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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그러니까 대략 10여년 전에는 전포동에 자주 갔다. 음식점들과 유흥가가 밀집한 서면 도심에서 부전도서관이 있는 쪽 동천로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전포동 까페 거리였는데, 도로를 사이에 두고 분위기가 달랐다. 서면에서 가까워 접근성이 좋고 분위기 좋은 카페들도 많아서 소개팅하러 아마 여러번 갔던 거 같기도. 

 

도심에서는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터라 직장을 다니면서부터는 전포동에 올 일이 자주 없었다. 그 사이 전포동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까페 거리라고 해도 고작 몇 블록밖에 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전포 지하철역 인근의 전포대로를 건너서까지 영역이 크게 확장됐다. 지금 부산의 힙스터들은 전포동으로 모인다. 가장 세련되고 핫한 카페, 패션, 음식은 거기 다 있으니까. 베르크 로스터스는 전포역 4번 출구 근처에 있다. 

베르크 로스터스에서 2022년 7월 16일 하루동안 베러위켄드와 베르크로스터스, 그리고 하이커하우스 보보의 협업으로 팝업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특히 베러위켄드의 에디터이자 하와이오피스(@howhy_office)의 디렉터인 이재훈이 베르크 2층 팝업스토어 공간디자인에 참여하여 더욱 특별했다.

 

이 날 팝업에서는 베르크의 스페셜티 커피와 하이커하우스 보보의 시그너쳐 메뉴인 스콘을 비롯한 푸드서비스가 제공되었으며, 베러위켄드는 협업 티셔츠와 굿즈를 선보였다. 

 

다음은 베러위켄드 강선희 편집장, 베르크 송찬희 대표, 하와이오피스 디렉터 이재훈과 하이커하우스 보보 조현수 대표의 간단 인터뷰.

 

 

 

강선희 베러위켄드 편집장

Q. 예전에 강선희 편집장이 부산에 내려왔을 때 함께 베르크로 커피를 마시러 간 적이 있는데, 베르크와 함께 팝업까지 오픈하는 날이 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아웃도어 매거진과 커피 로스터리 브랜드의 협업은 생소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

나 역시 베르크와 함께 협업하여 무엇인가를 도모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커피를 좋아하기 때문에 부산의 베르크 로스터스는 꼭 가고 싶었던 곳 중 하나였다. 방문했을 당시 특유의 '힙'한 무드가 일단 너무 취향이었고, 커피를 서비스하는 그들의 애티튜드에 큰 감명을 받았다. 그렇게 좋은 기억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 이후, 언젠가 하이커 하우스 보보의 조현수 대표(보보는 베르크의 거래처다)가 베르크와 함께 기회가 되면 무엇인가를 해보자고 했던 것이 이렇게 저렇게 해서 이번의 팝업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커피는 현대인의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야외 활동에도 마찬가지다. 숲속에 흐르는 커피향, 캠핑에서 즐기는 커피 한 잔! 더 설명이 필요할까?

 

Q. 이번 팝업의 메인 테마는 ‘BEST REST FOREST’였다. 일러스트 디자인도 재미있었고 특히 호텔을 연상하게 하는 소품이 재미있었는데 어떤 의도로 기획하게 되었는지?

나는 주말의 여운이 일상까지 이어지는 바램으로 그래픽에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데, '베스트 레스트 포레스트'는 작년 어떤 숲속에서 생각났다. 말 그대로 최고의 휴식은 숲이라는 의미로 우리는 숲속에서 머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고 그 자체로 큰 휴식이 된다.

NEMO Equipment 2023 Stargaze™ Reclining Camp Chair

 

그래서 이번 팝업은 부산이란 도시 중심에서 진행되지만 숲과 휴식이라는 메인 테마를 가지고 공간을 구성하게 되었다. 어떤 숙박시설보다 숲속이 최고의 호텔이자 리조트란 생각으로 만들어지긴 했는데, 이번에 팝업 행사가 끝나고 호텔에 가서 쉬니까 참 좋더라...


Q. 이번 팝업과는 상관은 없는 질문이지만 방문하신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오티티 계획에 대해 궁금해 하셨다. 작년 팝업 후 인터뷰 기사에서도 같은 질문을 했는데 여전히 오티티 개최가 불투명해서 아쉽다. 올해는 기대해도 좋은가?

올해도 마찬가지고 10월 개최를 예정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가 다시 확산되고 있어 조심스럽다. 구체적인 내용은 조만간 관련 채널을 통해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오티티 둘째 날 아침 그 특유의 공기 속에서 베르크의 커피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베르크 로스터스 송찬희 대표

Q. 베르크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 부탁드린다.

2018년 4명의 공동 대표가 시작한 부산을 대표하는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이다. 삶의 방식을 긍정적으로 변화 시키기 위해 여전히 ‘진행 중’이다. WERK IN PROGRESS. WERK는 독일어로 일, 작업, 작품이라는 뜻이 있고 ‘일’에 다양한 가치를 담아 우리의 도전이 영감이 되어 보다 나은 삶을 만들어 가도록 한다.

일과 삶을 생산적으로 만들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행복과 만족을 느끼며, 기본에 충실한 좋은 커피 한 잔으로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Q. 다른 브랜드와 종종 협업을 진행하는지? 아웃도어 매거진인 베러위켄드와는 특별히 접점이 없었는데 이번 팝업스토어를 함께 준비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함께 하는 것에서 오는 시너지를 잘 알고 있고 협업을 하나의 큰 가치로 생각하면서 일에 대한 철학이 비슷한 업체들과 협업, 꾸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베러위켄드의 더 나은 삶을 위한다는 브랜드 철학이 맞아 더 와닿았고, 특별한 접점이 없었지만, 하이커하우스 보보에서 인연을 만들어 주셨고 재밌었던 협업이었다.

2층이라는 막힌 공간에서 정말 숲속에 있는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셨고 철저한 준비와 탄탄한 공간 구성으로 손님들이 도심 속에서 참 휴식을 느꼈던 것 같다. 팝업 때 와주신 고객들도 베러위켄드의 '찐팬'들이 많아서 놀랐고 탄탄한 커뮤니티에 부럽기도 했다.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지고 배울 점도 많았던 브랜드 협업이었다.

 

Q. 토-일요일에 매장 영업을 하지 않는 게 뭔가 파격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혹시 직원들의 ‘Better Weekend’를 위한 것인지? 베르크 멤버들이 주말에 즐기는 야외활동은 어떤 것이 있는지 얘기해 달라. 

개개인의 저녁과 주말이 있는 삶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어 냈을 때 그 유기적인 관계를 무시할 수 없고 일과 삶 사이의 밸런스를 잘 맞추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자 한다. 주말이면 캠핑을 가거나, 서핑을 하거나, 축구를 하거나, 바이크를 타거나, 주짓수, 테니스, 요가, 산책을 하는 직원들이 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잘 쉬는 법을 알면서 그다음을 생각한다면, (WERK) 일도 즐기면서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하와이오피스 이재훈 대표

Q. 하이킹 에디터가 아닌 공간디자이너로서 이재훈 특유의 위트와 재기발랄함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하루만을 위한 공간을 구상하는 것이 여러 가지 제약도 많았을 것 같은데?

이번 팝업을 기획하는데 가장 큰 조건은 “단 하루의 팝업”이 아닐까 싶다. 무조건 간단하게 손쉽게, 빠르게 보다 선행되어야 할 포인트를 생각했다. 기존 베르크 공간이 가지고 있는 무드를 활용하되 배치, 볼륨감의 변화를 위한 계획을 생각의 중심에 두었다. 아마도 기존의 정갈한 가구배치를 흐트러뜨려 중앙에서 준비한 제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러고 나서, 가변적인 장치 아이디어가 공간의 요소로 하나하나 적용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 아이디어로 인해 두 도시 간(서울-부산) 큰 가구의 이동 없이 풀어낼 수 있었다.

 

 

Q. 보통 목공 작업에 사용하는 디월트 클램프를 천장에 사용해서 티셔츠를 전시하는 방식이 매우 재치있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녹아 들어가 있을 것 같은데 이번 공간 디자인 컨셉과 아이디어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줄 수 있는지?

큰 무드와 컬러는 이미 베러위켄드에서 작업한 그래픽으로 충분했다. 확실히 여름의 팝업이기에 공간에 적용될 요소들도 그에 맞는 컬러와 재밌는 방법을 콘셉트를 정했고, 세부적으로 강선희 편집장과 구체적으로 필요한 부분(가구)에 대해 의견을 나누면서 아이디어를 현실화했다.

1층은 외부 접근부터 고민이 되었는데, 사전 현장답사를 못해 지도의 로드뷰를 보면서 팝업의 흐름을 생각했다. 형광 테이프로 방향 표시 > 커피를 주문할 수 있는 입구로 안내 > 2층 팝업으로 조금 더 쉽게 안내 위의 흐름을 표현하고, 전체적 방향을 외부에서부터 알려주면 조금 더 쉽지 않을까? 싶었다.

2층 부분에 살짝 노출되어 있었던 보(천장 구조체)에 클램프를 활용해 옷을 걸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덕분에 행거 같은 볼륨감이 큰 가구는 필요 없게 되었다. 그런 무드에 케이블 타이를 활용해 컬러감을 작게 넣어 팝업의 경쾌한 요소를 첨가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현장에서 쓰이는 도구가 큰 도움이 되였다고나 할까?

 

준비한 제품들을 재밌게 보여주고 싶었다. 손님들이 그래픽 티셔츠 사이를 움직이며 둘러보고, 아웃도어 체어에 앉고, 실제 야외에서 쓰이는 하이킹 제품을 만져보고, 제주도에서 촬영해 온 영상과 소리가 들리는 그런 장면이 보이는 팝업 말이다.


하이커하우스 보보 조현수 대표

Q. 작년 6월 케일(the Lowest Mountain) 매장에서 열린 보보 1주년 팝업 행사 이후 1년이 흘렀다. 그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보보의 근황을 소개해 달라.

1년이 정말 빠르게 흐른 것 같다. 12번의 꽉 찬 달이 뜨고 지는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제주의 하늘처럼 하루도 똑같은 날이 없어 매일이 설레고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휴무일에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안부를 나누며 가까운 숲과 근처의 바닷가를 하릴없이 걷는 <WALK & TALK>를 지속하고 있다. 아무래도 관광을 기반으로 하게 되는 제주에서 제주의 자연과 환경에 관련된 이슈를 예술적으로 접근하여 방법을 모색하는 단체들과의 의미 있는 작업들이 기억에 남는다. 생태적 예술 감수성을 깨우는 교육적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라이트 하이킹을 소개할 수 있는 가치 있고 감사한 시간들이었다. 무언가를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은 방법을 찾아서 그냥 계속하던 것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4월에는 좋아하는 것을 계속하고 싶어서 겨우내 조금씩 준비한 콜라주 플라츠(Collage platZ)라는 문화 예술공간을 준비하게 되었다. 하이커하우스 바로 위층에 위치하고 있고 그 공간은 다양한 생김과 생각의 조각들이 모여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하게 될 곳(제주어=숲)이다. 농부가 농사를 짓듯이 전시, 공연, 워크숍, 교육 프로그램 등 자연의 리듬에 맞춘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다.

 

팝업날 오전 - 스콘을 오븐에 연신 구워내느라 정신이 없다


Q. 예전에 제주에서 보보를 방문하셨던 분들이 이번 팝업에도 많이 오신 것으로 안다. 보보를 찾아주셨던 분들을 기억하고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다. 이번 팝업을 마친 소감을 부탁드린다.

며칠이 지난 지금도 정말 꿈을 꾼 것 같다. 문득 평소에 존경하는 안무가의 작품에서의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은 일어나게 되어있다.’라는 텍스트가 생각났다. 나는 보이는 것보다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감각되고 느껴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공간의 소리와 향 그리고 맛과 멋을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다.” 보보의 마감 인사말은 2년째 바뀌지 않고 있다.

위미리의 하이커하우스 보보는 10평 남짓한 공간을 처음 설계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저의 생각과 감정을 모두 담아낸 곳이라서 그런지 제가 정말 애정 하는 곳이고 이곳에서 머무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매일 새벽 정성 들여 푸드를 준비하고 이 공간과 문화를 함께 좋아해 주시는 분들에게 나의 취향을 담아 정성껏 안내해 드리고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과 약속 없이 만나게 되는 것이 나의 일이 되었으니 손님으로 만나게 된 나와 비슷한 결을 가진 인연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생각이다. 이번 팝업을 즐겁고 안전하게 진행되고 마무리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길 위의 인연들에게도 정말 감사하다.

 

"우리의 그날 그곳의 공간의 소리와 향 그리고 맛과 멋을 함께 좋아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Video

 

Photos

Author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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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Interviewee

강선희
  • Chief editor
송찬희
  • 베르크 로스터스 공동 대표
이재훈
  • Editor
조현수
  • 하이커하우스 보보 대표
Photo Son captain, habitmind, reed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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