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제주도에 1주일간 머물게 되어서 3박 4일 하이킹을 다녀왔습니다. 코스는 크게 두 파트로 나눌 수 있는데, 한라산 영실 입구에서 돌오름, 영아리오름, 마보기오름, 족은대비악(조근대비악), 감낭오름, 원물오름 등 6개의 오름을 거치며 중산간지대를 만끽하는 코스와 모슬포를 시작으로 올레 10코스, 9코스 8코스 중문까지 남서쪽 해안을 따라 걷는 코스입니다.
김포에서 12시 55분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서 빠져나온 시간이 2시 30분 정도였습니다. 아시다시피 비행기에는 이소 가스를 소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주에 도착해서 구해야 합니다. 건조식과 가스를 구매할 겸 이마트에 들리기로 합니다. 어차피 공항에서 영실 입구까지 바로 가는 버스는 없는데, 버스를 타려면 제주 시외버스 터미널로 가야 합니다. 하지만 영실 입구로 가는 유일한 버스인 740번이 이마트 신제주점을 경유하기 때문에 영실 입구 삼거리까지는 이런 루트로 가면 좋습니다. 입구까지 이동하는 소요시간은 740번 버스가 약 1시간 간격의 배차시간이 있어 2~3시간 정도 잡아야 합니다.
이마트 신제주점 가는 길
원노형 버스 정류장 맞은편에 있는 이마트에서 가스와 산속을 이동하는 1박2일 동안의 먹거리를 구매하였습니다. 2일차 저녁부터 시작되는 올레길 코스에는 식당과 편의점들이 즐비해서 보급에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죠.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내린 원노형 버스 정류장은 740번 승차지점과 동일하기 때문에 물품 구매 후 다시 돌아가면 됩니다.
740번 버스는 제주 터미널에서 원노형까지는 10분 정도 소요되는데 제주도의 버스들은 대부분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니 어플 등을 이용해서 미리 확인하고 정류장에서 대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영실 삼거리 입구까지는 30~40분 소요됩니다.
하절기 4월1일 ~ 10월31일 | 동절기 11월1일 ~ 3월31일 |
6:30 | ㆍ |
8:00 | 8:00 |
9:00 | 9:00 |
10:00 | 10:00 |
11:00 | 11:00 |
12:00 | 12:00 |
13:40 | 13:40 |
15:00 | 15:00 |
16:00 | ㆍ |
영실 입구 삼거리. 평일이라 조용한 1100도로
버스는 약 30 분을 달려 영실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고도가 1000미터가 넘다 보니 시내보다 제법 춥다고 느껴집니다. 돌오름 입구까지는 버스를 타고 온 방향으로 약 500m를 거슬러 걸어야 합니다.
1,2일차까지의 코스는 영실 입구 삼거리 - 돌오름 - 영아리오름 - 마보기오름 - 조근대비악 - 감낭오름 -원물오름을 거치는 코스로 원물오름까지는 약 21km입니다. 원물오름에서 버스를 타고 모슬포로 이동후에 4일차까지 올레길 10,9,8 코스를 역방향으로 걷게 됩니다.
적막한 돌오름 입구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라서 돌오름의 입구는 소박합니다. 여기서부터 한라산 중산간 지대를 만끽하며 걸을 수 있습니다. 터미널발 오후 4시 버스를 탔기 때문에 본격적인 걷기 시작한 시간은 5시가 다 되었습니다. 날씨도 안 좋은데 일몰까지 한 시간 가량 밖에 안 남았습니다.
입구를 통과하지 마자 울창한 숲길이 시작됩니다. 사실 한라산 등반코스들의 정비된 길보다 임도와 산길이 섞인 한라산 둘레길이 산림욕을 하기에 더욱 좋다는 생각입니다. 조성된 등산로는 백록담을 보기 위한 통과의례 같다나 할까요? 깊은 숲 속으로 발을 뗄 때마다 점점 어둠이 스며듭니다.
돌오름길은 한라산 둘레길의 일부구간으로 진행시 돌오름길 방향으로 진행하면 됩니다. 한라산 둘레길은 일제 강점기 때의 병참로와 임도, 표고버섯 재배지 운송로 등을 활용하여 서귀포 자연 휴양림, 돈내코 청소년 수련원, 사려니 숲길, 한라 생태 숲, 관음사 야영장, 천아 오름 수원지, 노로 오름, 돌 오름 등을 연결한 숲길입니다.
현재는 돈내코나 어리목부터 출발하여 윗세 오름과 영실을 거처 서귀포 자연휴양림 1박 후 본 포스팅의 코스와도 연계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한라산 남벽 코스가 개방되면 관음사부터 출발해서 백록담을 경유 한라산 둘레길을 연결하는 멀티 데이 하이킹 코스도 생각해 볼 수 있게 됩니다.
산짐승의 뼈가 심상치 않다
색달천
길이가 13km에 달하는 색달천의 상류를 건너게 되는데 바위들이 참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색달천은 한라산 중턱부터 중문 천제연폭포까지 이어지는 계곡입니다. 비가 내릴 때만 물이 휩쓸려 내려가는듯한데 우천 시 도강에 주의해야겠습니다.
해 질 녘의 숲 속. 내륙에서는 느끼기 힘든 분위기를 체감하게 한다
색달천을 지나 숲길을 겉다보면 다시 임도와 만나게 되는데 돌오름길의 끝 지점 이자 천아숲길의 시작점입니다. 돌오름을 가려면 쓰레기 매립장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한라산 둘레길의 안내판의 하늘색 컬러가 눈에 띕니다. 녹색의 주를 이루는 지형에서 적절하다고나 할까요?
돌오름 정상으로 가는 초입의 삼나무길
돌오름 입구에서 돌오름 정상과 쓰레기 매립장 방향으로 나뉩니다. 다음 목적지인 영아리오름은 어느 길로 가도 연결이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떠한 이유에서 다음날 아침 돌오름 입구로 돌아와서 쓰레기 매립장 방향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돌오름 정상으로 가는 길 초입의 삼나무 숲은 정말 멋있습니다. 빼곡한 삼나무 사이를 걷는 기분은 참으로 좋습니다.
삼나무 숲을 지나면 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성한 제주조릿대가 펼쳐집니다. 돌오름 정상까지는 입구에서 약 20분 정도 소요되는데 5할 이상은 이런 상태이니 리본 표식을 따라 이동하면 됩니다. 돌오름까지 사람의 통행이 거의 없는 것 같은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돌오름 정상 근처에 도착하니 완전히 어두어 졌습니다. 서둘러 야영 준비를 하고 침낭에 몸을 넣으니 고요합다. 간간히 비행기 지나는 소리와, 개짖는 소리와 비슷한 노루울음소리가 정적을 깹니다. 그렇게 하루가 갑니다.
둘째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부터 멧돼지 소리가 반대편 쪽 언덕 아래로 부터 들려옵니다. 서둘러 검색을 해보니 최근에 주변에서 멧돼지 목격담이 있었습니다. 이른 새벽은 멧돼지가 먹이를 활동을 활발히 하는 시간이라 조용해 지기를 기다려 봅니다. 해가 완전히 뜬 시간 밝으로 나가 주변을 살펴보니 돌오름 정상은 나무가 많아 주변이 조망이 안되었습니다. 그래서 딱히 정상은 올라와 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리를 하고 돌오름 정상에서 영아리 오름 방향으로 진행하려고 하니 멧돼지 소리가 가까이 들렸습니다. 우회하기로 결정하고 어제 올라왔던 돌오름 입구로 다시 내려가기로 합니다. 최근에 한라산 중산간에 멧돼지 활동이 활발하다는 뉴스를 보았는데, 되도록 혼자보다는 여러 명이서 행동하시길 바랍니다.
돌오름 입구로 돌아와 쓰레기 매립장 방향으로 걷기 시작하니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멧돼지로 인한 불안한 마음에 삼각대로 쇳소리를 요란하게 냈지만 상쾌한 아침 다음 목적지인 영아리오름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기 만합니다.
2편에 계속.
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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