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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70310 ~ 20170311
거리
17 km
 시간
7 시간

2일차: 금산 ~ 상주은모래비치 - 천하몽돌해변

이튿날 아침. 날씨가 좋지 않았다. 하늘만 보면 당장 비가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오늘은 휴양림에서 출발 보리암 - 금산 - 금산 산장 - 남해 바래길 3코스 구운몽 길을 걸어 어제의 출발지가 도착지가 되는 코스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지니 금상첨화.




휴양림 산책길


오전의 날씨는 흐리지만 휴양림 산책길을 따라 걷는 길은 차분하고 좋았다. 매표소 방향의 큰 길로 가지 말고 꼭 주차장 방향 화장실 옆 산책길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짧긴 해도 비교적 긴 코스를 시작하는데 안성맞춤이다.




등산로에 들어서면 우측으로 순천바위가 있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거친 숨소리를 동반한 잠깐의 오름 끝에 다시 임도로 접어든다. 등산로를 빠져나와 왼쪽 임도로 가면 어제 지나온 정상 방향이고, 오른쪽은 금산으로 가는 방향이다. 아침의 새소리를 들으며 임도를 따라 20분 정도 걷다 보면 임도를 버리고 드디어 등산로를 만나게 된다. 이제 제법 등산을 하는 느낌이지만 고도는 이미 많이 올라와 있어 그리 힘들지 않게 금산 방향을 쫓아 걸을 수 있다.




예고없이 나타나다. 남해바다


능선을 따라 살짝살짝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면 멀리서 보이던 송전탑이 어느새 왼쪽 눈앞에 나타난다. 그 길 끝에는 산불 감시초소가 있다. 산불초소 안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소리를 뒤로하면 갑자기 남해바다가 눈앞에 나타나며 조망이 터진다. 그리고 오른쪽 귓가에 들리는 사람들 소리에 따라 고개를 돌리면 삼삼오오 형형색색의 옷을 차려입은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 머지않아 금산 우측 보리암 등산로와 합류하게 됨을 의미한다.




산불 감시초소부터 보리암을 향하는 등산로와 합류하기 전까지 10분 남짓의 길은 참 좋다. 바로 앞으로 펼쳐지는 바다는 보통 등산에서 경험하기 힘들기도 하고 말이다. 바다를 감상하면 발걸음을 옮길수록 웅성거리는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보리암으로 향하는 포장된 도로에는 일찍부터 사람이 참 많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로 아래 탐방지원센터 앞까지 차가 올라올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코스를 선택하면 금방 금산 정상을 탐할 수 있지만, 조금만 늦장을 부린다면 차 안에서 주차장까지 극심한 정체를 경험한다고 한다. 이왕 산에 오는 거 천천히 걸으며 온전히 느끼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아무렴 역시 음미하는 게 더 좋다. 그런 감정과 느낌이 모인 여행은 길고 큰 여운을 만들어 남긴다.




금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


따뜻한 남쪽을 낱낱이 만끽하고자 반바지를 입고 온 나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보리암까지는 관광객이 더 많아서 더욱 그런가 보다. 주차장을 경유해서 오르면 문화재 관람료라고 해서 1,000원을 받는다고 한다. 일단 아침부터 1,000원을 번 셈이다. 보리암에서 금산 산장으로 바로 갈 수도 있지만 정상까지 20분도 안 걸리기 때문에 가 보기로 한다. 오르는 길에 대나무 길이 있어서 느낌이 새롭다. 정상까지 안 걸을 이유가 없으니 꼭 들렀다가 가는 것이 좋겠다. 정상에 오르면 망대가 있고 사방을 다 조망할 수 있다.




금산산장


다시 왔던 길을 내려오다 우측으로 빠지면 금산 산장 방향이다. 금산 산장은 최근에 1박2일과 불타는 청춘에서 소개되면 엄청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우리 역시 1박2일에서 처음 알게 되어 코스를 짰으니 말이다. 금산 산장도 한 번쯤 가볼 만하지만 잠시 후에 만나게 될 쌍홍문에 비할 바는 아니다. 금산 산장에는 식사와 파전 막걸리를 먹을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금산 산장을 위해 금산에 온 것 같다. 그래도 다행히 아침부터 서둘렀기에 자리 하나 차지하고 파전과 막걸리를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었다. 바다가 조망되는 소위 명당이라는 자리는 경쟁이 심한듯하다. 먹고 있는 와중에 다음 자리를 취하고자 사람들이 둘러서면서 먹는 걸 구경 당하는 꼴이 되었다. 




일단 정식 메뉴도 있는데 나물과 국 같은 것들로 구성된 것 같고 가격은 9,000원이며 2인 이상부터 주문이 가능하다. 사전에 조사한 정식 메뉴의 대한 후기가 그리 좋지는 않아서 우리는 파전과 막걸리를 먹기로 했다. 막걸리는 반 통도 파는데 6,000원이다. 1.5L 병 기준이기 때문에 750ml보다는 더 주시는듯하다. 파전은 한판에 10,000원이다. 맛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해물파전이 무색하게 오징어가 몇 개 안 들어가긴 했지만 말이다. 특히 간장소스가 맛있었다. 직접 담갔다는 막걸리는 개인적으로는 취향 저격이었다. 홀짝홀짝 금방 통을 비웠다. 이런 장소에서 뭔들 안 맛있게 하겠지만은 장소는 거들 뿐이다.




우리는 금산 산장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었고 이곳까지 오는데 스트레스가 없었기에 금산 산장은 꽤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혼잡한 도로와 싸워가며 오직 금산 산장을 바라보며 왔다면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주말에 이곳은 여유보다는 부산스러움과 혼잡함이 더 하기에... 어쨌든 산장 건물도 그렇고 한 번쯤 올만한 가치가 있다.




남해 바래길 3코스 구운몽길


점점 많아지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해진 산장을 뒤로하고 쌍홍문 방향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여기서 하산 방향은 쌍홍문방향으로 바로 내려오거나 금산 산장 서쪽으로 내려와야 하는데, 두 방향 모두 바래길과 합류할 수 있다. 서쪽 방향으로 하산하면 3코스의 시작점인 벽련부터 걸을 수 있고, 탐방센터 쪽으로 내려오면 상주은모래비치부터 걸을 수 있다. 우리는 일정을 고려하여 탐방센터로 내려와 마을 길을 걸어 상주은모래비치에서 3코스로 합류하기로 한다.




이번 하이킹에 가장 좋았던 포인트는 바로 쌍홍문이다. 금산 보리암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는 '쌍홍문'은 원래 천양문으로 불리다가 원효대사가 두 굴이 쌍무지개 같다고 하여 부른 데서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이곳을 지나는 것은 잠깐이지만 어린 시절 즐겨읽던 무협지의 한 페이지에 들어온듯한 느낌을 들게 했다. 그 시절 상상했던 모습과 참으로 일치했다. 어떤 바위를 조작하면 기관이 작동해서 비밀의 문이 나올 것 같았던. 뭐 그런. 하이커라면 이런 곳에서의 하룻밤도 꿈꿀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불가능 한 곳이다. 한동안 문 밖으로 보이는 바다를 멍하니 내려보다 발걸음을 옮긴다.




이제는 금산 탐방지원 센터까지 쭉 내리막이다. 내려갈수록 날씨가 좋아진다. 위에 있을 때 좋아지지 않았냐며 하늘을 원망해 보지만 그래도 좋아지는 게 어디인가. 앞으로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길을 걷지 않겠는가 하고 위로해본다. 고도와는 반대로 기온이 점점 높아지고 이제 반바지는 제법 잘 어울린다.




상주 마을길을 걷다 만난 엄마와 새끼 강아지


하산 후 탐방지원 센터를 지나면 자동차 도로와 만나게 된다. 도로를 따라 상주은모래비치까지 걸어야 하는데 이 길은 남해의 주도로다. 때문에 차들의 통행이 빈번하다. 그래서 최대한 차가 없는 말을 길로 우회하여 은모래비치까지 이동했다.



송림 보호구역


해변에 들어서자마자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송림 숲의 소나무들이 참 근사하다. 따뜻한 날씨에 평화로운 해변 분위기가 참마음에 들었다. 잠깐 쉬었다 갈까도 했지만 예상보다 시간이 지체되어 계속 걷기로 한다.




은모래비치의 모래는 정말 고왔고 물빛은 제주를 닮아 아름다웠다. 송림 보호구역 외에 지정된 야영장소를 이용한다면 이곳도 괜찮은 숙박장소다. 야영을 하지 않고 숙박시설을 이용한다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해변을 따라 걷다 보면 길의 끝에 닿기 전 왼쪽 방향 산길로 들어선다. 다시 사람 통행이 없는 길로 접어들게 된 것.




이제 바다를 바라보며 해안을 따라 쭉 걷게 된다. 이런 길이 좋기는 한데 너무 길면 또 지루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영덕 블루로드처럼 말이다.  하지만 적당한 거리라서 전체적으로 보면 임도, 등산로, 마을 길, 해안길이 적절하게 밸런스를 맞추고 있다.




금포마을에서 만난 귀염둥이


상주에서 4km 남짓 바다를 만끽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금포마을에 도착한다. 사실 만끽이라고 하기엔 조금 지쳐있었지만. 금포에서 천하 몽돌해변까지는 1km가 채 안된다. 다만 이정표나 리본 같은 것들이 부족해서 마을 안에서 방향을 찾느라 헤매기도 했다. 보완이 필요한듯하다.




금포마을


조용한 금포마을의 귀염둥이를 뒤로하고 더 조용한 천하마을로 향한다. 점점 조용하고 작아지는 것이 끝나가는 이번 여행처럼 페이드아웃된다.


마치며


이번 하이킹 기사는 걷는 거리만큼 분량의 차이가 컸습니다. 남해 바래길과 금산 코스는 전체적인 균형이 참 좋았습니다. 첫날의 피로도를 감안한 길지 않은 임도 코스와 편안하게 머물렀던 남해편백휴양림. 임도, 산길, 마을 길, 해안길 등 다양하게 장면이 전환되었던 둘째 날까지 말입니다.


더불어 다시 출발지로 돌아오는 편의도 있으며, 핫플레이스까지 돌아볼 수 있는 좋은 하이킹 코스라고 스스로 평가해 봅니다. 남해까지 정말 먼 거리이긴 하지만 3일을 할애할 수 있다면 1박 2일 동안 하이킹을 하고 숙소를 잡아 휴식하며 여유롭게 남해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거나 부산, 거제, 여수, 광주 등을 경유하는 여행을 하셔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끝.

Author

강선희
  • Chief editor
Photo kangsai

'남해 1박2일 하이킹' 시리즈 보기

  • 1. 남해 바래길과 금산 하이킹 : #DAY1 천하에서 남해편백휴양림 까지
  • 2. 남해 바래길과 금산 하이킹 : #DAY2 산과 바다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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