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라치샌들의 원형은 타라우마라족이 자신의 발사이즈에 맞게 폐타이어를 자른 것이라고 저번 포스팅해서 언급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베어풋샌들은 자신의 발에 최적화시키는게 가장 편하고 베어풋런닝을 하기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로슈즈나 언슈즈등 몇몇 베어풋 샌들 브랜드에서는 각기 다른 발모양에 맞춘 템플릿을 제공하고 그걸 출력해서 자신의 발에 맞는 템플릿을 지정해 주문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플라이샌들은 템플릿의 수는 제한했지만 각 사이즈에 따른 템플릿을 다운받아 자신의 발모양과 크게 어긋나지 않는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세 가지로 나누어 사용자의 용도에 맞춰 고를 수 있게 배려하였습니다.
플라이샌들의 소개
플라이샌들은 해외의 런닝씬에서 이슈되고 있는 달리기스타일인 '베어풋런닝'에 사용되는 베어풋런닝샌들 브랜드입니다. 베어풋런닝은, 첨단화 된 런닝화가 오히려 인간신체의 천연 완충장치(아킬레스건, 족저근막 등)를 기능저하시켜 자연스런 달리기를 방해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으며, 2009년 출간된 베스트셀러 '본투런'을 통하여 대중들에게 널리 전파되었습니다.
탄생 과정 및 준비기간
베어풋런닝을 처음 시작하던 때에는 비브람 파이브핑거즈가 제가 구할 수 있던 유일한 베어풋런닝슈즈였는데요, 발볼이 넓은 전형적인 동양인 족형인데다가 왼쪽 엄지발가락은 무지외반증을 겪고있어 도저히 파이브핑거즈를 신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타라우마라족처럼 정말로 폐타이어를 잘라 후아라치를 만들어 신었습니다. 그리고 점점 베어풋런닝에 빠져들면서 본격적으로 제로슈즈와 같은 해외제품을 직구해서 신기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베어풋런닝샌들 브랜드가 있어 베어풋러너로써 참 즐거운 쇼핑이 가능했지만, 역시나 완벽하게 동양인의 족형에 맞는 제품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핸드크래프트 방식으로 제조되는 베어풋런닝샌들의 제조 동영상을 찾아보며 저만을 위한 샌들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결심에는 사실 직구하는 수입 베어풋런닝샌들의 비용이 부담스러웠던 것도 한몫 했습니다. 하프마라톤을 준비할때는 한달에 샌들을 두번 갈아치웠는데, 거진 20만원이 들었거든요. 그렇게 시간이 1년정도 흐르니 어느샌가 샌들을 마크7까지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쯤되니 그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을 생각할 때 저혼자만 신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본래의 전공과 직업 또한 시각디자인, 브랜딩이었던지라 런닝샌들을 제가 가진 모든 능력을 이용하여 상품으로써 다듬어 시장에 런칭하게 되었습니다.
베어풋샌들,베어풋러닝이 아직 한국에서는 대중적인 키워드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베어풋샌들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초기에는 사업에 목적을 두고 샌들제조를 시작하진 않았구요. 브랜드런칭을 결심한 구체적 계기를 물으시는 것이라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가 베어풋런닝을 즐기는 동안, 함께 운동하는 지인들에게 베어풋런닝을 많이 추천해왔었는데요, 대부분 아주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에 제 나름대로 베어풋런닝 문화가 크로스핏이나 요가처럼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언제가는 한국에도 정착될 것이라고 확신이 서게 되었고, 당장에도 한국에 베어풋러너가 많이 존재하지만(네이버 맨발달리기카페) 저만큼 베어풋런닝샌들을 제대로, 많이 만들어본 사람은 없다는 판단하에, 지금부터 열심을 다해 아이템을 개발하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해 놓으면 추후에 사업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평소 베어풋러닝외에 일반적인 런닝을 얼마나 실천하고 계시는지, 그렇다면 기간은 얼마나 되셨나요
브랜드를 런칭하기 전 평범한 직장인 이었을 때에는 일주일에 세번정도 맨몸근력운동 또는 주짓수를 하고 인터벌 달리기로 운동을 마무리했구요. 주말이 끝나는 일요일 저녂에는 항상 집앞 공원에서 10km 달리기를 했습니다. 인터벌 달리기는 아무것도 신지않은 맨발로 수행하고 10km 달리기는 두께 5mm이하의 얇은 후아라치형 베어풋런닝샌들을 착용하고 수행하였습니다.(현 플라이샌들 요기모델) 2015년 부터는 브랜드를 런칭하느라 위와같은 주기가 깨졌는데요, 그래도 주1회 런닝은 억지로라도 해내고 있습니다. 이처럼 달리기를 의식적으로, 주기적으로 시작한 것은 27살에 레슬링(노기주짓수)을 취미로 시작하면서 훈련 과정의 일환으로 였습니다. 레슬링을 시작하면서 오랫동안 피웠던 담배를 끈었는데, 금연과정에서 달리기가 도움이 많이 되서 담배생각이 날 때마다 달리다 보니 금방 습관이 되었습니다.
베어풋러닝을 실천하면서 느낀 매력
매력이라기 보다는 효과라고 해야 할까요?
저는 2009년에 모터사이클 사고로 인해 왼쪽 무릎에 조금의 후유증을 가지게 되었는데요, 그 이후로 달리기를 할 때 마다 무릎통증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3년 경에 운동을 하다가 알게된 외국지인에게 베어풋스타일 주법을 추천받고 베어풋런닝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1년의 시간동안 기대이상의 긍정적 변화를 체험했습니다. 무릎통증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하프마라톤을 완주 할 만큼 증상이 호전됐고, 교정을 해도 다시 재발하던 무지외반증도 더이상 재발하지 않게 되었습니다.(후에 알고보니 무릎통증 때문에 달리기 자세가 흐트러져 아픈쪽 다리의 발목이 내회하는 것이 원인 이었습니다) 이 두가지 만으로도 저는 베어풋런닝에게서 본전은 뽑은 느낌입니다.
베어풋러닝 외에 즐겨하는 액티비티가 있나면?
날씨가 좋은 주말이면 고민하지 않고 아웃도어로 나가는 편입니다. 등산은 4계절 모두, 백패킹은 봄과 가을에 가끔씩 즐깁니다. 여자친구도 자연을 좋아 하는지라 현재 거주지인 안산, 수원, 안양 용인 등지의 왠만한 산은 안가본 곳이 없을 정도인데요, 특히 용인은 숨겨진 명소가 아주 많아서 저희에겐 보물 같은 곳입니다. 또한 4X4오프로드캠핑이 가능한 스팟이 많아서 차로도 많이 방문하는 곳입니다.
아웃도어샌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원래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은 퇴색된 느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플라이샌들은 그런 측면에서 전면적으로 베어풋과 타라후마라 본투런 등의 키워드를 강조하는 것이 굉장히 인상깊었는데 그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본래 베어풋러너이며, 샌들을 만들게 된 계기 또한 제가 사용할 제품을 시중에서 구할 수 없어 만들게 된 것이었기 때문에, 브랜드의 컨셉에 자연스레 저의 이러한 색이 반영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저 또한 사업으로써 플라이샌들을 전개하는 것이기에 어느 정도 수익성, 사업성에 대한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제가 잘 알지도 못하는 패션, 라이프스타일 잡화의 수요층에 포커스를 맞추어 브랜드를 키워간다면 그다지 경쟁력을 가지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평소 패션센스에 대해 악평을 많이 듣습니다) 그래서 그냥 단순하게, 내가 가장 잘 할수 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으로 맨발달리기에 최적화 된 샌들을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일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었습니다.
베어풋러닝을 알리기위해 준비하고 있는 움직임이 있다면?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한국에는 마라톤 인구가 굉장히 많습니다. 아마 중독성이 강한 운동이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그 마라톤씬 내에서 신기하게도, 본투런을 읽어보지도, 해외의 베어풋런닝 열풍을 접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베어풋런닝을 수년간 실천하고 계시는 중장년층 베어풋러너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심지어 그 분들이 출간한 맨발달리기 관련 서적도 많습니다. (본인들이 샌들을 직접 제작하여 신는 것은 기본입니다) 플라이샌들은 이러한 베테랑 베어풋러너들을 적극으로 지원함과 동시에, 새롭게 베어풋런닝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베어풋런닝의 필수정보를 알려주는 것을 브랜드 자체의 홍보보다 우선순위에 두기로 하였습니다. 베어풋런닝과 관련한 정보를 전달하는 창구로는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중이며, 새로운 운동문화를 찾는 젊은층에게는 각종 SNS를 통해서 베어풋런닝이란 문화를 노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보다 더욱 열심인 것은, 지역단위에 뿌리를 두고 있는 달리기 동호회를 중심으로한 베어풋런닝의 홍보입니다. 트랜드에 이끌려 한순간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닌, 몇년이 지나도록 플라이샌들에게 관심을 보여주실 분들은 역시나 베테랑 러너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베어풋샌들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혹은 개선방안
다른 베어풋런닝샌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샌들의 어퍼(상부)를 분리해서 설계하였다는 점입니다. 전통적인 후아라치의 구조에서 모티브를 따온 베어풋런닝샌들의 구조는 하나의 끈으로 어퍼를 묶는 방식을 사용하는데요, 개인적으로 이와 같은 방식은 얇은 끈을 사용하는 후아라치에는 최적이지만, 폭이 넓은 웨빙을 사용하는 베어풋런닝샌들에는 단점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어퍼가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으면 한부분을 줄이면 다른 부분도 모두 같이 조여지는데, 이러한 구조는 샌들이 벗겨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어퍼를 빈틈 없이 조여주어야 하고, 이런 방식을 불편해 하는 사용자가 꽤 많기 때문입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어떤 과정으로 제작이 이루어지는지, 그 과정에 따른 애로사항
현재 아웃솔 부분은 안산 신길동에 위치한 자체 공장에서 가공되며, 그 외 샌들의 어퍼(상부)가공 및 조립, 검품, 패키징, 택배발송은 안산 문화광장에 위치한 아몬드디자인 사무실에서 이루어 집니다.
핸드크래프트 방식이 어떤 부분에서는 맞다고 생각하지만 조급함을 많이 느끼는 한국 고객들이나 주문량이 많아지면 감당하기 힘들어질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장기적으로도 지금 방식을 고집할 생각이신가요?
플라이샌들은 모든 생산 과정이 핸드크래프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요, 이는 제품의 유니크함을 위한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기존 샌들과 달리 생소한 구조의 플라이샌들을 생산하여 줄 수 있는 신발공장을 찾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거진 7군데 이상의 공장에서 번거로운 작업내용과 작업에 필요한 기능교육의 문제를 언급하며 하청을 거부하였고, 불량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질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결국 저희는 중대한 사업의 기로에서, 당장의 이윤을 포기하더라도 브랜드의 장래성에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생산설비를 매입하여 핸드크래프트 메뉴팩쳐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4명의 인력 만으로 모든 플라이샌들을 생산하고 있으나, 장차 수익성이 궤도에 오르면 비용을 더 투자하여 샌들의 기능과 컨셉을 절대 해치지 않는 선에서, 현재의 생산방식보다 대량생산에 적합한 방식으로 바꾸려는 계획이 있습니다.
평소 제품을 대하는 철학이나 좋아하는 스타일(브랜드)
제품을 대하는 거창한 철학 같은 것은 없습니다만, 브랜딩을 시작하면서 다짐한 것은 있습니다. 보여지는 겉모습만을 흉내내는 브랜드, 이미지와 컨셉만을 차용하는 브랜드가 아닌 'REAL'한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것입니다. 아이돌 음악만을 들으면서 ACDC 프린트가 되어있는 티셔츠와 라이더쟈켓을 입은 패션피플들은 저에겐 별로 멋져 보이지 않습니다. 껍때기만 있는 문화에는 결국 사람을 감동시키는 무언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멋지다고 생각해온 브랜드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플라이샌들과 관련한 분야에서 꼽자면 '제로그램' 입니다
어떤 브랜드가 되고 싶은지
우선은 어느정도 수익을 내는 브랜드가 되고싶습니다. 돈이 없으면 결국 아무런 행보도 이어가지 못하게 되니까요, 그리고 동시에 사람들의 생활에 조금이라도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하고싶은 말
일방적으로 방향을 제시하는 수직적인 위치의 브랜드는 할 수 없는 일, 보다 친근한 위치에서 소비자와 영향을 주고 받으며 플라이샌들을 전개하고 싶습니다.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