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치앙마이 일정은 9일간의 휴가였다. 항상 어딘가로 여행을 가면 주변에 어떤 트레일 코스가 있는지 살펴보는 게 습관처럼 되어버렸다. 그것이 국내던 해외던 말이다.
얼마 전 다녀온 바이크패킹. 루트를 애플워치로 기록했고, 기사에 쓸 요량이었는데 GPX 파일이 추출이 되지 않아 곤욕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해결사 이재훈 에디터가 코무트(Komoot)으로 연동하면 애플워치의 운동 데이터가 동기화되고 코무트에서 GPX를 추출할 수 있다는 팁을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이 유럽 여행에서 트레일 코스를 찾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나 역시 코무트를 통해 치앙마이 근처의 하이킹 코스를 살펴보았는데, 다양한 코스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왓파랏 사원을 시작으로 도이 수텝 국립공원을 한 바퀴 도는 10km 정도의 코스가 눈에 띄었다.
우선 코무트에서 소개하고 있는 왓파랏 순환 하이킹 코스를 기반으로 하고 사전에 가보고 싶었던 카페인 ‘베이스 캠프 트레일 카페’를 경유하고 싶었다. 이 곳은 트레일러너나 하이커들이 모이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래서 코스가 ‘베이스 캠프’에서 끝나도록 일부 수정했다. 하이킹의 끝을 장식하기에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인가 베이스 캠프!
편의점에서 간단한 행동식을 구비하고, 물은 1리터 정도를 챙겼다. 지대가 높고 기온은 30도를 넘지 않으니 물은 충분했다. 혹시 모르니 보조배터리를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트레일 뿐만 아니라 치앙마이 날씨는 소나기가 자주 내리기 때문에 레인 재킷을 항상 휴대하는 것이 좋다.
우리는 과거 태국 방콕 북부의 국립공원인 카오 야이를 여행한 적이 있어 태국 트레일이 어떤 느낌인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능선을 따라 걷기보다는 정글과 같은 열대 우림 속을 걷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실 이번에 태국 최고봉인 도이인타논(2565m)을 가고 싶었는데, 우기에는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서 아쉬웠다.
열대 우림의 태국 트레일
왓파랏에 도착하니 고양이가 반겨주었다.
왓파랏 사원은 애초에 숨겨진 사원, 버려진 사원 등으로 알려졌지만 이제는 너무 알려지다 보니 관광명소가 되었다. 트레일 헤드를 이곳으로 잡고 그랩을 타고 이동했다. 막 금요일 오후로 접어드는 시간. 예상보다 많은 관광객이 사원을 채우고 있었다. 덕분에 사원을 구경하고 싶은 생각이 이내 사라졌다.
어쨌든 사원을 통과해야만 되니 여성의 경우 짧은 반바지나 민소매를 입고 입장을 할 수 없다. 그래서 긴 바지를 미리 준비해 갔는데, 여성의 경우만 해당하는지 모르고 나 역시 긴 바지로 갈아입었다. 꼭 긴 바지가 아니더라도 블랭킷 따위로 가려도 무방하니 참고하자. 우리는 왓파랏 사원을 신속하게 스캔하고 트레일 코스로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바로 어마어마한 급경사에 당황했지만...
Wat Pha Lat
와파랏 사원부터 도이 수텝(Doi Suthep–Pui National Park, 1665m)까지는 트레일로 이어지는데 도이 수텝 사원 역시 정말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이다. 사원에서 국립공원 캠프 그라운드까지 올라서면 본격적인 트레일이 시작된다.
이곳의 높이가 이미 1000m가 넘다 보니 기온은 23도. 제법 시원하고, 바람이 스치면 서늘했다. 이곳에선 치앙마이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시끌벅적하던 사원 입구와는 다르게 캠프 그라운드는 고요했다. 주말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다음에 방문하게 된다면 하루 이틀 야영을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뒤로한 채 내추럴 트레일이라는 표지판을 마주했고, 이름처럼 정말 내추럴한 트레일이 펼쳐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이 코스에는 엄청난 뷰포인트가 있지는 않지만 두어 곳의 폭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우기의 수량은 제법 폭포가 웅장할 것이라는 기대로 이어졌다. 캠프 그라운드까지만 오르막이고 이제는 대부분 내리막으로 즐거운 하이킹이 예상되었다. 길은 정비가 잘 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제법 흔적은 뚜렷했고 걷는데 무리가 없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코무트가 있었고 애플워치에서는 시시각각 방향을 알려주었다.
갈림길에서 경로를 안내해주는 Komoot
그레이트 피그트리
국립 공원을 끝으로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이 내추럴한 트레일은 거의 걷지 않는 코스였던 것. 그래도 길이 어렵지 않았고 애매한 구간에서는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아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첫 번째 폭포 사이 요이 폭포(Sai Yoi Waterfall)는 기대에 부응하기라도 한듯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습기로 인해 축축했던 기분을 잠시나마 상쾌하게 해줬다.
사이 요이 폭포를 지나 다시 트레일에 올라서기 위해선 신발을 젖지 않고는 도저히 지날 수가 없었다. 이런 게 또 모험의 묘미 아니겠는가? 테스트 중인 알트라 올림퍼스 6를 물속에 살며서 담갔다.
사이 요이 폭포를 지나면 작은 폭포가 하나가 더 나오는데, 자연 친화적으로 최소한의 개입으로 만들어 놓은 목로가 참 마음에 들었다. 다음 폭포는 몬타 탄 폭포(Montha Than Waterfall)인데 이곳은 트레일의 출구이자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명소 중 하나다. 이곳 역시 캠프 그라운드가 있고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Montha Than Waterfall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아스팔트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매표소가 나오는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가는 사람에게도 입장료를 징수한다.
그렇게 길을 따라가면 다시 출발했던 왓파랏 사원이 나오는데 지도상에 보이는 트레일로 내려가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내비게이션의 알림을 무시하고 원래 루트에서 빠져나왔다. 길은 희미했지만 지도상의 트레일 표시와 일치했기에 진행을 이어갔다. 하지만 흔적은 점점 희미해지더니 이내 길은 없어져 버렸다.
당황하지말자. 나는 이 바닥에서 나름 잔뼈가 굵지 않은가? 원래 루트로 합류하는 길을 어렵게 찾아 올라서니 출입 금지 표지판이 보였다. 아차 싶은 마음과 안도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렇게 찾은 원래의 길은 너무나 넓고 평탄한 길이었다. 고생을 사서 하는 거 보니 아직 젊은가 보다. (코무트 루트대로 이동하시길 바랍니다.)
도로를 따라 내려오다 보면 베이스 캠프 트레일 카페(@basecamptrailprovision)에 도착하는데 이곳은 참 이상적인 위치에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었다. 우선 샤워를 할 수 있었고 음료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카페가 있었으며, 신발을 비롯한 아웃도어 용품(주로 트레일러닝)을 구매할 수 있는 상점까지 갖추고 있었다. 트레일을 시작하기에도 끝내기에도 좋은 공간이었고, 우리도 하이킹을 마무리하며 음료 두 잔씩을 연거푸 들이키며, 땀을 식헜다.
관련된 분야의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입장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곳을 끝으로 치앙마이 하이킹을 마쳤다. 역시 하이킹은 언제나 즐겁고, 낯선 곳에서의 모험은 더더욱 그렇다. 누군가 그랬다. 역시 답은 산에 있다고
치앙마이에 방문하신다면 꼭 가볼 만한 트레일 코스입니다. 소요시간은 4~5시간 정도라 반나절을 할애한다면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느 코스로 앞서 설명한 내비게이션을 활용하면 길을 헤매지 않고 어렵지 않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그럼 치앙마이에서도 라이크하이크 하시길 바라며, 코스 루트를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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