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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점수를 내준 뒤, 몇 차례 찬스가 오지만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다. 후반전에 이르러서야 만회골이 터지고, 각성한 팀은 추가 시간에 극적으로 역전골을 성공시킨다. 골을 넣은 선수는 달려가면서 포효하고, 벤치에 앉아 있던 코칭 스태프까지 모두 뛰어나와 열광한다. 언젠가 봤을 법한 TV 속 축구 경기의 한 장면이다.

 

언젠가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결승골의 주인공처럼, 단 한번이라도 인생에서 미칠듯한 기쁨 또는 환희를 느껴본 적이 있을까? 살다가 보면 때로 도전적인 일들에 부딪힐 때가 있고, 그것을 극복하거나 해결하면서 가끔 성취를 느끼기도 하지만 평범하게 반복적인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의 이들에게 터질듯한 승리의 감정이나 환희를 느낄 일은 거의 없다. 극적인 결승골을 넣은 선수가 느낄만한 감정이 과연 어떤 것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한번쯤은 경험해보고 싶은 것이다.

 

 

1박 2일동안 54km를 걷는 오티티 태백이 끝이 났지만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하다. 역대 오티티 중에서 코스가 가장 길었고 참가자 수도 가장 많았다. 첫날에만 매봉산, 함백산, 태백산을 넘어야하는, 40km 이상 걸어야 하는 힘든 코스였다.

 

돌발적인 기상 상황도 변수였다.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예보는 있었지만 눈이 내릴 거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싸래기처럼 내려서 그치다 말겠지 하던 눈이 함박눈으로 바뀌기 시작하면서 걱정이 되었지만 오후에는 구름이 걷히면서 화창한 날씨가 되어 다행이었다.

 

 

힘든 코스에 악천후까지 겹친 탓에 많은 참가자들이 시간 내에 체크포인트를 통과하지 못해 DNF 처리되어 아쉽지만 갑작스러웠던 눈이 이번 오티티를 좀 더 드라마틱하게 만들어 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티티에서만 누릴 수 있는, 수많은 알파인 텐트들로 빼곡한 캠프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잊지 못할 경험이 되었다. 

 

 

조용하고 평온한 일요일 오후, 태백 시내가 떠들썩해졌다. 모퉁이를 돌아 멀리서 피니쉬라인을 향해 다가오는 참가자들을 발견하자 스태프들은 준비한 도구들을 흔들고, 한참동안 춤을 추고, 소리를 지르며 격하게 그들을 맞이했다.

 

효과가 있었던것일까. 누적된 피로와 고장난 무릎으로 절뚝이던 참가자들도 화답을 하는 듯, 활짝 웃으면서 손을 흔들며 달려왔다. 나는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마치 스포츠 기자가 된 듯이 피니쉬라인을 통과하는 참가자들의 생생한 표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피니쉬에서 사람들의 박수와 갈채를 받으며 포효하던 한 참가자가 기억에 남는다. 경기나 기록 경쟁은 아니지만 그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듯 소리를 지르며 완주의 기쁨을 만끽했다.

 

먼저 피니쉬를 통과한 동료들이 뒤늦게 도착한 동료를 맞이하며 얼싸 앉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그 장면들은 마치 극적인 역전골로 승리한 축구 경기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고 할까.

 

결승골의 주인공이 된 것 처럼 열광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  나는 그들이 느꼈을 자유, 성취감, 동료애 같은 것들에 부러우면서도 함께 가슴이 뜨거워졌다.

 

Author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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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reedong, habitmind, son cap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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