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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에는 꽤 더워서 봄인지 초여름인지 헷갈리는 시기다. 나무들에서 새로 돋아난지 오래되지 않은 어린잎들이 아직 밝은 연두색을 띠는 걸 보니 그래도 아직은 봄이구나 싶다. 녹음이 짙어지기 전, 1년 중 딱 요즘 시기에만 볼 수 있는 숲의 푸릇푸릇함을 사랑한다. 그동안 주로 두세 명이서 하이킹을 다녔는데 모처럼 7명이나 모였다.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이 정도의 인원은 오랜만이라 감회가 새롭다.

기온이 오른 탓에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자 모처럼 땀이 줄줄 흘렀다. 이맘때쯤부터는 땀 배출이 많아지고 쉽게 갈증을 느끼기 때문에 평소에 물을 섭취하는 양이나 빈도를 고려해서 식수를 충분히 준비하는 게 좋다. 게다가 1박 이상을 한다면 야영지에서 음식을 조리하거나 차를 마시기 위한 물도 필요하다. 그러려면 최소 2~3리터 이상 있어야 한다.

 

물은 배낭을 무겁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부피도 커서 많은 공간을 할애해야 한다. 그럼 다른 것들을 넣을 공간적 여유가 적어진다. 장비들이 가벼워지는 시기에는 30리터대의 백팩으로 가볍게 떠나고 싶지만, 막상 물 때문에 백팩 사이즈를 줄이기가 쉽지가 않다. 코스 중간에 샘터나 상점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하루 동안 음용할 많은 양의 식수를 계속 배낭에 짊어지고 걷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다.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정수 필터 시스템을 이용하면 하이킹 중에 계곡물을 음용할 수 있다. 계곡을 끼고 걷는 물이 풍부한 산으로 코스를 운영한다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건조한 시기에는 경험적으로 물이 있다고 생각했던 곳이 말라 있어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급수를 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는지, 출발하기 전에 코스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검증이 된 곳이라면 출발할 때부터 많은 양의 물을 짊어지고 가지 않아도 될 것이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하이킹을 하면서 산속의 계곡물을 정수하여 음용했다. 한 번도 트러블이 없었기 때문에, 정수기의 성능은 신뢰할 만하다고 할 수 있다.

Katadyn BeFree

 

경치 구경 하면서 쉬엄쉬엄 걷다 보니 해가 저물어 갈 때쯤 야영을 하기로 한곳에 도착했다. 걷는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준비한 물은 바닥이 났다. 물을 구하기 위해 두 명은 남아서 야영지의 짐을 지키기로 하고 나머지는 물을 구하러 아래로 내려갔다. 지난번 와 본 기억을 더듬어 물이 졸졸 흐르는 곳을 찾았지만 부유물이 많아서 조금 탁해 보였다.

 

깨끗한 물을 찾아 우리는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갔다. 키보다 더 큰 조릿대 사이로 희미하게 길이 있던 흔적은 남아 있지만 최근에 사람의 왕래가 없는 건 분명해 보였다. 무성한 조릿대 군락에 사람이 파묻혀 서로가 도저히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귀를 쫑긋 세우고 물 흐르는 소리를 찾아서 한참 깊은 곳으로 들어가자 이윽고 수량이 풍부한 계곡이 나타났다. 내일 오전까지 충분히 마실 수 있는 물을 확보하니 마음이 푸근해졌다.

Sawyer Mini

 

MODL Pure MOD

 

하이킹을 할 때 정수 필터를 사용하는 것은 그저 식수 확보를 위한 대책일 뿐이지만, 물을 찾으러 가는 행위는 모험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어서 하이킹을 더욱 재미있게 해주기도 한다. 물이 귀한 곳일수록 더욱 그렇다. 물을 발견했을 때 그 짜릿함이란!

다음은 원생동물 및 박테리아(E. coli, giardia, Vibrio cholerae, Salmonella typhi 등) 99.9%를 제거 하는 중공 사막 방식의 몇 가지 필터 시스템을 소개합니다.

 

Katadyn BeFree 0.6 & 1.0L

카타딘의 비프리는 EZ-Clean Membrane™ 필터와 하이드라팩 소프트 플라스크가 결합된 형태입니다. 필터가 물병 내부로 들어가는 타입으로 필터의 유속이 빨라서 빠르게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최대 1,000리터까지 정화되며, 1분당 약 2리터의 물을 필터링합니다. 소이어에 비해 최대 여과량은 훨씬 적지만 빠른 유속으로 인해 필드에서 스트레스가 덜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필터가 노출되어 있어 관리에 주의를 해야 하고, 전용 플라스크만 사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비교적 큰 주입구의 플라스크는 물을 빠르게 담을 수 있고 세척이 비교적 용이합니다. 가격은 0.6L 45달러(국내 55,000원), EZ-클린 멤브레인 필터 카트리지 47,000원으로 가격이 비싸고 유지 비용 또한 많이 드는 단점이 있습니다.

  • 무게 59g (0.6기준 플라스크 포함)
  • 필터 수명 1,000L
  • 유량 2L/min
  • 가격 $45
  • 상세정보 Katadyn

 

Sawyer Mini

소이어 미니 필터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시스템중 하나입니다. 38만 리터를 정화할 수있고, 필터가 외부로 노출되어 있는 비프리에 비해 내구성이 좋습니다. 하지만 1분당 약 500ml의 물을 여과하기 때문에 매우 느립니다. 수온이 차가운 계절에는 고통이 따를 수 있습니다. 기본 제공되는 전용 스토리지는 필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내구성이 매우 약하지만 다양한 스토리지와 호환되는 장점있습니다. 다만 주입구가 작아 세척에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25달러(국내 39,000원)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장기간(고장이 없다면 거의 영구적)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소이어 미니 필터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무게 45g
  • 필터 수명 380,000L
  • 유량 0.5L/min
  • 가격 $25
  • 상세정보 Swayer

 

Sawyer Squeeze

소이어 미니의 유속이 불만이라면 분당 1.7리터를 처리하는 스퀴즈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85g의 무게로 소이어 미니보다는 상대적으로 무겁지만 부담이 될만한 정도는 아닙니다. 그 외는 소이어 미니와 동일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용 가격은 39달러(국내 55,000원)로 카타딘 비프리 보다 적은 예산으로(달러기준) 더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 무게 85g
  • 필터 수명 380,000L
  • 유량 1.7L/min
  • 가격 $39
  • 상세정보 Swayer

 

MODL Pure MOD Filter

모듈형 유틸리티 보틀인 모들의 필터로 별도로도 구매 가능합니다. 소이어와 같은 규격으로 동일한 형태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용 방식에 따른 장단점은 동일합니다. 필터 수명은 최대 3,000리터로 카타딘 비프리의 3배가량 되며, 여과 속도는 1분당 약 1리터의 물을 필터링합니다. 비프리에 비해 2배가량 느리지만 소이어 미니에 비해 2배가량 빠릅니다. 소이어 미니에 비해 큰 스트레스 없이 물을 저장할 수 있으면서 다양한 스토리지와 호환되는 점이 모들 퓨어 모드 필터의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격 또한 25달러로 소이어 미니와 비슷한 수준으로 저렴합니다만 무게가 100g으로 무거운편으로 전반적으로 소이어 '스퀴즈'에 비하면 큰 매리트는 없습니다.

  • 무게 100g
  • 필터 수명 3,000L
  • 유량 1L/min
  • 가격 $25
  • 상세정보 MODL

Author

이동현
  • Editor
  • Filmer
Video reedong, kangsai
Photo kangsai, reedong, habit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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