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싱을 산 뒤로부터 취미생활 삼아 간단한 것들은 만들어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기본 상식조차 전혀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중고로 싱거 4423이라는 모델을 구입했었는데, 맨땅에 헤딩한다는 느낌으로 유튜브에서 바늘에 실 꿰는 방법부터 시작했었죠.

그동안 틈틈이 여러 가지를 만들면서 이제는 구조가 단순한 것들은 그럭저럭 만드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간단한 파우치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사코슈, 에코백, 크로스백 등을 만들었었어요. 물론 기성품에 비하면 품질이 형편없죠. 겉은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는데, 뒤집어보면 속에는 재봉이 엉망진창인 경우가 많답니다.

'프로젝트'라고 말하기가 참 민망한데요, 미싱을 시작한 뒤로 가장 큰 프로젝트는 자전거 프레임 백(Frame Bag)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예전에 울진으로 바이크 패킹을 다녀온 뒤로(울진으로 떠난 2박 3일 바이크 패킹 기사 참조) 내 MTB 자전거에 딱 맞는 프레임 백을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에게는 꽤 도전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동안에는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대로 대충 만들어 왔는데, 자전거 프레임 내부 크기를 측정해서 딱 맞는 사이즈로 제작을 해야 했고, 2D 로만 만들어 왔는데 볼륨감을 살려서 3D(입체적)로 만드는 건 거의 처음이었으니까요. 기존에 소소하게 만들던 것들에 비하면 크기도 꽤 큰 편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백 퍼센트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만족할 정도의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그 당시에도 프레임 백을 만드는 김에 기사나 영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볼까 생각하다가 엄두가 안 나서 실행하지는 못했었어요.

프레임 백을 완성한 뒤로 자질구레한 것들을 보관할 수 있는 탑 튜브 백(Top Tube Bag)도 한번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습니다. 근데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프레임 백도 만드는 데 하루 온종일 걸렸기 때문이죠. 여유를 가지고 2-3일에 걸쳐서 천천히 만들어도 되는데, 성향 상 한 번 시작하면 그날 완성을 해야 해서, 시작해 보려고 미싱을 꺼냈다가 도로 가져다 놓은 게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가을이 왔고, 곧 바이크 패킹을 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큰마음을 먹고 오랜만에 미싱을 꺼냈습니다. 크기가 작아서 금방 완성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나 오전에 일찍 시작했는데 날이 저물어갈 때쯤 되어서야 완성했어요. 작은 게 오히려 디테일한 재봉이 어렵고 손이 더 많이 가더라고요.

자전거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프레임 백이야 기성품이 없어서 직접 만들어 쓰는 게 의미가 있지만, 탑 튜브 백은 사실 기성품을 사서 쓰면 되긴 합니다. 가격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라서 몇 만 원이면 방수까지 되는 제품을 살 수 있죠. 그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아웃도어 활동을 하면서 내가 사용할 장비를 직접 만들어 쓴다는 건 재미를 더 확장시켜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만든 걸 자세히 뜯어보면 조악하기 이를 데 없지만, 내가 직접 만든 세상에 하나뿐인 거라고 생각하면 나름대로 애착도 생기고요. 이제 다음 바이크 패킹에서 직접 만든 프레임 백과 탑 튜브 백을 실제로 사용해 볼 일만 남았습니다.
흙먼지가 묻고 때가 타면 더 멋지게 되겠죠? 간단한 탑 튜브 백 제작 영상을 만들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 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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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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