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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예보가 있었습니다.

 

행사를 취소할 만큼의 강수량은 아니었지만, 참가자들에게는 분명 고민이 되는 예보였습니다. 주말을 기다리며 배낭을 꾸렸을 누군가는 우산을 챙길지 말지 고민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타프를 가져갈지 고민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예정된 시간에 참가자들은 모였습니다.

 

이번 Liter(라이터) #2는 경기도 가평 연인산 일원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베러위켄드가 제안하는 소규모 커뮤니티 프로그램인 Liter는 많은 사람보다 선명한 관계에, 이벤트보다 경험에 더 가까운 시간을 만들기 위해 시작된 프로그램입니다. 이번에는 그 경험에 비가 더해졌습니다.

 

 

연인산의 숲은 비를 맞으며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마른 날에는 평범하게 지나쳤을 계곡은 거센 물소리를 내며 흐르기 시작했고, 흙길은 물길이 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젖은 바위를 디디며 조심스럽게 계곡을 건넜고, 때로는 신발이 젖는 것을 포기한 채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비가 오는 산행은 불편합니다. 옷이 젖고, 배낭은 무거워지며, 평소보다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 덕분에 오히려 모두가 같은 풍경을 바라보게 됩니다.

 

누군가 먼저 건너고, 뒤따르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고, 미끄러운 바위를 알려주고, 건너편에서 기다려 줍니다. 이번 산행에서는 그런 장면이 반복되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참가자들의 태도였습니다. 비 때문에 일정이 망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평소보다 풍성한 계곡과 짙어진 숲의 색, 그리고 예상치 못한 상황 자체를 즐기려는 모습이 더 많이 보였습니다.

 

 

누군가는 우중 산행이 처음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이런 날이 더 기억에 남는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베러위켄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바로 그런 부분입니다.

 

좋은 날씨에 걷는 것은 누구나 좋아합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른 상황 속에서도 자연을 경험하고, 그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을 때 비로소 하이킹은 조금 더 넓은 의미를 갖게 됩니다.

 

저녁에는 야영지에 도착해 각자의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젖은 장비를 말리고, 텐트를 설치하고, 음식을 나누며 하루를 정리했습니다.

 

 

어둠이 내려앉은 뒤에는 불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였습니다.

 

거창한 프로그램은 없었습니다. 장비 이야기, 최근 다녀온 산 이야기, 앞으로 가보고 싶은 길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졌습니다. Liter가 지향하는 시간은 늘 이런 모습에 가깝습니다. 누군가 강의를 하고, 누군가 듣는 구조가 아니라, 함께 걷고 함께 머무르며 자연스럽게 관계가 만들어지는 시간 말입니다.

 

이번 Liter는 결과적으로 비 때문에 특별해진 행사가 아니라, 비가 왔음에도 예정대로 흘러간 행사였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연은 언제나 우리의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비가 올 수도 있고, 길을 돌아갈 수도 있으며, 예상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 모든 변수까지 포함해 받아들이는 것.

 

이번 연인산에서의 하루는 그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Liter에서도 우리는 좋은 날씨를 기대하겠지만, 만약 또 다른 비가 찾아온다면 그것 역시 하나의 풍경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길 위에서 만나는 경험은 언제나 계획보다 조금 더 풍부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Photos

Author

강선희
  • Chief editor & Founder
Photo kangsai, kz.7 | Fujifilm X-H2 + XF16-8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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