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트레일을 개척하고, 자연을 지키는 것이 내 목표입니다." 

지난겨울 더스턴 기어(Durston Gear)의 창립자 댄 더스턴과 새로운 X-Dome 텐트에 관련하여 이런저런 이메일을 주고받던 중 인터뷰를 진행해 보면 좋을 것 같아 요청했고 댄은 흔쾌히 응해주었습니다. 그는 트레일을 개척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며, 그가 만든 더스턴 기어 제품에는 엄청난 거리의 길을 걸어온 경험과 자연에 대한 깊은 이해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가 앞으로 개척할 새로운 트레일과 도전할 기록이 기대됩니다. 물론 그의 브랜드의 제품들도 말이죠.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댄 더스턴입니다. 처음에는 1,100km 그레이트 디바이드 트레일(GDT) 최초 왕복 완주, 4,200km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 완주, 150km 보브 마셜 오픈(Bob Marshall Open) 최단 기록 5회 경신 등 비교적 하드코어한 하이킹을 하면서 이름을 알렸어요. 하지만 최근 5년 동안은 제가 만든 더스턴 기어(Durston Gear) 덕분에 더 많이 알려지게 됐어요.


Durston Gear X-Mid Tent

 

2018년 출시한 X-Mid 텐트가 하이커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고, 이후 초경량 배낭,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트레킹 폴, X-Dome 프리스탠딩 텐트까지 개발하며 브랜드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전 세계의 초경량 하이커들이 더스턴 기어를 찾고 있고, 한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Q. 요즘 어떤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고 있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현재 두 가지 활동에 가장 관심이 많습니다. 첫째는 ‘잊혀진 트레일을 다시 찾는 것’이고, 둘째는 ‘자신을 시험하는 어려운 트레킹’입니다.


 

저는 캐나다 로키 산맥에 있는 옛 역사적인 트레일을 따라 걸으며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트레일들은 지도에서 사라진 지 20~5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희미하게 남아 있는 흔적을 따라갈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 길들을 문서화하고 기록으로 남겨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막으려 합니다.

 

또한, 도전적인 트레킹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2년 전, 저는 북부 캐나다 로키 산맥에서 150km에 달하는 새로운 고산 루트를 개척했는데, 이 길은 정식 트레일이 아닌 대부분이 부시워킹(수풀이 우거진 길을 헤치며 가는 것)과 고산 지대 트래버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현재 이 루트를 즐기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언젠가는 그레이트 디바이드 트레일의 연장선으로 개발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루트를 개척할 계획이며, 2025년에는 그레이트 디바이드 트레일(1,100km)의 스피드 레코드에 도전해 20일 이내에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X-Dome은 개발에 4시즌이 걸렸다고 들었습니다. X-Mid의 기존 플로어플랜을 바탕으로 했음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가 있을까요?

X-Dome은 기존 X-Mid 트레킹 폴 텐트의 플로어플랜을 가져오면서도, 프리스탠딩 텐트의 곡선형 폴 구조를 적용해야 했기 때문에 개발이 쉽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X-Mid는 트레킹 폴이 문 옆에 위치해 있어 출입구가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같은 플로어플랜을 돔형 텐트에 적용하면, 폴의 최고점이 다르게 배치되면서 출입구 모서리 부분이 너무 낮아지거나, 반대로 높이면 빗물이 내부로 들어오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테스트 버전의 X-Dome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우리는 크로스바(crossbar)를 추가하고 출입구 지퍼를 모서리에서 최대한 멀리, 높은 위치로 배치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출입구는 충분히 높아졌고, 비가 들이치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내부 구조 역시 매우 복잡해서 처음에는 설치가 어려웠습니다. 초기 디자인에서는 폴을 플라이(fly) 안쪽에 배치했는데, 대칭적으로 지지되지 않아 텐트가 불안정해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결국 폴을 플라이 외부로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재설계하면서 구조적 안정성과 플라이 우선 설치(fly-first pitching) 기능을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디자인은 무게도 너무 무거웠기 때문에, 차세대 실폴리(Silpoly) 원단을 개발하고, 알루미늄 폴 대신 카본 폴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전용 하드웨어를 제작하면서 경량화에 성공했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결국 만족스러운 제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Q. X-Dome 개발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2018년에 X-Mid가 출시되자마자 저는 곧바로 X-Dome을 개발하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X-Mid의 독특한 ‘사다리꼴 플로어 + 직사각형 플라이’ 구조는 트레킹 폴 텐트뿐만 아니라 프리스탠딩 텐트에서도 많은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프리스탠딩 텐트에서는 이 구조 덕분에 폴 구조 안쪽에 베스티블(전실)이 형성되므로, 전실을 따로 팩다운(staking out)할 필요가 없고, 출입구를 막지 않으며, 플라이 지퍼까지의 거리가 짧아져 더 편리해집니다.

양산형 X-Dome 1+와 댄

 

게다가 직사각형 플라이 디자인 덕분에 무게 절감, 플라이 우선 설치, 그리고 악천후 내구성 면에서도 유리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개발을 시작하자, 프리스탠딩 텐트의 곡선형 폴 구조가 트레킹 폴 텐트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힘을 받는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처음에는 텐트의 곡선과 폴의 곡선이 맞지 않아 이상한 모양의 프로토타입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X-Dome이 완성되었습니다.

 

 

Q. 한국 하이커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캐나다 하이킹 코스가 있나요?

저희 브랜드는 캐나다 로키 산맥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이킹 지역 중 하나입니다. 한국에서 캐나다로 오시는 분들께는 캘거리(Calgary)로 비행기를 타고 온 후, 버스를 타고 밴프 국립공원(Banff National Park)으로 이동하는 코스를 추천합니다. 현지 가이드 회사(Yamnuska Adventures 등)를 통해 백패킹 투어에 참여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하이커들은 개별적으로 하이킹을 즐깁니다.

 

국립공원에서 백패킹 사이트를 예약한 후, 다른 하이커들과 함께 캠핑하며 트레킹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기 트레일은 Sawback Trail, Rockwall Trail, Skyline Trail 등이 있으며, 보통 2~4일이 소요됩니다.
만약 정말 특별한 모험을 원하신다면, 1,100km에 달하는 그레이트 디바이드 트레일을 2개월 동안 완주하는 것도 도전해볼 만합니다.

 

Q. 더스턴 기어 제품을 제외하고 추천하고 싶은 하이킹 장비가 있나요?

최근에는 많은 소규모 브랜드들이 훌륭한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일본의 Mikikuota 텐트, ZenBivy의 슬리핑 베드, 그리고 폴란드 Malachowski의 1000FP 다운 재킷(Zion) 등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대형 브랜드 중에서는 Rab과 Patagonia를 선호합니다.

 

Q. 당신에게 아웃도어란 무엇인가요?

저에게 아웃도어는 자연보호가 최우선입니다.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을 가지고 있지만, 벌목과 개발로 인해 많은 숲이 사라지고 있어요. 한 번 훼손된 생태계와 트레일은 다시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보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매년 그레이트 디바이드 트레일에서 트레일 복구 및 유지보수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으며, 사람들이 이곳을 안전하게 하이킹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하이킹을 할 때는 도전적인 루트를 개척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때때로 천천히 걸으며 식물과 자연을 배워가는 시간을 더욱 소중하게 여깁니다.

 

 

 

Durston Gear

더스턴 기어는 댄 더스턴(Dan Durston)이 직접 설계하는 초경량 아웃도어 기어 브랜드다. 하이커로서 쌓아온 트레일 경험을 바탕으로, 기능성과 사용성을 극대화한 장비를 만든다. 대표 모델인 X-Mid 시리즈 텐트는 합리적인 구조와 뛰어난 내풍성, 설치가 쉬운 직관적인 디자인, 경량성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최적의 밸런스로 많은 백패커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본질에 집중한 설계,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낸 미니멀리즘이 특징인 더스턴 기어는 오직 필드에서 증명되는 장비만을 만든다.

Author

강선희
  • Chief editor

IntInterviewee

Dan Durston
  • President & Product Architect at Durston Gear

Photo Durston Gear
Illustlation kangs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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