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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기승이 사그라지나 싶더니 다시금 머리를 들어 올리는 듯하다. 금방 끝날 줄만 알았던 전염병이 생각지도 못했던 삶의 변화를 동반하고는 여전히 기세를 꺾지 않고 있다. 변화에 적응해야만 하는데 그렇지 못한 내 몸뚱이는 덕지덕지 불어나는 살로 무거운 나날을 보내며 코로나를 핑계 삼아 확찐자의 반열로 접어들었다. 이렇게 된 게 비단 나뿐일까? 위안을 삼는다.

 

 

바쁜 업무에서 잠시 벗어나 오래간만에 나서는 길 일상을 벗어난 일탈은 늘 옳다. 무거웠던 발걸음이 숲으로 들어서자 이내 가벼워졌고 깊이 들이마시는 숨에 초록 향 풀내음이 진하게 묻어난다. 그간 잊고 지냈던 움직임에 온 몸의 세포들이 반응하는 듯 점점 가빠지던 숨이 조금씩 편안해진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부분이 변했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가 시작된 작년 5월 해외여행을 떠난 관광객이 3만 7801명 직전 동기간 240만 1204명 대비 984%가 줄었다고 한다. 다 어디로 갔을까? 하늘길이 막히자 사람들은 대안을 찾기 시작했고, 때마침 시장을 재빨리 읽어낸 TV와 유튜브 채널에서 온통 캠핑, 차박 콘셉트의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코로나에 지친 사람들이 밀폐된 공간을 피해 프라이빗한 야외로 시선을 돌리자 전국의 캠핑장이 주말에 예약하기가 별따기가 되었다. 늘어난 수요에 캠핑 관련 매출 역시 순식간에 몇 배씩 성장했다. 캠핑이 현시대의 뉴 노멀이 된 것이다.

 

아재 취미라고 놀림받던 등산, 백패킹, 캠핑 등의 아웃도어 취미 문화에 MZ세대가 진입했다. 알록달록 누가 봐도 등산복 일색인 기성세대와는 달리, 레깅스와 힙하고 세련된 색 조합의 아웃도어 패션으로 무장한 MZ세대의 출현은 기존과 차별화된 새로운 문화의 시작을 알렸다. MZ세대의 아웃도어 의류 및 용품 소비량이 전년 대비, 그리고 동기간 중장년층 대비해서 급속도로 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안에서 무려 여성의 신장률이 100%가 넘는) 이들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새로운 취미 문화를 형성해 나가고 있는지 대략 짐작이 된다. 이들과 함께 즐거운 아웃도어 문화를 만들어 갈 생각을 하니 절로 얼굴에 미소가 묻어난다.

 

이제 막 백패킹을 시작한 친구들이 빅 아그네스와 함께 새로운 모험을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단순히 먹고 마시는 즐거움을 산에서 누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닌, 조금 더 자연에 다가가 교감을 하고 또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장소를 모험하는 취미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어느 방식이 옳다 그르다의 관점에서 원론적인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야영과 취사, 휴식이 목적인 캠핑과는 달리 백패킹은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모험에 조금 더 초점을 맞췄으면 좋을 것 같다는 내 개인적인 바람이다. 좀 더 편하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캠핑장이나 휴양림 같은 장소는 주변에도 많으니 백패킹을 할 때만큼은 조금 달랐으면 한다.

 

가보지 않은 미지의 공간으로 떠나기 위해 짐을 꾸리고 하루가 모자라 중간에 하룻밤 자연의 신세를 지는 모험. 더 먼 거리를 덜 무겁게 가기 위해 자연스럽게 불필요한 짐과 짐의 무게를 줄이는 즐거움을 느끼는 백패킹 문화를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다. 백패킹라이트, BPL(BackPacking Light)이라 얘기하는 경량 백패킹이 백패킹의 필수요소는 아니다. 본인의 취향에 따라 무겁게 가든 가볍게 가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경험상 백패킹은 불편함에 익숙해져야 한다. 편하려고 할수록 배낭의 무게가 무거워진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받아들이면 내 배낭의 짐 중에서 뭐가 필요하고 필요 없는지 알 수가있다. BPL은 백패킹을 모험에 초점을 둔다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하나의 단계인 것이다. LNT(Leave No Trace)라는 캠페인도 마찬가지. '머문 자리에 흔적을 남기지 마라'는 이 캠페인이 어디서 시작했고,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자연을 무대로 하는 취미를 즐기는 이라면 당연 자연을 아끼는 게 먼저 아닐까? 누군가 'LNT를 지켜야만 합니다.' '꼭 지키세요.'라고 주입한다면 자칫 반감이나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다만 너나 할 것 없이 남을 배려하는 자세만 가진다면, LNT는 누가 시켜서 하는 활동이 아닌 습관이 될 수 있다. 여기서 배려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자세이고, 남은 나와 관계된 상대방은 물론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자연 그리고 그곳이 생활터전인 사람 동물 모두가 대상이 된다. 남을 배려하기 위한 모든 행동이 LNT 수칙에 나오는 행동이 되는 것이다. LNT 역시 BPL과도 연관성이 있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식량 등에서 비닐 등을 미리 제거한다던지, 불필요한 것들을 최소화함으로써 배낭의 무게 역시 줄어드는 것이니 말이다.

스산한 바람과 봄이 오는 소리에 취하며 계절의 변화를 흠뻑 느꼈다. 걷는 내내 나무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햇살이 스포트라이트가 되어 나를 비춘다. 고요한 숲 속에서 들리는 건 가뿐 내 숨소리뿐 때론 이 적막함이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 이 느낌 때문에 바쁜 일상을 벗어나 숲을 찾는 것일지도. 수량이 많진 않아도 청량감 느껴지는 계곡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짐을 풀었다. 날이 더운 건지 내 몸이 무거워서인지 얼마 걷지 않았는데 땀에 옷이 젖어있었다.

 

오늘 하루 잠시 머물 곳을 찾아 배낭을 내리곤 빅 아그네스의 울트라라이트 라인 중 장거리 하이커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았던 '플라이크릭(Flycreek) 플래티넘'이란 텐트를 꺼내 펼쳤다. 빅 아그네스의 텐트 중 주요 모델(카퍼스퍼, 타이거월, 플라이크릭)은 울트라라이트 라인의 일반 모델에 무게를 극한으로 줄인 크레이지라이트 라인의 플래티넘 모델이 있다. 플라이크릭의 경우 일반 모델 패키지 무게 1kg, 플래티넘 모델은 900g에 불과하다. 두 모델의 차이는 원단으로 플래티넘 모델은 국내업체인 도미니코 텍스타일社의 인열강도와 관통 저항성이 뛰어난 7 데니아 원단을 사용한다. 사용자의 선택에 달린 문제이겠지만 100g의 차이는 경량 백패킹에서 큰 차이이기도 하다.

플라이크릭 플래티넘 모델 일반 모델과 원단 및 색상의 차이가 있다.

 

미국 3대 장거리 트레일에 도전하는 하이커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 중 하나인 빅 아그네스는 제품의 테스트 역시 장거리 하이커들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할 사용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탄생한 텐트는 그 목적인 장거리 트레일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플라이크릭 역시 2010년대 하이커들에게 찬사를 받은 제품이다. 무게가 중요한 장거리 하이커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반자립 형태의 더블월 텐트 구조로 만들어진 이 텐트는 2인용 트레일 웨이트(플라이, 이너텐트, 폴)가 1kg이었다. 당시 2인용 더블월 자립(비록 하단부 양쪽 팩 다운을 해야 모양이 완성되는 구조 긴 해도) 형 텐트 무게로는 획기적인 모델이었다. 다양한 외부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트레일에서 우천 시 전실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입구가 수직으로 떨어지는 구조로 디자인했고, 싱글 폴구조는 설치와 해체를 매우 단순하고 효율적이게 만들었다. 패스트 플라이 모드라고 칭하는 플라이 단독 설치 형태는 쉘터로써 미니멀한 세팅이 가능하도록 한 목적도 있지만, 실제 트레일에서 비가 올 경우에 이너텐트부터 설치할 경우 텐트 내부가 비에 노출될 수 있어 플라이 먼저 설치한 후 이너텐트를 내부에서 걸 수 있도록 고안된 시스템이다. 빠른 설치가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하나의 요소인만큼 폴 체결부위 역시 이너텐트의 체결부위와 색을 구분해놓았다. 내부에는 기본적으로 3개의 메쉬 포켓이 있어 수납력이 우수하다. 이 마저 부족하다 느껴질 경우에는 이너텐트 내부에 다수의 고리가 있어 기어 로프트를 추가로 설치해 수납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얼핏 보면 물고기가 연상되는 플라이크릭의 모양은 천고를 높여 싱글 도어 구조가 지닌 단점인 부족한 거주성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함이다. 요즘 인기 있는 양문 개방형 구조의 거주성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내부에서 앉기 편한 위치의 천고를 높임으로써 고개를 편히 들 수 있도록 해 단점을 조금이나마 보완했다. 장거리 하이커들은 보통 텐트를 하루의 마지막 잠을 자는 용도로만 사용했기에 개방성이나 거주성은 크게 염두를 두지 않은듯하다. 이너텐트가 메쉬로만 되어있고 플라이에 외부 공기의 유입을 막아줄 스커트가 없기 때문에 3 계절 텐트로 분류하고 있다. 트레일이 보통 3월 또는 4월에 시작해 10월 안에 끝내기 때문에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히 없애고 무게를 줄인 목적에 의한 결과라 볼 수 있다. 모든 텐트는 만들어진 목적이 존재한다. 목적에 맞지 않는 환경에서 사용할 경우에는 아무리 비싼 텐트라도 그 환경에 적합한 저가 텐트보다 못할 수 있다. 당연한 것이다. 텐트 구매 시 사용 환경에 맞는 텐트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우천 시 전실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입구가 수직으로 떨어지는 구조로 디자인

 

텐트 폴에 체결하는 것으로 세울 수는 있지만, 텐트 양쪽 끝을 팩 다운해야만 형태가 유지되는 반자립 형태

 

손쉬운 설치를 위해 텐트 폴 끝마다 색을 이너텐트의 체결부위와 동일하게 구분했다.

 

내부에는 수납 포켓과 랜턴 고리 추가로 확장 가능한 기어 로프트를 걸 수 있는 고리가 달려있다.

 

2인용이지만 와이드형의 매트리스는 2개를 놓을 수 없다. 일반 레귤러 사이즈의 매트리스 2개가 딱 들어가는 사이즈

 

오늘처럼 날씨가 화창해 비가 오지 않는 날에는 이너텐트만 설치해 사용하는 것도 좋다. 메쉬 창을 통해 보이는 수많은 밤하늘의 별이 특별한 밤을 만들어 줄 수 있다. 또한 지금과 같은 계절 봄이나 가을 벌레가 나오기 전이라면 쉘터 모드로 사용하는 것 역시 좋다. 이너텐트가 빠진만큼 공간이 넓어져 내부 거주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단 벌레를 싫어하는 사용자라면 시도하지 않는 것이 좋다.

 

싱글 도어와 반자립 구조의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무게에서 얻는 부분이 있고, 왜 이 세상에 출시되었는지가 가장 명확한 텐트이기도 하다. 요즘 흔하지 않은 디자인, 가벼움, 영롱한 색상은 플라이크릭의 차별화된 요소일 수 있다. 다만 플래티넘 모델인 만큼 가격 역시 일반 모델에 비해 사악하다. 꼭 플래티넘 모델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가벼운 일반 모델은 BPL을 지향하거나 시도해보고 싶은 미래의 장거리 하이커들에게 또 하나의 선택 지가 될 만하다.

 

사양

Big Agnes Fly Creek HV2 Platinum
브랜드
Big Agnes
최적사용
Backpacking, Bikepacking
사용계절
3계절
사용인원
2인
월-타입
더블
텐트 타입
반자립
최소무게
737 g
수납무게
907 g
플라이 / 풋프린트 설치무게
454
바닥크기
219 x 132 - 107 cm
바닥면적
2.6 m²
전실면적
0.7 m²
최대높이
102 cm
출입문
1
DAC Featherlight™ NFL
폴 개수
1
폴 지름
8.7 mm
캐노피 원단
Polyester mesh
바닥 원단
Ripstop nylon
레인플라이 원단
Ripstop nylon
풋프린트 포함
No
가격 달러
$549
가격 원화
₩71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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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김광수
  • 2017 PCT, 나를 찾는 길 출간
  • 넬슨스포츠 Big Agnes & GSI Outdoors Brand Manager
Photo 김광수, kangsai

'빅 아그네스 브랜드 매니저의 텐트이이야' 시리즈 보기

  • 1. 캠핑 with 빅 아그네스 #1 빅 하우스 6
  • 2. BPL, 그리고 빅아그네스(feat.플라이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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