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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씀드리면, 행사에 참여하기 전에는 약간의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런웨이는 패션 브랜드가 만드는 무대이고, 아웃도어는 아웃도어의 방식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이 오랫동안 제 안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장비와 기능, 현장과 환경. 그것이 아웃도어의 본질이라고 믿어왔습니다.

 

그래서 툴레(Thule)가 패션쇼 같은 형식의 쇼를 연다고 했을 때, “정말 그게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THEX 2025 무대를 눈앞에서 본 이후, 생각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아웃도어는 자연 속에서만 머무는 활동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전체와 연결되는 방식의 ‘생활 기술’이라는 점을 이 무대는 매우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이 쇼가 전문 모델이 아닌 Thule의 글로벌 앰배서더들이 직접 무대를 꾸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앰배서더들은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기 위해 훈련된 인물이 아니라, 실제로 장비를 사용하며 자전거를 타고, 캠핑을 하고, 가족이나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연출된 긴장감 대신, 사용자들의 자연스러운 동작과 삶의 리듬이 무대 위에 그대로 드러났고, 그 모습이 오히려 Thule가 지향하는 방향성을 더 확실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이들과 함께한 섹션에서 감동을 받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가장 크게 남았던 순간은 반려견과 함께한 장면이었습니다. 저는 한때 네 마리의 반려견과 함께 생활했습니다.

제가 아웃도어 활동을 가장 활발히 하던 시기에는 모두 노견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함께 산행을 가거나 긴 여행을 떠나는 일들을 결국 누리지 못한 채 보내야 했습니다. 그래서 무대 위에서 반려견과 함께 움직이는 장면이 펼쳐졌을 때, 지나온 시간과 놓쳤던 순간들이 겹쳐 보이며 깊게 마음에 남았습니다.

 

THEX는 단순한 신제품 쇼케이스가 아니라, ‘누구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아웃도어의 언어로 다시 던지는 무대였습니다.

 

THEX란 무엇인가?Thule Experience의 약칭

THEX는 Thule Experience의 줄임말로, Thule가 브랜드 방향을 선보이기 위해 만든 글로벌 이벤트입니다. 이 행사는 2023년 11월 16일 스웨덴 말뫼 Lokstallarna에서 처음 개최되었으며, 30개 이상의 신제품과 새로운 카테고리가 공개된 자리였습니다. 

Thule의 현재 CEO인 Mattias Ankarberg는 스웨덴 스톡홀름 경제대학을 졸업하고, 이전에 H&M 그룹에서 글로벌 세일즈·마케팅을 담당한 경력이 있습니다.  그가 취임한 이후, Thule는 새로운 카테고리 진입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의 확장을 강조해 왔습니다.

 

THEX는 단순히 제품을 전시하는 무대를 넘어, 사용자가 실제로 움직이고 생활하는 순간들을 담아내며 ‘이동과 생활이 연결된 아웃도어’라는 브랜드 메시지를 시각화하는 자리입니다.

 

새로운 Thule의 형태이동, 생활, 확장

Thule는 오랫동안 루프박스, 자전거 캐리어, 루프탑 텐트처럼 ‘이동성’을 중심으로 한 제품을 만들어온 브랜드입니다. 그러나 THEX 2025는 그 지점을 훨씬 더 크게 확장하는 방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1) 생활 영역으로의 확장 — Child Seat / Dog Gear

어린이 카시트와 반려동물 장비는 단순한 카테고리 확장을 넘어, 아웃도어와 일상의 경계를 없애는 적극적 시도였습니다.

 

2) 모듈러성(Modularity)의 강화

캐리어·루프박스·트레일러·텐트로 이어지는 일관된 구조는 사용자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움직임의 형태’를 설계할 수 있게 합니다.

 

3) Experience First — 경험 중심의 전시 방식

제품을 단순히 나열하는 대신, 실제 사용자들이 움직이는 장면을 통해 ‘사용 경험’을 먼저 보여주는 방식은 기존 전시와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THEX가 던지는 질문아웃도어는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THEX는 아웃도어를 자연 속에서만 정의하던 오래된 관념을 넘어섭니다. 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는 일상, 반려견과 걷는 산책, 출퇴근을 위한 커뮤트, 주말의 짧은 야영까지 이 모든 움직임이 Thule가 말하는 아웃도어의 일부였습니다. 이 쇼는 그 확장된 개념을 가장 직접적이고 시각적으로 보여준 무대였습니다.

 

한국 시장에서의 의미

한국에서는 Thule가 장비 중심 브랜드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THEX 2025는 Thule가 ‘하드웨어 브랜드’에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이동 중임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아웃도어는 일상이고, 일상은 다시 자연과 연결됩니다. Thule의 변화는 한국 시장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입니다.

 

마치며아웃도어의 새로운 형태를 보다

THEX 2025는 화려함을 위한 쇼가 아니라, 아웃도어는 어떻게 우리의 삶을 확장시키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대답은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아웃도어는 자연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하루 속에 스며 있다는 것입니다.

 

앰배서더들은 다양한 나라에서 왔고, 그중에는 이웃나라 일본도 있었습니다. 쇼 영상 속 일본어 멘트가 들릴 때, 행사에 참석한 일본 관계자들의 흐뭇한 표정을 보며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한국에서도 글로벌 앰배서더가 발탁되어, 이런 무대에서 우리의 움직임과 삶을 함께 보여줄 날이 오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THEX 2025는 그 가능성을 충분히 상상하게 만든 무대였습니다.

 

Photos

Author

강선희
  • Chief editor
Photo Thu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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