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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스페셜라이즈드(Specialized)의 새로운 그래블 바이크 다이버지 STR(Diverge STR)의 테스트를 위해 베러위켄드 팀과 스페셜라이즈드 팀은 함께 경기도 양평으로 향했다. 갑자기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래블(Gravel)이라는 장르는 아직 국내에서 마이너한 장르다. 그래블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테스트 라이더로 참여한 베러위켄드 손병재 에디터와 스페셜라이즈드 한승훈 인스트럭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Q.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한승훈 : 스페셜라이즈드코리아의 스페셜라이즈드 유니버시티라는 팀에서 인스트럭터 역할을 하고 있다.


손병재 : 베러위켄드 포토그래퍼이자 바이크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자전거는 물론 하이킹도 즐기고 있다.

 

스페셜라이즈드 코리아 한승훈 인스트럭터

 

베러위켄드 손병재 에디터

 

Q. 인스트럭터라는 포지션은 생소하다. 정확히 무엇을 하는 일인지 알고 싶다.

한승훈 : 말 그대로 스페셜라이즈드라는 브랜드의 인스트럭터로 저희 제품을 이용하는 라이더뿐만 아니라 자사 리테일러, 본사 직원들에게 우리의 제품과 기술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스페셜라이즈드의 RETUL FIT이라는 바이크 피팅 프로그램도 담당하고 있다.

 

스페셜라이즈드 한남 플래그십에서 진행된 피팅 및 셋팅

 

Q. 손병재 에디터는 자전거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다. 언제부터 자전거를 좋아하게 되었나?

손병재 : 09년도 픽시의 간결함에 매료돼 부품 하나하나 공수하여 직접 조립도 하며 아주 즐겁게 자전거를 탔다. 그러다 14년도 캠핑과 하이킹에 빠지면서 조금 소홀해지다 19년도 그래블에 관심이 생기면서 또다시 즐겁게 타고 있다.

 

Q. 그래블 바이크만의 매력이란 어떻게 생각하나? 그래블 바이크에 꽂힌 이유가 있을까?

손병재 : 오픈업 자전거에 라파의 바이크패킹 팩들로 꾸며진 사진 한 장 때문이었다. 기존의 자전거 여행은 랙과 패니어로 패킹을 많이 했었는데, 무게가 상당했었다. 자전거 여행 시 짐이 다 패킹된 자전거를 들어 옮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꽤 고통스러운 순간이다. 하이킹도 BPL을 지향하던 나에겐 운명과도 같았다. MTB보다 가볍고, 산을 타기 위함이 아닌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였다.

 

한승훈 : 복장에 구애 없이 캐주얼한 라이드를 할 수 있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편안한 지오메트리와 넓은 타이어 클리어런스로 안정감은 덤이다. 바이크 패킹도 가능해서 언제 어디든 떠날 수 있다는 매력이 큰 것 같다.

 

Q. 그러면 그래블을 주로 언제 어디서 타는지 궁금하다.

한승훈 : 평소에는 캐주얼한 복장으로 출퇴근 용도로 자주 애용한다. 바이크 특성상 짐을 싣기에도 많이 용이하다. 주말에는 일상에서 벗어나 근교에서 탈수 있는 코스를 최대한 찾아보고 경험해 보려고 한다. 자전거 회사의 이점을 살려 팀 동료들과 함께 베러 위켄드를 보낼 수도 있다.

 

손병재 : ‘주로’라면 출퇴근 길이다. 시골길과 임도로 이루어진 길은 그야말로 그래블 자전거를 위한 길이다. 도로의 상태가 안 좋아도 걱정 없다. 파란 하늘에 논밭을 보며 아무 생각 없이 달릴 때면 지친 하루의 보상이라 느껴질 정도로 행복하다.

 

Q. 아무래도 그래블이라는 장르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에서 마이너 한 장르다. 애매하다는 말 로드도 산악도 아닌. 그런 의견들에 대해선 그래블 라이더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승훈 : 그래블이라는 장르로 국한 시키지 말고 편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꼭 그래블 코스를 가지 않아도 마음 편하게 온, 오프로드를 넘나들 수 있는 편안한 장르로 말이다. 그래블 코스뿐만 아니라 종주를 떠날 수도 있고 캐주얼하게 동네 맛집 탐방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가능한 만능 장르로 말이다.

 

손병재 : 맞다. 질문에 동의한다. 그래블은 계륵과 같은 존재다. 로드를 따라가기엔 속도가 부족하고 산을 타기엔 안정감이 부족하다. 하지만 둘 다 가능하다. 마치 단렌즈보단 성능이 떨어지지만 하나의 렌즈로 광각과 망원을 찍을 수 있는 24-70 표준 줌렌즈와 같다. 로드도 가지고 싶고 MTB도 가지고 싶지만 하나만 고르라면 주저 않고 그래블이다.

 

 

 

Q. 오프로드 라이딩을 하면서 특별히 있었던 에피소드가 있을까? 손병재 에디터의 경우 지난겨울 운탄고도로 바이크 패킹을 갔다가 난처한 상황이 있었다고 알고 있는데?

손병재 : 라이딩이 아닌 끌바 여행이었다. 눈밭을 멋지게 자전거로 달려보고 싶었는데 얼음 밭이었다. 얼음 밭 다운힐은 정말 무서웠다. 잠깐씩 타면서 짜릿함을 느꼈지만 다음엔 스노우타이어로 꼭 다시 도전해 보고 싶다.

 

한승훈 : 그래블 코스 라이드 도중 핸드폰을 떨어트린 적이 있다. 이를 뒤늦게 알아차려 다시 험난한 코스를 되돌아갔어야 했다. 일행들에게 엄청난 민폐를 끼쳤다. 심지어 떨어트렸다고 의심된 장소 도착한 후에도 한참을 찾았는데 결국은 물웅덩이 안에 있는 핸드폰을 발견했다. 추운 초겨울 날씨였는데 일행들에게 굉장히 미안했다. 긴 거리를 왕복하다 보니 오히려 진정한 어드벤처 라이드를 느낄 수 있었다. 추운 날씨와 더불어 서로를 이끌어주는 동료애까지, 더할 나위 없는 격한 경험이었다.

 

Q. 지금까지 다녔던 그래블 코스나 경험은 어떤 것들이 있나?

한승훈 : 충주호, 화성 모두 스페셜라이즈드 동료들이랑 갔었던 곳이다. 같이 즐겼던 상쾌한 마음이 너무 좋았다. 같이 타면 즐거움이 배가 된다 정말. 코스가 좀 힘든 부분들도 있었는데 서로 기다려주고 같이 간식 먹고, 사진도 찍고 하면서 험지를 헤쳐 나가는 그 과정 자체가 엄청 즐겁다. 그리고 라이딩이 끝나면 맛있는 음식들이 기다리고있으니말이다.


손병재 : 강원도 정선 하늘길로 다녀왔던 바이크 패킹. 오늘처럼 당일 코스도 즐겁지만 바이크 패킹으로 가게되면 더 깊은 교감이 되는 것 같다. 자연과도 그렇고 함께하는 동료들과도 말이다. 강원도 정선 하늘길 2Days 바이크패킹

 

Q. 자전거 외에 또 즐기는 취미나 활동이 있는지 궁금하다.

손병재 : 하이킹. 나에겐 자전거만큼 하이킹이, 하이킹만큼 자전거가 좋다. 그리고 캠핑도 자주 즐기는 편이다. 자연 속에서 무엇인가를 하는 것은 나에겐 늘 즐거운 일이고, 이런 활동으로 주말을 보내고 나면 그게 바로 베러 위켄드다.

 

한승훈 : 자전거 외에는 백패킹을 종종 한다. 백패킹 장비는 바이크 패킹 장비로도 사용할 수 있어서 유용하기도 하다. 공기 좋은 자연에서의 하룻밤은 굉장한 매력이 있다.

 

그리고 올해에는 카메라를 구입했다. 업무적으로 사진을 찍어야 할 일들이 많았는데 핸드폰 카메라의 한계를 느끼곤 했다. 이래저래 사진을 찍 다 보니 어느 순간 사진 찍는 걸 좋아하게 된 것 같다. 평소에는 아이폰으로 일상을 담고, 여행이라든지, 평소와 다른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에는 카메라를 들고나간다. 콤팩트한 카메라를 이용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즐기고 있다. 장비 탓을 하기는 싫지만, 좋은 장비로 찍으면 결과물이 더 만족스럽더라.

 

Q. 번거롭게 커피 도구를 챙겨 온 이유가 있을까? 오늘도 그렇고 평소에 라이딩을 할 때 커피를 즐기는 거 같은데?

손병재 : 핸드밀로 원두를 갈아 필터에 담고 아주 신중히 물줄기를 내려야 하는 드립 커피는 꽤 번거로운 작업이다. 근데 어느 순간 그 귀찮은 작업에서 오는 여유로움이 좋아졌다. 그곳이 자연이라면 더욱이. 이제는 바이크패킹이든 하이킹이든 꼭 챙기는 편이다.

 

Q. 현재 타고 있는 그래블 바이크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손병재 : OPEN U.P. 한눈에 반해버린 그래블이다. 시원하고 깔끔한 지오메트리는 딱 내 스타일.

 

한승훈 : 지금은 단종된 스페셜라이즈드 세콰이어를 타고 있다.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은 모델이고 그 당시 굉장히 힘들게 구했던 제품이다. 세콰이어는 클래식한 전통 그래블 바이크의 매력이 있었다. 그래블 바이크는 구매 후 굉장히 만족도가 높았다. 나중에 자전거를 하나만 남겨야 한다면 그래블 바이크를 남길 것 같다. 온로드, 오프로드 어디든지 즐길 수 있다.

 

Q. 다이버지 STR에 대한 소감은 퍼스트룩 기사에서 확인했지만 한승훈 인스트럭터에게 좀 더 자세히 듣고 싶다. 다이버지 STR이 기존에 타던 자전거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한승훈 : 본인은 생긴 것과 다르게 굉장히 겁이 많은 편이다. 덕분에 첫 그래블 라이드에서는 엄청 힘들게 코스를 탔던 기억이 있다. 잘 포장된 도로만 타다가 돌뿌리들을 밟아가면서 돌파를 하려고 하니 너무 겁에 질려있다.

다이버지 STR은 라이더에게 더 나은 자신감을 줄 수 있는 자전거라고 생각한다. 초반에는 풀 서스펜션 로드 바이크로써의 이질감을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금방 잘 적응이 되었다. 프론트와 리어 퓨쳐삭이 주는 편안함은 그래블 코스 특유의 잔진동을 상쇄해주어 보다 더 안정감 있게 멀리 갈 수 있었고 리어 퓨쳐샥은 둔부의 바빙 현상을 현저하게 줄여주어 험지에서 편하게 페달링 할 수 있었다.

너무 꿀렁거리지 않을까? 라는 궁금증을 가지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원하는 강성의 프레임포스트 선택과 컴프레션 조절을 통해서 원하는 라이드 퀄리티로 문제없이 주행할 수 있었다.

 

Q. 다이버지 STR 뭘 하면 딱이겠다 싶은 그런 게 있을까? 가보고 싶은 곳이라든지.

한승훈 : 충주호를 다시 가보고 싶다. 세콰이어로 라이드를 했었는데 그 당시 코스가 생각보다 험해서 굉장히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STR로 가보면 어떨지 굉장히 궁금하다. 충주호의 험지 코스를 조금 더 즐기면서 타고 싶다.

 

손병재 : 계단을 내려가보고 싶다. 겁쟁이인 나는 상상도 못하는 일인데 퓨쳐샥을 느껴보니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다이버지 STR은 그만큼 라이딩에 자신감을 주는 경험이었다.

 

Q. 왜 우리는 조금 더 거친 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싶어 할까?

손병재 : 날 것의 자연이 좋다. 세계 3대 폭포 중 나이아가라 폭포를 갔을 때 기대보다 큰 감동이 없었다. 폭포의 규모나 물의 흐름은 압도적이었지만 주변의 관광산업으로 인한 인공적인 느낌은 나에게 반감을 주었었다. 더 거친 곳으로 라이딩을 한다는 건 더 깊숙하게 자연을, 더 날 것의 자연을 즐기고 싶어서가 아닐까.

 

한승훈 : 매일매일 익숙한 온로드에서 보다 새로운 즐거움을 찾는 것 같다. 거친 곳에서 라이드를 즐기면 그 순간만큼은 모든 잡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래블 코스를 타는 건 어른들의 네 발 자전거 같은 느낌이랄까? 어렸을 때 네 발 자전거 타고 동네 곳곳을 누비던 시절 그땐 정말 아무 생각 없었는데, 그래블 바이크가 그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느낌이 있다. 근데 동네를 누비면 그런 느낌은 안 나니 여기까지 온 거 같다. 험지도 내 맘대로 갈 수 있고. 동심으로 돌아가는 느낌. 로드 레이싱은 프로페셔널한 장비가 갖춰지고 하는데, 마음가짐부터 자유로워진다.

 

“캠핑도 어른 들의 소꿉놀이 같은 느낌이 있잖아요. 너는 뭐 가지고 왔어? 나는 이거 가져왔어 하면서 노는 것처럼요. 어른이 된 우린 어렸을 때 보다 진화된 장비로 노는 거죠.”

 

Author

강선희
  • Chief editor

IntInterviewee

손병재
  • Bike Editor
  • Better Weekend Photographer
한승훈
  • Specialized University Instructor
Photo kangsai, habitmind, reedong

'Specialized Diverge STR' 시리즈 보기

  • 1. 그래블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스페셜라이즈드 다이버지 STR과 함께한 라이딩 그리고 이야기
  • 2. [First Look] Specialized Diverge STR Gravel B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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