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드라마와 만화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너무나도 유명한 '고독한 미식가'란 만화 혹은 드라마를 알 것이다. 다니구치 지로와 쿠스미 마사유키가 공동작업한 이 만화는 지금의 쿡방 열풍을 이미 수년 전 일본에서 이끈 콘텐츠로 유명하다. 그런 다니구치 지로의 작화에 관심이 생겨 그가 그린 만화들을 살펴봤고 상당히 자연친화적인 작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몇몇 작품들이 있지만 좀 더 등반에 집중한 '신들의 봉우리'란 작품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신들의 봉우리'는 최근의 영화 '에베레스트'나 '히밀라야'를 관심 있게 본 사람이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산악물이다. 오래된 산악계의 미스터리인 조지 맬러리와 앤드류 어빈의 에베레스트 등정에 대해 만화적인 허구를 부여한다.
만약 맬러리의 카메라가 발견된다면?
네팔의 작은 가게에서 맬러리의 카메라로 추정되는 물건을 우연히 찾게 된 주인공 사진작가 후카마치는 구입과 동시에 절도를 당하고 그 카메라의 원래 주인이 비운의 천재 클라이머인 하부 조지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도 알 수 없이 그의 삶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왜 산에 오르지?
맬러리는 거기에 산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아냐, 적어도 나는 아냐
거기에 산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여기에 내가 있기 때문이야
나에겐 이것밖에 없어. 이것밖에 없기에 산을 오르는 거야
산에 대한 지독한 집착과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신만의 벽을 쌓고 고립되어 실력만큼 인정받지 못 했던 하부 조지의 인생을 탐구하면서 오로지 산이 아니면 인생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던 그에게 점점 빠져들기 시작했고 후카마치는 자신에게 결여되어 있던 뜨거운 무언가를 그에게서 느끼기 시작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하부 조지라는 인물이 산에 모든 것을 걸었는지 왜 그토록 지독하게 산을 올랐는지 후카마치의 시선과 생각으로 점점 빠져들게 되었다. 독자들이 후카마치에게 이입되어 자연스럽게 하부 조지의 삶을 쫓아갈 수 있도록 배치한 세련된 이야기 구조와 에베레스트의 절경을 리얼하게 그려낸 작화에 탐복하며 왜 이런 명작을 지금까지 읽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에는 하부 조지의 불꽃이 꺼지지않고 읽는 이들의 가슴에 남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