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알루미늄은 대단히 독특한 기업이다. 텐트 완제품을 시장에 내놓지 않았는데도 텐트 사용자들은 동아알루미늄의 브랜드 DAC에 열렬한 지지를 보낸다. 마치 아이폰을 만든 애플에 열광하는 게 아니라 액정 생산 업체에 열광하는 것과 같다. 원부자재를 생산하는 업체가 곧 브랜드가 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패브릭으로는 고어텍스, 코듀라, 퍼텍스 등이 있고, 부자재로는 YKK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들도 최종 소비자, 즉 사용자들로부터 직접적인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들에게 직접적인 지지를 받는 DAC는 ‘브랜드 소비는 소비자가 브랜드 스토리에 참여하는 과정’이라는 나의 브랜드 정의에 부합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기이한 현상은 동아알루미늄의 기술력과 기업 철학이 반영된 결과이고, 그 중심에는 동아알루미늄을 일관된 방향으로 30년 이상 이끌고 있는 라제건 대표가 있다. 라 대표는 DAC의 제품 디자인과 기술 혁신을 마케팅 활동이 아니라 ‘집착’이라고 표현했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라제건 대표는 유능한 기업인이기도 하지만 세계 아웃도어 업계에서는 텐트 아키텍처 디자이너로 더 유명하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많은 스테디셀러 텐트들이 그의 손에서 태어났다. 아웃도어 마니아가 아닌 사람으로 유일하게 인터뷰를 요청한 이유도 라제건 대표가 기업 대표가 아니라 텐트 아키텍처 설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기 때문이다.
천체망원경은 Featherlite 가 초경량 텐트폴로 시장에서 자리 잡은 이후 알루미늄 텐트폴과 다른 분야로 잠시 한눈을 팔았던 프로젝트라고 말씀드리는 게 맞겠습니다. 그 덕분에 브랜드명으로 구상했던 헬리녹스라는 이름은 하나 건졌지만요. DAC는 미국 유학시절 뭔가 우리 손으로 세계최고를 만들 결심을 했었던 것을 실행으로 옮긴 프로젝트였습니다. 사학과 경영학을 공부하고 사회생활이라고는 미국은행에서 몇 년 일해 본 것이 대부분이었던 제가 제조업을 해보겠다고 뛰어들었으니 무모하기 짝이 없었죠. 1988년에 공장을 짓기 시작해서 알루미늄 튜브만 만들다 보니 벌써 32년이 흘렀습니다. 그 동안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 함께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감사하는 일입니다.
완제품 생산업체도 아니고 부품생산업체가 시장에 알려지게 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죠. 광고를 해본적도 없고. 그렇다고 DAC에 특별한 핵심적인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저도 가끔 DAC가 어떻게 알려지게 되었을까 궁금해서 생각해볼 때가 있습니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아마 처음부터 텐트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졌었기 때문 아닌가 싶습니다. 텐트 메이커나 브랜드 보다 텐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제가 더 많이 애를 썼던 것 같습니다. 때로는 브랜드들과 다투기도 하고. 자기네 제품인데. 그런 마음이 오랜 시간을 두고 조금씩 시장에 알려지게 된 것 아닐까요? 아무래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사용하는 제품을 위해 애정을 쏟는 사람에게 관심을 갖게 될 테니까요.
조금 남다른 부분이 있었다면 늘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을 했던 점 아닌가 싶습니다. 텐트폴을 만들긴 했지만 텐트폴로 구성된 완제품인 텐트 사용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며 그들의 불편함을 덜어주려고 생각하다 보니 해결책을 찾는 과정은 집착일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쉽게 답이 안 나오다 보니 계속 들여다보게 되니까요. 마케팅이라고 하자면 저의 도움을 고맙게 생각하던 바이어들이 자꾸 DAC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이제 조금은 알려진 것도 같습니다.
DAC의 수많은 텐트 토이들은 라 대표의 사용자 편의성에 대한 오랜 고민의 결과물들이다.
달려올 때는 잘 몰랐는데 돌아다보니 지나온 궤적에서 뭔가 조금은 보이는 것 같습니다. 회사 초기인 1990년대에 철재 구조에 직선 가옥형으로 되어있던 대형텐트 시장을 가벼운 곡선형으로 바꾸는데 기여했다면, 두 번째 10년 동안은 Featherlite의 개발을 시작으로 백패킹 텐트의 경량화에 공을 들였습니다. 새로운 텐트모델 개발 과정에서 토이들도 많이 만들었고요. 다음 10년은 체어원으로 출발해 경량 아웃도어 퍼니처들을 개발하는 데 온힘을 쏟았습니다. 아시다시피 퍼니처들은 헬리녹스 브랜드로 소개해왔고요. 앞으로의 10년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겠지만 제가 주도적으로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마지막 10년이 되겠죠 저로서는 지난 30년의 테마들을 모두 융합해 새로운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장비들을 개발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텐트와 퍼니처들을 다듬어 실내에서만 가능하던 활동들을 도시 속의 야외로 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장비들을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10년에 한 번은 큰 어려움이 닥쳤던 것 같습니다. 처음엔 공장을 짓고 기계들을 만들다가 아직 공장이 돌아가기도 전에 갑자기 아버님이 돌아가시니 자금이 끊겨 힘들었고요, 그다음엔 국내 외환 위기인 IMF, 그리고 10년 후엔 미국 월가의 금융 위기. 그리고 이번에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까지… 10년에 한 번씩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기업경영에 어려움은 언제든지 갑자기 닥칠 수 있는 일이어서, 평소에 회사를 어려움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체질로 만들어 놓으려고 애를 써왔지만, 그래도 막상 어려움이 닥치면 하루하루가 늘 조마조마하죠. 회사 임직원들이 회사가 어려울 때 함께 힘을 보태는 전통은 동아의 가장 큰 자랑입니다.
저는 사실 비즈니스 모델에는 흥미도 별로 없고 도전의식도 없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불편해 하는 것이 있으면 도와주고 싶은 욕구는 커요. 그런 것이 텐트 개발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 남들을 위해 만들어주고 그걸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즐겁죠. 보람도 있고. 그런데 돕는 대상이 초기에 텐트 메이커에서 텐트 브랜드로, 사용자들로, 그리고 상상 속의 미래의 사용자들에게까지 확대되어온 것 같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했다면 텐트 개발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을 거예요. 텐트 개발이라는 게 노력은 엄청 들고 돈은 안 되는 일이었으니 말이죠.
제품 설계의 가장 중요한 점은 사용자의 불편함을 줄이거나, 새로운 편리함을 추가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내는 것이겠지요? 텐트도 마찬가지구요. 일단 ‘문제’가 무엇인 줄 알게 되면 10년, 20년이 걸리더라도 계속 머릿속에 담아두게 됩니다.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아직도 해결 방법을 못 찾아 속에 담아두고 있는 것들이 세상에 나온 것들 보다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텐트 구조를 처음 구상하던 1990년대 초기에는 주로 텐트구조를 통해 해결 방법을 찾아보려고 애를 썼고, 조금씩 배우다보니 텐트 본체와의 조화를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텐트를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환경까지 종합적인 시각으로 바라봅니다.
저로서는 여러 해 동안 풀지 못해 애쓰던 문제를 해결하게 되면 무척 기쁜데, 그런 것이 텐트 모델일 수도 있지만 하나의 툴인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최근에 헬리녹스에 만들어준 터널텐트는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개발될 수 있는 자립형 모델입니다. 터널 텐트의 큰 단점 중의 하나인 비자립을 극복해 자립형 터널이 완성되어 흡족합니다. JakeLah 브랜드로 소개한 코트용 텐트인 J.COT190에 처음으로 적용해본 TR(Tension Ridge)도 제가 좋아하는 재미있는 툴이 되리라고 봅니다. 텐트 입구를 획기적으로 높여줄 수 있는 툴로 씨투써밋(Sea To Summit)에서 새로 소개하는 텐트들에 적용해보았는데 사용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합니다.
돌이켜보면 꽤 오랫동안 개발자 이름은 없는 텐트 개발을 해왔습니다. 항상 브랜드 이름으로만 세상에 소개가 되었죠. 10년쯤 전 미국 〈백패커 매거진(Backpacker Magazine)〉이라는 잡지에서 제 특집기사를 싣겠다고 했습니다. 숨겨진 개발의 주역을 소개하겠다고요. 그런데 제가 거절했습니다. 그때는 아직 텐트 디자이너로서 제 이름을 드러낼 준비가 안 되었다고 판단했었죠. 이제는 제 이름을 꺼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 메이저 브랜드들이 제가 개발해준 모델에 ‘Architecture by JakeLah’라고 텐트에 라벨을 붙이고 홍보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니까요. 10년 전쯤 시작한 헬리녹스는 감사하게도 국내외 많은 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세계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한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JakeLah는 헬리녹스와 달리 사업을 위한 브랜드가 아니라 제품 개발의 역사를 알려주는 디자이너 브랜드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텐트 메이커 힐레베르그는 2021년 창립 50주년을 맞이하여 기념 책자를 발간하였다. 여기에 창업자 보 힐레베르그(Bo Hilleberg)와 DAC 라제건 대표와의 오랜 우정과 협력 관계에 얽힌 사연이 실렸다.
Voices from friends: Jake Lah
Twenty years ago, I received a fax message from Sweden. It said, “We tested your poles thoroughly including wind testing. Your poles showed excellent performance. So, we’d like to use your poles.”
It was the first message I got from Bo. Bo Hilleberg. It was he who found me and contacted me. He has always had his eyes open, looking for the best resources he could find.
I usually get involved with tent design when I work with tent brands – pole architecture, strength balance, patterns and accessories. Hilleberg tents were the exception since there is nothing I can add to the perfectly balanced masterpieces of Bo Hilleberg.
“Hilleberg the Tentmaker” must be a very challenging name as most brands do not limit themselves to tents only. Bo Hilleberg does. For half a century, he has dedicated his life to tents. He has made it clear that masterpieces can be built, and he has shown them to the world through his single-mindedness.
There are many “secrets” hidden in Hilleberg tents. Most people do not know about these secrets. Through many conversations with Bo, I have learned that these secrets are the results of endless questions he has raised. Bo has found the optimum solutions to solve problems that he has encountered through his long experience.
It is truly a blessing for tent users that there are Hilleberg tents for them. Bo Hilleberg is the creator of the best tents. He has definitively proved that “practice makes perfect.” I do not know anybody else among tent designers who spends more time on tents than Bo. He has raised questions about every tiny detail, and he has committed himself to finding solutions based on his own experience.
Conversations with Bo are always fun. I have learned about his journey of optimizing his methods, and I share my own optimization process with him, as well. He is tall and I am short. But we have many things in common. One of them is that we never stop until we find the best solutions. I am sure he still has in his mind many more questions he wants to solve, even after 50 years of work.
Jake Lah, a native of Korea, has a long history with both Hileberg and the outdoor industry. He earned his MBA at the University of Michigan, and is president and founder of DAC, which he started in 1988. DAC has long been the acknowledged leader in tent pole manufacturing and Jake is well known for his meticulous manufacturing methods. Determined to clean up the toxic process of anodizing aluminum, Jake began working on a way to eliminate chemical polishing from the process in 1995, resulting in DAC’s Green Anodizing process, introduced in 2003. He also started Helinox, which makes compact, lightweight furniture for lifestyle and outdoor use, and is now run by Jake’s son, Young. Jake is also President of the Korea Association for Volunteer Effort and the Chairman of the Kakdang Welfare Foundation.
이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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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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