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복스(Ortovox)의 PEAK 시리즈는 본래 알파인을 위해 태어난 배낭입니다. 바위와 설원을 향해 설계된 장비를, 저는 존 뮤어 트레일(JMT)의 길 위로 가지고 나왔습니다. 출발 전까지도 선택은 쉽지 않았습니다. 경량성을 우선할지, 혹은 안정감과 내구성을 택할지 쉽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결국 답은 직접 메고 걸어보는 것뿐이었습니다.
몇 날 며칠을 함께한 피크 35는 의외의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알파인을 위해 다져진 단단함이, 오히려 장거리 하이킹에서 또 다른 힘이 되어준 것입니다. 이번 리뷰는 피크 35의 하이킹에서의 테스트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여성은 피크 32S를 사용하였습니다.
Gear List : JMT - Piute Pass to Bishop Pass 5Days
하이킹에서는 캠프에 도착하기 전까지 작은 짐들을 자주 꺼내고 넣게 됩니다. 피크 35는 일반적인 사이드 포켓 대신, 내부 접근성과 전면 개방 지퍼에 집중했습니다.
개방되는 전면 지퍼 덕분에 배낭을 땅에 눕히고 바로 열면 안쪽의 옷이나 식량을 쉽게 꺼낼 수 있었습니다. 하이킹 도중 따뜻한 레이어를 꺼내거나, 점심용 식량을 챙길 때 이 구조는 생각보다 효율적이었습니다.
상단 플랩 포켓과 프론트 상단 포켓에는 헤드램프, 간식, 등 자주 꺼내는 아이템을 넣기에 적당했습니다.
사이드 포켓에 물통을 다시 넣기가 어려운 구조
사이드 포켓이 없는 점은 역시 아쉬웠습니다. 한쪽에 지퍼가 적용된 가변형 포켓이 있기는 하지만, 물병을 바로 꺼내 마시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습니다.
이 배낭은 하이드레이션 시스템을 사용하는 편이 훨씬 잘 맞습니다. 하지만 5일간의 하이킹 장비를 수납하고 하이드레이션 팩까지 넣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JMT 구간은 물을 보급하기에 용이한 트레일이었기 때문에 1리터 물통 이외에 추가적인 물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물을 더 많이 운반해야 한다면 분명 어려움을 겪을 것이었습니다.
즉, 빠른 장비 교체나 외부 수납보다는 잘 정리된 내부 수납을 원할 때 이 배낭의 특성이 잘 드러납니다. 그리고 알파인을 위해 만들어진 배낭인 만큼 하이킹 외에도 로프, 아이젠, 헬멧, 스키 및 스노보드, 폴, 크램폰 등을 위한 다양한 부착 및 수납 옵션이 있어,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포켓 옵션은 부족하지만 다양한 부착 옵션이 있다.
하이킹에서 배낭 착용감은 체력 유지와 직결됩니다. 오토복스가 자랑하는 Swisswool Tec Knit Back System은 분명 차별화된 경험을 주었습니다. Swisswool은 스위스산 양모(울 기반의 테크니컬 패브릭) 브랜드로, 등판에 ‘니트 구조 + 양모 패드’를 적용해 습기 조절·열 조절·쿠션감을 제공하는 시스템입니다. 일반 메쉬 패널과는 작동 방식이 다릅니다.
긴 오르막에서도 배낭 등판이 쉽게 젖지 않았고, 오히려 땀이 금방 사라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메쉬 패널처럼 공기를 띄우는 구조는 아니지만, 양모가 땀을 흡수하고 다시 발산하는 과정 덕분에 쾌적함이 유지되었습니다. 다만 울은 건조 속도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습한 환경에서는 말리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아침엔 쌀쌀하고, 오후엔 햇볕이 강했던 구간에서도 배낭이 체온을 크게 올리지 않았습니다. 땀이 식어 등이 차가워지는 불쾌함도 적었습니다. 또한 울은 냄새를 덜 흡수·발산하는 특성이 있어, 5일 연속으로 사용했음에도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장시간 멨을 때 허리와 어깨에 오는 압박은 단단했지만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무게 분산이 잘 이루어져 하루 8시간 정도 걷는 데 큰 부담이 없었습니다. 다만 하이킹 초기에 5일치 식량과 곰통을 함께 챙기며 배낭 무게가 약 13kg에 이르렀을 때는 시간이 지날수록 어깨에 다소 부담이 왔습니다.
장거리 이동에서는 10kg 이하의 하중이 가장 적당했습니다. Swisswool 등판이 쾌적함을 제공하고, 숄더 하네스와 힙벨트가 안정감을 보완해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착용감을 완성했습니다.
무게는 약 1.37kg으로, 순수 하이킹 배낭과 비교하면 가볍지 않고, 초경량 배낭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보온 레이어, 야영 장비, 식량 등 장거리 하이킹에 필요한 물품을 넣어도 안정적인 착용감을 보여줍니다.
원단은 420D Ripstop Nylon으로 매우 튼튼하며, 내구성과 적당한 무게 사이에서 균형을 잡았습니다. 실제로 나무나 바위에 긁혀도 쉽게 손상되지 않았습니다. 하이킹만 놓고 보면 다소 과한 내구성이지만, 오랫동안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든든합니다. 전체적인 빌드 퀄리티 역시 훌륭하여 흠잡을 곳이 없습니다.
한쪽에만 적용된 허리 벨트 포켓은 크지는 않지만 간단한 스낵이나 작은 기기를 넣기에는 유용했습니다. 그러나 하이킹에서는 양쪽 모두 적용되었더라면 더 편리했을 것입니다. 또한 하이킹 전용 배낭이 아니기에 숄더 하네스에는 별도의 수납 장치가 없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반면, 완전히 열리는 양방향 지퍼는 배낭 내부 장비에 접근하고 특정 물품을 찾는 데 매우 유용했습니다. 캠프에서는 텐트 앞에 펼쳐두고 스토리지처럼 활용하기 좋았습니다.
프론트 포켓에는 눈삽과 탐침봉을 수납할 수 있도록 파티션이 나누어져 있습니다. 체계적인 안전 장비 수납이 가능합니다.
배낭 내부에는 하이드레이션 팩을 수납할 수 있도록 전용 슬리브와 고정 버클이 적용되어있어 부족한 외부 물통 수납을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숄더 하네스는 위치 조절이 용이한 가슴 스트랩이 있고, 선글라스를 거치할 수 있는 전용 옵션이 있어 편리합니다.
플랩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안쪽으로 넣어서 사용할 수 있다.
편리한 튜브탑 클로저
오토복스의 트래버스(Traverse) 시리즈는 대중적인 배낭으로, 사이드 포켓과 숄더 스트랩 포켓 등 빠른 수납과 접근성이 장점입니다. 반면 피크 시리즈는 알파인 전용 설계 덕분에 수납 구조가 단정하게 정리되는 대신, 즉각적인 접근성은 부족한 편입니다.
착용감에서도 차이가 드러납니다. 트래버스는 가볍고 통풍이 잘 되는 메쉬 백패널을 적용해 산뜻한 느낌을 주는 반면, 피크 35는 Swisswool Tec Knit Back System을 통해 장거리 하이킹에서도 체온과 습기를 안정적으로 조절해줍니다. 기온 차가 큰 환경이나 하루 8시간 이상 걷는 여정에서는 피크 시리즈가 더 안정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무게와 내구성 면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있습니다. 트래버스는 같은 용량대에서 가볍고 일상적인 하이킹에 더 적합합니다. 반대로 피크는 420D 립스톱 나일론을 사용해 바위, 눈, 나무에 긁혀도 버텨내는 든든한 내구성을 제공합니다. 하이킹만 고려한다면 다소 ‘오버스펙’으로 보일 수 있지만, 알파인과 스노우 스포츠까지 아우른다는 점에서는 피크가 더 올라운더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트래버스 시리즈는 편의성과 가벼움을 우선하는 대중적인 하이킹용 배낭, 피크 시리즈는 안정감과 내구성, 범용성을 중시하는 올라운더 배낭으로 오토복스만의 정체성을 표현한 배낭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활동 성향에 따라 두 모델은 확실히 다른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오토복스 피크 35는 원래 알파인을 겨냥해 설계된 배낭이지만, 하이킹에서 직접 사용해보니 의외의 장점을 발휘했습니다. Swisswool 등판은 장거리 하이킹에서 체온과 땀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하루 8시간 이상 걷는 상황에서도 쾌적함을 유지해 주었습니다. 전면 개방 지퍼는 레이어나 식량을 꺼내는 데 유용했고, 420D 립스톱 나일론 원단은 튼튼함과 신뢰성을 보장해 장거리 일정에서도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쉬움도 있습니다. 사이드 포켓 부재로 물병 사용이 불편했고, 기본 무게가 가볍지 않아 초경량 하이킹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또한 알파인을 전제로 한 디테일이 하이킹에서는 다소 과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거리·중량 하이킹에서는 이 특성들이 오히려 안정감과 내구성으로 귀결됩니다.
결국 피크 35는 빠르고 가볍게 걷는 하이커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장비와 체력 효율을 중시하는 장거리 하이커에게 더 잘 맞는 배낭입니다. 체온·땀 관리에 뛰어난 등판, 정리된 수납 시스템, 오토복스 특유의 견고한 빌드 퀄리티는 이 배낭을 단순한 장비 이상의 든든한 동반자로 만들어 줍니다.
또한 하이킹에 국한되지 않고 알파인 등반, 스노우 스포츠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 즐기는 사용자에게는 올라운더 배낭으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여러 아웃도어 환경을 오가며 신뢰할 수 있는 하나의 배낭을 찾는다면, 피크 35는 그 역할을 해낼 만한 장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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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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