니다. 여기에는 얇은 신발 끈도 한몫 거듭니다. 신발 끈은 계속 느슨해집니다. 지금 같은 계절에는 다시 묶으면 괜찮겠지만 게이터나, 겨울철에 스패츠 등으로 밀폐되어있다면 매우 불편하고 번거로운 일이 될 것입니다. 좀 더 두꺼운 신발 끈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디자인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단부 3개의 후크 중 첫 번째 후크는 신발 끈을 걸면 고정되는 셀프-락킹 기능이 있습니다. 꽤 좋은 기능으로 좀 더 편안하게 신발 끈을 고정할 수 있습니다.
이 신발의 아웃솔에는 매우 딱딱한 비브람 메가그립(VIBRAM® Megagrip)이 사용되었습니다. 테스트 착용 거리가 30km 이하로 짧기 때문에 마모도에 대해서 정확하게 전달은 못하겠지만 보통의 메가그립 러그보다 강성이 강하기 때문에 마모가 적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밑창 사이에는 발포소재의 얇은 레이어가 있는것으로 보입니다. (구멍 사이로 보이는 오렌지색 부분) 접지력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좋았습니다. 한국 지형에서는 모두 대응할 수 있을 정도의 접지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됩니다.
하체가 엄청 크게 퍼지는 형상은 아니지만 횡방향 안정성은 발목의 지지력과 연계되어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발꿈치를 따라 들어갔던 라인이 다시 퍼지는 디자인도 어느정도 영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강한 토-프로텍션을 가지고 있고, 어퍼는 1.8mm 누벅 가죽으로 되어있습니다. 아웃라인을 따라 한 번 더 보강이 되어있어 외부 충격에 발을 잘 보호해 주었습니다.
장기간 사용에 대한 내구성을 지금 상황에서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현재까지 특별한 외상은 없었고, 만듦새는 좋아 보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업데이트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신발은 GORE-TEX 멤브레인으로 라이닝 되어있습니다. 테스트 환경에 계곡이나 비가 오는 상황이 없었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테스트해보았습니다. 혀 부분으로 직접적으로 수분이 가해지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방수 성능을 유지하였습니다.
혀 부위에도 어느 정도 방수가 되었고 강한 물줄기가 지속되면 안쪽으로 물이 스며 들었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외부 물에 의해서 내부가 젖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테스트 환경에서 30도를 넘나드는 기온이었기 때문에 이런 신발의 통기성을 평가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지금 같은 계절에 신기에는 더운 신발입니다.
이 신발의 가격은 30만 원 초중반대로 시장에 유통되고 있습니다. 결코 싼 가격은 아니지만 저의 경우 겨울철 사용에 문제가 없고, 수년간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이 확보된다면 수용할 수 있는 가격이라고 생각합니다.
포지 같은 스타일의 신발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중등산화를 신는 사용자가 좀 더 얇고, 부드러우며, 가벼운 신발을 찾는다면 괜찮은 선택지라고 보입니다. 저의 경우에 열 성형에 대한 효과가 크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발 모양으로 커스텀 마이징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사용자에 따라서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것을 단점으로 판단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인위적인 내수성 테스트는 어떻게 보면 실제에서보다 더 강하게 테스트한 부분이라 신뢰할만 수준입니다. 그래서 겨울철 눈에서 착용이 더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혀를 없애고 겹처지는 발목 디자인으로 인해 신발 끈이 지속적으로 느슨해지는 것은 이 신발의 최대 단점입니다.
결론. 신발은 다소 투박하고 무거워 보이지만 생각 보다 가볍고 부드럽다. 딱딱한 바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쿠션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무리가 있다. 트레일 러닝화를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겨울철에 선택적으로 사용할만한 부츠로 판단된다. 내구성이 확보된다면 가격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C.A.S 열 성형 기술을 최초로 하이킹 부추에 적용한 점은 높이 평가하고 흥미로운 부분이지만 적어도 나에겐 결과적으로 '혁신적'이진 않았다.
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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