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물오름에서 버스를 타고 모슬포 종점에 도착하면 대정읍사무소 사거리에서 내리게 됩니다. 모슬포항 방향은 종점에서 직진해서 계속 내려가면 됩니다. 여기서부터는 올레길 10코스의 종점부터 역방향으로 8코스 중문까지 이동하게 됩니다. 모슬포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5시가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지도에 빨간선은 실제 이동한 경로이며, 하늘색선은 정상적인 올레길 경로 입니다. 올레길 코스 이탈과 합류지점을 마커로 표시하였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모슬포 가마솥국밥
우리는 밥집을 찾아서 항구 안쪽으로 돌아다녔는데요. 실제 GPS를 보면 매우 지저분해서 경로는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앞으로도 경로도 그렇지만 주로 해변을 따라 걷는 올레길은 식당이 대부분 횟집입니다. 개인적으로 회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식당을 찾다가 '가마솥 국밥'을 들어가 보았습니다.
메뉴는 수육 정식과 국밥을 주문하였습니다. 가격은 국밥이 7,000원 정식이 10,000원이었습니다. 정식은 수육과 밥이 나오는 줄 알았으나, 똑같은 국밥에 수육이 추가로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국밥만 시킨 게 바보 같은 순간이었죠. 돼지고기는 얇게 썰어야 맛있다는 '빅마마'님의 말을 방송에서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집도 얇게 썰어 나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맛도 참 좋았습니다. 국밥은 곰탕처럼 진국이었습니다. 간을 적당하게 맞춰 먹으니 이것도 꿀맛이었습니다. 피곤하고 허기진 상태라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에 또 생각나는 맛입니다. 요즘 국가와 국민을 농락한 누구처럼 '곰탕 한 그릇 뚝딱' 먹었지만 저는 한 숟가락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모슬포에 가시게 된다면 한번 먹어볼 만 합니다.
식당을 나오니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휴대폰과 보조배터리를 충전을 해야 했는데, 마침 투썸플레이스 커피숍에 올레길 경로에 있었습니다. 눈치 안 보고 충전하기에는 역시 프랜차이즈가 좋은듯합니다. 한 시간 가량 머물며 배터리를 충전합니다.
하모해변 야영데크
둘째날 야영지는 모슬포항에서 1.2km정도 떨어진 하모해변이었습니다. 충전을 끝내고 나오니 완전히 어두어졌습니다. 야간 사진은 없지만 올레길 10코스는 대부분 도로를 끼고 걷는 코스라 어두워도 걸을만 했습니다. 하모해변에는 야영데크가 있었고 화장실도 가까운 거리에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걷느라 피곤해서인지 금방 잠이들었습니다.
셋째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텐트를 열어보니 날씨가 좋지만은 않습니다. 그리고 반가운 손님도 방문을 했습니다. 마치 자릿값이라도 걷으러 온 듯 총 세 팀이 있었는데 한 곳씩 돌며 먹거리를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보급에는 어려움이 없으므로 가지고 있던 소시지를 건네줍니다. 아침으로 '이마트 일렉트로맨 카레밥'을 먹었는데, 속세로 나와서 그런가 맛이 참 없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많이 걸어야 하기에 여유로운 아침 시간은 아니었지만 잠깐 주변을 돌아봅니다. 하모해변의 야영 데크는 총 8개로 바다 쪽 4개는 작은 데크 차도 쪽 4개는 큰 데크 입니다. 우측에 보이는 것처럼 알파인 텐트는 세동도 가능해 보였습니다. 바로 도로가 있기는 하지만 야간에는 차량 통행이 없는 편이라 수면에 방해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가까운 거리에 편의점도 있고 화장실도 깨끗해서 편안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철수를 시작 하니 백구가 유유히 사라집니다. 백구가 떠나간 방향이 올레길 10코스로 우리도 백구뒤를 따라 걷기 시작합니다. 도로옆 해안을 따라 숲길이 잘 조성 되어있습니다. 이후에 백구와 재회하진 못했습니다.
500미터 정도를 숲길을 따라 걷다가 차도를 건너 본격적으로 밭길을 걷게 됩니다.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입니다. 바다 쪽은 구름이 가득하여 하늘이 보이지 않습니다.
올레길 10코스는 시종일관 산방산과 함께하는 길입니다. 사진은 알뜨르 비행장 가기전 관문같은 곳인데 당시의 시설물로 보였지만 별도의 안내문은 없었습니다.
바람이 제법 불긴했지만 그래도 걷기는 좋은 날씨였습니다. 우뚝 선 산방산은 금방이라도 닿을 것 같이 느껴졌지만 만나려면 아직 긴 시간을 걸어야 합니다.
올레길은 표지판과 리본 외에도 바닥 등에 페인트를 이용해서 방향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하늘색은 정방향 노란색은 역방향을 의미합니다. 그러고 보니 진안 고원길도 이런 방식을 따르고 있는것 같습니다.
일제시대 일본군 비행기 격납고
알뜨르 비행장은 민족의 아픔을 가진 장소입니다. 일제 시대에 현재는 제주국제공항인 북쪽에 정뜨르 비행장과 남쪽에는 알뜨르 비행장이 일제의 대표적인 군사시설이었습니다. 위에 사진에서 봐도 알겠지만 광활한 벌판은 비행장으로 사용하기 적합했겠다는 생각이듭니다.
'가미카제(자살공격)'에 사용된 전투기 '제로센' 복원 조형물
일본 본토에서 날아온 전투기들은 이곳을 중일전쟁의 전초 기지로 삼았고,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들을 공습하였습니다. 패전의 그림자가 짙어질 무렵 자살특공대인 '가미카제'의 훈련을 이곳에서 했다고도 합니다. 사진과 같은 비행기 격납고는 20여개가 있고, 4.3유적지 섯알오름을 가기전에 왼쪽으로 50미터 정도만 들어가면 관련 정보를 담은 안내판과 격납고 내부까지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땅에 이러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소망해 봅니다.
섯알오름 입구에는 스탬프 찍는 곳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찍지 않았지만, 코스 곳곳에 이렇게 올레길 로고 모양으로 만들어진 조형물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스탬프는 올레길 탐방 안내센터나 올레스토어에서 제주올레 패스포트(20,000원)를 구매하여 찍을 수 있습니다. 스탬프 투어를 함께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섯알오름 4·3 희생자 추모비
알뜨르 비행장이 일제강점기의 아픔이라면 섯알오름의 4.3 유적지는 일제강점기 이후 한국전쟁과 남북분단이라는 대혼란의 이데올로기에 벌어진 민간인 학살로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아픔입니다. 이 길을 걷기 전까지 제주도 4·3사건을 전혀 알지 못 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소름 끼치게 부끄럽습니다. 제주도 4.3사건은 단순히 몇 줄로 설명이 안되는 사건입니다. 제주 4·3사건은 한국 현대사에서 한국전쟁 다음으로 인명피해가 극심했던 비극적인 사건이었음에도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들도 제주 4·3사건을 한번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사이트 http://www.jeju43.org
섯알오름 양민 학살 터 안내문
학살 터 관련 안내문의 글을 읽어보니 얼마나 끔찍한 사건이었는지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걷다 보면 길은 참 많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도보여행의 대명사 올레길은 이름만 들어도 설레고 도전적이며 젊음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올레길 10코스 섯알오름에서는 변하지 않은 그 길의 역사와 아픔을 들려주었습니다. 이번에도 길은 많은 걸 깨닫게 하는군요.
학살터를 뒤로 한채 섯알오름을 걸어 송악산 방향으로 향합니다. 섯알오름이 끝나면 바로 송악산과 연결됩니다.
섯알오름을 지나 시야가 훤해지며, 말이 풀을 뜯고 있는 걸 보니 송악산에 다 왔음을 알려줍니다. 송악산은 얼마 전에도 돌아 보았기 때문에 둘러 가지 않고 그냥 지나가기로 합니다. 송악산에는 스타벅스가 있는데 배터리 충전과 카페인 충전을 하기위해 들렀다갑니다. 송악산은 역시 관광명소라 관광객들로 시끌벅적합니다.
스타벅스의 달콤한 휴식을 뒤로한채 이제 점심을 먹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한걸음씩 내딛습니다. 송악산부터는 이런 자전거 도로(보행자겸용)를 상당히 많이 걷게 됩니다. 여전히 바람이 매섭게 몰아칩니다. 어느샌가 지질트레일 구간을 표시하는 리본도 함께 걸려있습니다.
지질 트레일은 산방산, 용머리해안 같은 지질명소를 연결하는 코스 같았습니다. 정리된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송악산부터 용머리해안 산방산까지 올레길 10코스와 겹치는 구간이 많았습니다.
사계해수욕장에 도착하니 높은 파도와 안 좋은 날씨에도 형제섬을 배경으로 서퍼 분들이 서핑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역시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인가 봅니다.
지질 트레일의 사계 해변답게 바위들이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화산과 바다 그리고 바람이 만들어낸 신비한 모습. 바위 위에는 구멍이 뚫려있는데 '하모리 층상의 마린 포트홀'이라고 합니다. 제주도니까 제주도라서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식당가는 길 뒤로는 단산(바굼지오름)이 따라 붙는다
바다를 뒤로한 채 산방산을 둘러 가는 코스로 접어들었습니다. 여기서부터 원래 코스를 살짝 이탈하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점식 식사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역시 해안가를 따라 나타는 식당들은 횟집들이라, 맛있는 생선구이 식당이 산방산 탄산온천 앞에 있다고 해서 코스를 살짝 수정했습니다.
누적된 피로 때문인지 상당히 지칠 무렵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정성스레 만들어 담아내다' 기대가 되는 상호입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은 이럴 때!
생선구이와 돌솥에 나오는 전복밥이 유명한 곳입니다. 생선구이와 전복밥까지 둘이서 먹기에는 부담되어 생선구이와 공기밥을 주문했습니다. 소문대로 맛있는 생선 네 마리가 상에 올려졌습니다. 가격은 25,000원으로 가격 대비 괜찮은 식당입니다. 이렇게 살이 튼실하고 맛있는 생선구이 집도 만나기 쉽지는 않을듯합니다. 만담은 깔끔한 식당으로 추천할만합니다.
다시 올레길 코스로 합류하여 10코스의 시점(우리에겐 종점)화순까지 걸어 갑니다. 가는 길에 귤나무들이 많이 있어 걷는 내내 군침이 돌았습니다.
멀리 9코스의 박수기정이 보이고, 썩은다리를 지나 10코스의 막바지를 향해 다가갑니다. 여전히 갈길은 멀기만 합니다.
화순금모래해변. 주변으로 개발이 한창이다.
9,10구간 제주올레 안내센터
오후 4시 30분 화순 제주올레 안내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10구간의 시작점이자 9구간의 종점입니다. 안내센터 직전에 야영 데크가 있지만 도로와 너무 붙어 있고 바다 쪽이 공사 펜스로 가려져 있어 현재는 야영장소로 적합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내일은 비 소식이 있어 가급적 8코스의 논짓물까지는 가보자며 다시 힘을 내 봅니다.
여전히 바람은 불고 구름은 한가득입니다.
마지막 4편에 계속.
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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