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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91026 ~ 20191027
위치
강원도 정선군 가리왕산 일대

취미로 백패킹을 시작하고 '좀 더 가벼울 수 없을까?'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하면서 오티티(@ott_onthetrail)를 알게 된 건 필연적인 것이었다. 오티티라는 이벤트에 참가한 사진 속의 사람들은 내가 알던 백패킹과는 조금 달랐다. 티셔츠와 짧은 쇼츠 차림의 간소한 복장과 가벼운 트레일러닝 슈즈, 작은 백팩으로도 1박2일을 나는 그들의 모습은 초보자인 나의 눈에 굉장히 세련되고 멋진 거였다. 

 

하이킹이라는 단어 뜻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일상적으로 쓰게 된 건 오티티를 알고나서 부터다. 트레킹, 백패킹 등 비슷한 활동을 여러가지 단어로 혼재해서 사용하지만 하이킹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보다 가볍고 경쾌하고 산뜻한 느낌이다. 물론 겪어본 결과 코스가 결코 가볍고 산뜻하진 않았지만..

 

2015년 처음 시작된 오티티가 곧 5주년을 맞는다. 오티티 클래식, 오티티 파인드, 오티티 오리지널, 오티티 라이터 등 전국 각지의 트레일을 무대로 매번 컨셉을 달리하면서 오티티는 다양한 형태의 하이킹 경험을 참가자들에게 제공했다. 이제는 티켓이 오픈되자마자 매진될 정도로 국내 하이커들에게 가장 사랑하는 하이킹 이벤트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취소표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하니,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오티티 정선의 티켓이 오픈되는 날 정오, F5를 연타한 결과 운 좋게도 티켓팅에 성공하여 이번 오티티 정선에도 참가할 수 있게 됐다. 강원도 정선에서 열린 이번 오티티에서는 아리바우길 1코스와 가리왕산 일대 45km를 1박2일간 걷는다. 

 

배낭 패킹 Tip

오티티 참가자들은 배낭의 무게에 상당히 민감하다. 1박2일간 3~40km를 소화하려면 무게를 줄이는 건 필수다. 하지만 안전을 고려해서 살짝 무거워지더라도 침낭이나 보온의류는 무리하게 줄이지 않는게 좋겠다. 일행이 있다면 텐트와 쿠커 등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은 적당히 배분해서 나눠 들면 무게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물은 무게를 늘리는 가장 큰 요소 중에 하나다. 코스 중간에 상점이 있는지 또는 급수를 할 곳이 있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만큼 가져가는게 좋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의 배낭 무게가 10kg를 넘기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하자.​

@habitmind 의 레디포오티티

 

Ready for OTT

레디 포 오티티(#readyforott)는 배낭을 준비하면서 각자의 장비를 늘어놓고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이벤트다. 참가자들이 어떤 장비를 사용하는지  볼 수 있어 재미있다. 한편으로는 배낭을 싸기 전 좋은 참고자료로 쓰인다. 이번 오티티 정선을 준비하면서 침낭과 의류를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고민했는데 참가자들의 레디 포 오티티 사진이 참고가 됐다. 우수작에는 경품이 주어져서 최근에는 아이디어 넘치는 사진들도 속속 등장하는데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

첫 날 정선공설운동장에서 나전역까지 이어지는 길은 아리바우길 1코스. 조양강 물길을 따라 걸으며 정선의 가을 풍경을 실컷 구경했다. 이따금씩 나타나는 언덕을 오르내리느라 땀을 빼긴 했지만 대체로 길은 평탄해서 마냥 걸을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길이었다. 날씨도 가을 하이킹엔 제격이었다. 잘 정비된 트레킹 코스를 여유롭게 걷다보니 금새 출발점에서 15km 가량 떨어진 나전역에 도착했다. 조용했던 나전역 인근의 상점가는 점심식사를 하는 참가자들로 모처럼 북적거렸다. 나도 일행과 중국집 한 군데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아서 식사를 하고 가기로 했다.

 

느긋하게 식사를 마치고 한참을 걷고있는데 느닷없이 참가자들이 뛰어가기 시작한다. 알고보니 CP 통과제한시간이 임박했다. 중국집에서 맥주까지 마시며 여유를 부린 탓이다. 항골계곡까지 오후 3시까지 가지 못하면 탈락이라는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다행히 3시 정각에 도착해서 탈락은 겨우 면했다. CP에 도착하자마자 스텝들은 참가자들의 헤드랜턴을 꼼꼼히 챙긴다. 헤드랜턴이 없거나  작동이 되지 않으면 탈락처리된다. 안전을 위한 조치다. 백석봉을 찍고 야영장까지 가야하므로 아직 갈 길은 멀었으니 야간산행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CP에서는 식수와 간단한 행동식을 보충할 수 있다.

 

​GPS 인증 시스템 

GPS 인증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건 지난 Liter 부터다. 각자 스마트폰을 활용하도록 하는 GPS 인증 시스템이다. 출발 전 참가번호로 등록을 먼저 해야하는데 등록을 마치자 왠 아리랑 음악이 흘러나온다. 깨알같은 디테일이다. 코스를 진행하면서 정해진 체크포인트에서 참가자가 스스로 위치를 인증하면 되는데 묘한 재미가 있다. 퀘스트를 깨는 기분이랄까? 인증포인트라는 생각이 들만 한 장소는 어김없이 인증포인트이므로 놓치지 않도록 하자. 인증 결과에 따라 도착지에서 배지, 메달 등 보상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토록 스마트한 하이킹 이벤트라니!

 

백석봉을 찍고 하산하는 길이 가장 난코스였다. 한참을 내려왔다고 생각했는데 가도 가도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다. 산 속은 금새 어둑어둑해지더니 초저녁부터 깜깜해졌다. 헤드랜턴이 멀쩡한 듯 싶더니 갑자기 말썽이다. 밝기가 충분하지 않아서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걸어야 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걸었던 무리들도 간격이 벌어졌는지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함께 걸은 산이는 야간산행이 처음이라 했다. 낙엽 때문에 길이 미끄러웠던 탓에 두 번 넘어졌는데 뒤에서 쫓아가던 나도 아찔했다. "괜찮나..?" 라고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이 없다. 나도 겪어봤지만 두어번 넘어지고나면 힘이 탁 풀리면서 멘붕이 오던데, 아마 그랬을 것이다. 얼마나 더 내려왔을까? 거의 다 내려왔을 무렵, 도로변을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가 어찌나 반가웠던지..  

 

​도착한 건 8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스텝들이 큰 소리로 환호하며 반겨준다. 애써 밝은 척 하며 씩씩하게 걸어들어갔지만 후들거리는 다리가 감춰지지 않는다. 도착지점에서 참가자들을 반기는 환호성  소리는 거의 10시가 지날 때 까지 꽤 늦은시간에도 이어졌다. 저녁을 먹으면서 고량주를 몇 잔 얻어먹었는데 잠들기 직전 기억이 없는걸로 봐서 텐트에 들어가자 마자 곯아떨어진 모양이다.

Song's coffee

이튿날 새벽,  송영훈님(@song2_)은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리느라 무척 바쁘다. 커피 뿐만이 아니라 음악 선곡도 그의 몫이라, 손놀림이 여간 분주한게 아니다. 이 시간은 오티티의 이튿날 아침에는 빠질 수 없는 코너가 됐다. 너무 늦잠을 자버리면 이 즐거운 순서를 놓칠 수가 있으니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새벽잠을 깨우는 달달한 음악과 신선한 커피 한잔은 정말 더할나위 없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이른시간에 살짝 차가운 새벽공기 속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은 정말 오래 기억에 남는다. 아마 전날의 고행 때문에 더욱 그렇지 않을까?​

 

중봉에서 휴식을 취하는 참가자

 

2일차는 졸드루야영장에서 출발해 알파인경기장과 중봉을 지나 회동마을회관까지 16km 가량을 걷는 코스다. 2일차 코스는 일단 등산로로 진입하면 탈출로가 없다. 때문에 1일차 코스만 완주하고 2일차는 포기한 참가자가 꽤 있었던 모양이다. 

 

알파인 경기장에 도착하자 참가자들이 슬슬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할 채비를 시작한다. 중봉 들머리 쯤이었을까? 인증을 하려고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앞서 가던 참가자가 핸드폰을 보더니 웃고는 있지만 뭔가 알 수 없는 표정이다. 인증버튼을 누르니 "지금부터 좀 힘들어요" 라는 식의 메시지가 떴다. 역시 또 힐링은 없는 건가!

오티티 정선을 완주한 참가자에게는 기념 메달이 제공됐다.

 

피니시에 도착하니 스텝들이 유독 격하게 환호성을 지르며 반겨준다. 역시 그 정도로 코스가 힘들었던 것인가! 라고 내심 완주한 것이 뿌듯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오르막에선 빨리 집에 가고싶다는 생각만으로 간절했다. 막상 피니시에 들어서자 마냥 기쁜게 아니라 전역할 때 처럼 뭔가 시원섭섭한 기분이다. 피니시에는 정선군에서 제공하는 스타렉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차다. 분위기를 더 즐기고 싶어 머뭇거렸지만 준비되어 있던 탄산음료를 단숨에 들이키고 차에 올라탔다.​

 

참가방법

오티티에 관한 신속한 정보는 공식 인스타그램(@ott_onthetrail) 계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onthetrail.co.kr)에 업데이트되며, 티켓은 정해진 시간에 베러위켄드 온라인스토어를 통해서 구매가능하다. 티켓이 오픈되자마자 금새 매진되므로 서둘러야한다. 주로 봄, 가을로 연간 2회 정도 개최된다. 

Author

이동현
  • Editor
  • Filmer
Photo Son captain, Kangsai, habitmind, reed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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